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재 취약 방음터널 패널 교체 ‘지지부진’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참사 2년
정부 플라스틱 소재 교체 행정명령
미완료 전국 10곳 중 광주가 5곳
27일 광주시 남구 진월동 2순환도로 효덕교차로 일대에 있는 진월방음터널 전경. 2012년 준공된 이 터널은 천장과 벽면을 화재에 취약한 PMAA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가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2년을 앞두고 있지만 화재에 취약한 정비 대상 방음터널 중 단 한 곳도 정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전국 방음터널을 대상으로 지난 2월까지 화재에 취약한 플라스틱(PMMA·폴리메틸 메타아크릴레이트) 소재를 교체하라는 행정명령을 각 지자체에 내렸음에도 광주시는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해 2월부터 정부 행정명령을 받아 PMMA 소재로 천장, 벽재를 만든 방음터널 5곳을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비 대상지는 남구 진월, 서구 풍암 서창방면, 풍암 광명메이루즈, 광산구 우산, 북구 광암고가차도 등이다.

광주의 정비 대상지는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공사 미완료 구간 10곳(고속도로 2곳, 지방도 8곳) 중 절반에 달한다.
27일 현재 전국 55곳(고속도로 12곳, 국도 12곳, 지방도 31곳)의 정비가 완료됐다.

광주를 제외한 미완료 구간들은 정비 완료를 앞두고 있다. 경기 군포시, 목포시는 설계를 마무리하고 올해 안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경수고속도로 방음터널 2곳은 이미 공사에 착수했다. 세종시도 설계를 마치고 상반기 착공 계획을 세웠다.

반면 광주시는 지난 4일에야 5개 터널에 대한 설계를 마쳤다.

광주시는 “타 시·도에 비해 광주시는 구간이 긴 방음터널이 많아 예산이 많이 필요해 공사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타 시·도에서는 총 예산이 50억원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광주는 200억원이 넘는 거금이 필요해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 주택 비율이 81.7%에 달하는 ‘아파트 도시’ 영향도 있다고 광주시는 분석했다. 고속도로와 제2순환도로 등 도롯가에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방음터널 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광주시의 방음터널 5곳을 정비하려면 총 22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진월 94억원, 풍암 광명메이루즈 20억원, 풍암 서창방면 28억원, 우산 54억원, 광암고가차도 24억원 등이다.

광주시는 올 상반기 1회 추경을 통해 설계비 1억원을 반영했고, 진월방음터널에 대한 특별교부세 10억원을 받아 정비예산이 태부족한 상태다.

시는 우선 진월, 풍암, 우산, 광암 순서로 차례대로 정비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재원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광주시 재난관리기금에서 진월방음터널에 투입할 예산 84억원도 조달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풍암, 우산 방음터널에 쓰일 예산 102억원을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명목으로 신청했다.

예정대로 재원이 확보되면 방음터널 공사는 내년 말까지 모두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광주시의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사업을 지자체 예산으로만 모두 처리하게 하는 것은 열악한 재정을 가진 지자체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전국적인 예산 감축으로 자체 예산을 세우기도 어렵고, 하던 사업도 취소하는 상황에서 단순 유지관리 차원의 사업에 수백억원 예산을 투입하려다 보니 재원 조달이 쉽지 않았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빠른 시일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2년 12월 29일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고가 났다.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화재에 취약한 PMMA 소재를 방음터널 자재로 썼다는 점이 지목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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