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침착맨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심윤수 작가와 나눈 대화인데, 몇 년전부터 인터넷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옛날이야기다.

가난한 선비가 과거시험길에 어떤 음식으로 허기를 채웠는데 놀랍게도 이 음식은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세상 밖으로 나왔고 이걸 다시 강물에 씻어서 다시...한양까지 도착해 과거에 급제했다는 내용. 어떤 글은 먹은 게 ‘곤약’이라고도 하고, 어떤 글은 ‘우무’라고도 한다.

어쨌든 이런 얘기가 정말 가능한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서 알아보니까 이건 베스트셀러 동화책 ‘짱뚱이 시리즈’에 나온 흥미로운 내용이다. 그래서 짱뚱이 작가를 직접 취재해봤다.

사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난감해서 자료를 마구 뒤지다가 찾아낸 소중한 단서. 한 동화책 리뷰에 비슷한 이야기를 언급한 걸 발견했다. 2000년대 1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짱뚱이 시리즈>다. 단순히 많이 팔린 것만 아니라 온갖 상을 휩쓴 ‘레전드’ 동화책이다. 신영식·오진희의 고향만화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시리즈는 오진희 작가의 어린시절을 배경으로 남편 신영식 화백이 만화를 그렸다.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전북 장수군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란 오 작가는 지금은 작고한 남편 신영식 화백과 함께 자신의 기억을 만화이자 동화로 살려 책을 펴냈다. ‘짱뚱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지어준 별명이다. 시리즈 중 하나는 5월에 ‘핑구’와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우무 이야기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내용은 시리즈 4권에 나오는데 주인공 짱뚱이의 어머니가 여름날 콩물에 우무를 말아주며 해준 옛날 이야기다. 짱뚱이는 이야기를 듣고 그날 화장실에서 우무가 정말 그대로 나온 걸 확인한 뒤 충격을 받아 오랫동안 우무를 못 먹었다고 하는데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다.

오진희 작가
“우리 엄마가 꼭 여름에는 콩물에 그거를 줘요. 나는 또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막 (싫다고) 그랬는데, (화장실에서 확인한 건) 그것까지는 기억은 잘 안 나요. 그런데 아마 그랬을 것 같아요. 제가 좀 엉뚱한 애라서 그렇고 어쨌든 똥을 누면 우무가 나와요. 해보시려고요?"

오 작가가 우무를 다시 먹기 시작한 건 겨우 몇 년 전부터라고 한다.
오진희 작가
"옛날에 정말 쳐다보기도 싫었던 음식들이 나이가 드니까 먹고 싶은 거예요. 몇 년 전에 엄마가 타주던 콩가루, 콩물에 우무 넣은 걸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먹어요 요즘에는 가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우무는 ‘해초인 우뭇가사리를 쇠솥에 넣고 눅진해질 때까지 삶아서 거르거나 주머니에 넣고 짜내어 냉각시킨 것’이라고 나와있다.
이은경 남도음식문화연구소장
"우뭇가사리를 끓여가지고 그 물을 굳힌 게 우무고요 그 우무를 다시 썰어서 네 동결 건조시킨 게 한천. 전통적으로는 그렇게 우무를 묵처럼 만들어가지고 채썰어가지고 여름에 콩물에 시원하게 이렇게 주로 많이 해서 먹었죠.”

그렇다면 음식연구가가 볼 때 이 이야기는 실화일까.
이은경 남도음식문화연구소장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돼서 흡수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에너지를 얻고 살이 찌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한천(우무)은 소화가 안 돼요 배만 부를 뿐이야. 포만감만 줘요. 그래서 먹고 나면 바로 이제 우리가 싸는 똥으로 나와버리는 거야. 그래서 옛날에는 배고픈 시절에 좀 더럽기는 하지만 씻어가지고 또 다시 먹고 먹고 했다는 이런 말이 나오는 거죠”

이 소장님은 곤약의 경우 감자로 만든 것이라 소화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쓰이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은경 남도음식문화연구소장
곤약은 구약감자를 가루 내 가지고 만든 거예요. 전혀 재료가 다른 거예요.
(왱 : 우무에만 적용되는 얘기네요 그럼) 네 맞아요.

우무는 도대체 어떤 원리로 소화가 되질 않는 걸까. 학계에서도 우무는 특이한 물질로 꼽는다. 100도 근처에 이르기 전까지는 고체로 유지되고, 미생물에도 잘 분해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미생물학계는 우무로 만든 틀 안에서 미생물 배양을 한다.

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우리가 흔히 먹는 우무가 결국 우뭇가사리에서 뽑은 탄수화물인데요. 특성이 독특해서 세균이, 대부분 미생물이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다 다른 영양분을 또 키우면 그 미생물한테 집을 제공하는 벽이 되는 거라서 (우무를) 분해할 효소가 (미생물에) 없어서 그렇죠.”

그렇다면 우무만 먹고 전북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는 게 가능할까. 일단 작가가 당시 살던 전북 장수에서 조선시대 선비가 출발했다고 가정해보면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지지(大東地志)에 조선시대 ‘10대로’ 중 하나로 기록한 ‘삼남대로’를 따라 한양에 갔을 가능성이 큰데, 장수군에서 출발했다면 삼남대로를 타고 갈 때 거리는 300㎞ 정도 된다. 성인 걸음걸이로 하루 8시간을 걸었다고 하면 대략 열흘만에 한양 도성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병원 영양실 관계자
"사람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하죠. 왜냐하면 지방 같은 게 많이 저장이 돼 있거나 이런 것들은 끌어다가 쓸 수 있는 부분이 좀 있어서 며칠씩 먹지 않고 단식하는 사람들 봐도 그렇고 활동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가능은 해요. 재난 사고 났을 때도 이 기간 그동안 재난 상태에서 구조되었을 때도 살아 있잖아요.”

만화에서 보고 신기했던 우무에 이렇게 여러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니.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는데 더운 여름날 시원한 콩국에 우무 말아서 먹으면 그리운 짱뚱이도 생각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