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뢰 회복 첫발···기시다 訪韓 때 더 큰 화합 기대"

박경은 기자 2023. 3. 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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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전문가 진단
양국 정상의 만남 자체만으로 성과
일본, 외교적으로 한국에 빚진 형국
성의있는 호응 조치 조만간 있을것
日 피고기업도 기금 참여 가능성
2025년 국교 정상화 60주년 맞아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필요
[서울경제]

한일 정상이 1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냉랭했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자 외교 전문가들은 전방위적인 파트너십 구축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한일이 강제징용 등 과거사 갈등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국내에서 관심을 끄는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단기간 내에 기대하기 힘들지만 향후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뒤따랐다. 올여름으로 예상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 계기에 양측이 과거사 등 현안에 대해 남은 매듭을 풀어간다면 양국이 더 큰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 공군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尹·기시다 만난 것 자체가 성과=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 대통령이 12년 만에 도쿄를 방문해 대면 정상회의를 한 것 자체가 우선 성과”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라며 “한일정상회담 자체가 그간 비정상 상태였기 때문에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한중일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라는 다자회의를 계기로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회담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2월 이후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이 교수는 “한일 관계를 갈등 상태로 방치해둘 수는 없지 않으냐”며 “우리가 징용 해법을 자체적으로 발표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취했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셔틀외교를 되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정상화된 데 대해서는 “정상화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평가도 있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문제 모두 마이너스에서 제로(0)로 간다는 것이지, 제로에서 플러스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양국의 경제협력 효과 또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보다 진전된 사죄 표명이 향후 이어진다면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최 위원은 전했다.

日 호응 조치 있을 것···수교 60주년 공동선언 기대=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후속 조치는 당장 기대하기 힘들어도 조만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이 교수는 “징용 문제는 일본 측의 호응 없이는 더 진전되기 어렵다”며 “기시다 총리가 답방하면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인식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시다 내각이 현재로서는 자민당 내 강경파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향적인 입장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교수는 한일 경제계가 발표한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향후 피고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기금을 출연한 후 우리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추가 기부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두 기업 모두 국제시장을 상대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두 기업이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내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하루빨리 호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 위원은 “(징용 피해자 유족 가운데) 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판결금을 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은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그분들도 재단으로부터 판결금을 받을 명분이 필요한데 이 명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일본이 줘야 한다”고 단언했다. 박 교수도 “일본은 사실상 외교적으로 우리에게 빚을 진 형국”이라며 기시다 총리 방한 때 일본의 호응을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한일이 수교 60주년을 맞는 2025년 일명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못지않은 미래 비전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진 센터장은 “한일 공동선언은 벌써 할 얘기는 아니다”라며 “2025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으니 그때 여러 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 외에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을 포함한 지역 문제 또는 글로벌한 문제를 한꺼번에 다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여전히 불씨가 남겨진 숙제다. 특히 국내 피해자들 중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제 3자 배상 방식의 해법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배상 받기를 거부하는 피해자들도 있기 때문에 한일 양국이 앞으로 해당 사안을 더 면밀하고 조심스럽게 다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부 피해자들은 이날 정부 해법 수용을 거부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추심하겠다며 신규 소송을 제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앞으로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함께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찾아뵙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정부 해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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