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미 정보협력 논란과 관련해 한국에 기존 동맹 기준 준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대북 정보 공유 제한과 한미일 사이버 협의체 배제가 함께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미 정보협력을 둘러싼 긴장이 공개 발언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시간) 한미 정보협력 상황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한국이 수십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과 관련해 그렇다"고 밝혔다. 어떤 기준을 의미하는지, 한국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정보·방첩이라는 분야를 특정해 준수를 강조한 것 자체가 최근 불거진 갈등에 대한 우려 전달로 해석된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기준"
이번 발언은 양국이 안보 현안에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야 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정보 공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한미 연합방위의 핵심 요소다. 정보 제공국이 민감한 정보의 보안과 취급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공유 범위는 축소될 수 있고, 축소된 공유는 동맹의 실질적인 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특정 사안을 꼬집지 않으면서도 "기대한다"는 표현으로 압박의 수위를 조절한 배경이다.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이 남긴 것
갈등의 배경으로는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공개 발언이 꼽힌다. 정 장관은 북한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언급했는데, 해당 시설은 미국이 수집한 정보와 맞물린 민감한 대상이었다. 이후 미국 측의 대북 정보 공유가 제한됐고, 미국의 요구로 한미일 사이버 위협 대응 회의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이 제외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정보 유통의 한 지점에서 생긴 균열이 협의체 참여 자격 문제로까지 번진 셈이다.

"대비 태세엔 문제없지만 조속한 해소가 최선"
군 당국은 현재의 연합 대비 태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합참의장은 대비 태세에 공백은 없으나 상황의 조속한 해소가 최선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정보협력은 제도보다 신뢰의 축적에 기대는 영역이어서, 한 번 좁아진 통로를 원래 폭으로 되돌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정부 안팎에서는 안보실장의 방미 추진 등 외교 채널을 통한 조율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기준 준수"를 언급한 것은 비공개 협의만으로는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미동맹의 다른 축들이 견고하더라도 정보 영역의 신뢰는 별도로 관리돼야 하는 자산이다. 양국이 어떤 형식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는지가 향후 연합방위의 밀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사진 출처=디지털타임스·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