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저 영화 ‘섞어찌개’... 넷플릭스 킬링맘 ‘길복순’
전도연 킬러 미소는 매력적
공개 하루 만에 세계 3위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이런 대사가 배우 전도연(50)의 입에 착착 붙을 줄은 몰랐다. 지난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그는 청부 살인업계 1위 회사의 전설적 ‘일타’ 킬러. 홀로 중학생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지만, 일단 ‘출근’하면 춤추듯 우아하게 흉기를 휘두르고 격투를 벌여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맡은 임무를 성공시킨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세계 3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여섯 나라(지역)에서 1위,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등 9국에서 2위였다. 총 81국에서 톱10.
설경구·임시완 주연의 ‘불한당’(2017)을 만든 변성현 감독이 연출했다. 감독은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끊임없는 블랙 코미디와 피칠갑 액션을 선보였던 ‘킬빌’(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영화를 닮고 싶은 욕심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설정이나 액션의 만화적인 호흡과 속도감에선 ‘존 윅’ ‘킹스맨’같은 영화가 자꾸 떠오른다.
설경구, 구교환, 이솜 등 수준급 배우들이 모였는데 그저 그런 캐릭터로 소비되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액션 영화의 독창성 부족을 흠잡긴 어렵다. 오히려 이런 저런 아쉬움 덕에 전도연의 길복순은 빛난다. “더 셀 필요는 없어, 약점을 찾아내 물고 늘어지면 돼” 같은 대사처럼, 최고 킬러의 자부심을 담은 말을 할 때 그의 입꼬리는 알 듯 모를 듯 살짝 말려 올라간다. 가장 격렬한 격투의 순간을 느린 동작으로 비출 때도 길복순은 같은 미소를 짓는다. 매력적이다.
최강 킬러도 딸 키우기는 실패의 연속이다. 임무 수행 때 곧잘 통하는 머릿속 시뮬레이션도 딸에겐 백전백패. 모녀는 서로에게 가장 위험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 그 딸을 위해 킬러를 그만두기 전 맡은 마지막 임무가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롤러코스터처럼 내달린다.
공개 전인 지난 1월 베를린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다. 전도연의 세 번째 베를린 레드카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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