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불다가 유명해진 고1은 현재 톱스타가 됐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과거 학창시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박은빈의 모습이 최근 화제에 올랐습니다.

박은빈은 2008년 9월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아역스타: 누구를 위한 꿈인가?' 편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17세 고등학생이었던 박은빈은 연기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삶을 조명하는 인터뷰에 참여했고,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였어요.

또한 당시 방송에서 박은빈은 촬영 도중 틈틈히 피리를 불면서 실기시험까지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능교육

1992년생인 박은빈은 만 3세이던 1996년 9월 아동복 카탈로그 모델로 데뷔, 같은 해에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도 데뷔했어요.

그렇게 아역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고, 또 30대인 현재까지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배우 박은빈.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터뷰] '하이퍼나이프' 박은빈의 "쉽게 단정 짓지 않는 마음"

박은빈은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고 했다. 배역도, 직업도, 인간으로서도 열린 결말을 택하고 그 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매끄러운 표면만이 아닌 부유하고 가라앉은 어떤 찌꺼기와 불순물들마저도 포용한다. 거르고 거른 순수한 결정체보다 다면적인 부분 그 자체를 받아들이려는 구석이 엿보인다.

"단순한 것보다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다층적으로 쌓아 올리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편"이라는 박은빈은 어쩌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를 '하이퍼나이프' 속 자신의 캐릭터 정세옥에게 한 발작씩 접근했다고 돌아봤다. 불가피하게 "정세옥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만은 없더라도 그냥 빌런으로만 기능하면 안 된다"면서 캐릭터의 온도를 파악했다. 뇌에 대한 집념을 집착으로, 스승 차덕희(설경구)에 대한 존경을 증오로 탈바꿈시키는 정세옥은 그만큼 끓는 점이 낮다.

최근 막을 내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의 주연 박은빈은 극 중 들뜨고 흥분한(Hyper) 상태에서 수술 나이프(Knife)를 드는, 그래서 '사이코패스 천재의사'로 불리는 정세옥으로 변신했다. 박은빈은 "자기 욕구에만 충실하고, 남을 헤아릴 마음도 없는 독선적인 정세옥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드러내기보다 DSM-5(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과 ICD(국제질병분류)의 자료를 참고하며 집도했다. "쉬운 말들로 가두고 싶지 않았다"며 작품 안에 파고들었던 박은빈의 순간들은 "공감은 안 되더라도 이해가 되든, 이해는 안 되더라도 공감은 할 수 있게 설득"하려던 초기의 목표를 충분하게 완수한 것만 같다고 말했다.

● "미화하지 않으려 했다" 박은빈이 진단한 정세옥

브레이크가 없다. 정세옥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본인의 입맛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못 견디긴다. 점차 가속도가 붙는 정세옥의 감정에 제동을 걸 사람은 없다. 수술하다가 죽는 것이 꿈일 정도로 직업을 애정하는 수준을 넘어 생존의 필수 요소로 여긴다. 스승 차덕희로 인해 의사 면허를 잃고 쫓겨났음에도, 위험부담을 안고 섀도 닥터로라도 환자를 만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벌레 보듯 서슴없이 죽이는 잔혹함도 지녔다.

"안 해본 장르, 안 해본 역할을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며 '하이퍼나이프' 출연 동기를 밝힌 박은빈은 "직관적으로 연기했다. 무섭기를 바라면서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나한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윤리성에 대한 고민은 이미 작품 선택 전부터 했던 부분이죠. 어느 방식으로든 살인은 미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대본 작업 중 여러 버전이 있었죠. 정당성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 캐릭터성으로 보여주는 것이 메시지와 맞닿겠다는 마음이었죠. 저는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하지 않는 이상, 따로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찾는 편은 아니에요. 새로운 친구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더라고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박은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세옥의 특성을 내재화했다. "학계에서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의 구분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말한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명칭으로 넓은 의미에서 참고했다"면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갖는 편견을 깨는 것에 집중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에 관심이 없는 것이지 무감정하다는 것과는 별개"라며 "비도덕적이고 양심이 결여"됐다며 캐릭터를 제법 설명할 줄도 안다.

'하이퍼나이프'에서 스승 차덕희 역을 연기한 설경구(왼쪽)와 정세옥 역을 맡은 박은빈. 사진제공=디즈니+

● 스승과 제자, 설경구와 박은빈

'하이퍼나이프'는 의학드라마의 외피를 썼지만, 병원 내부의 에피소드에 집중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데칼코마니 마냥 똑닮은 사제지간에 집중한다. 오랜만에 정세옥 앞에 나타난 차덕희는 자신의 질환인 브레인스팀 글리오마(뇌간에 생긴 종양)을 수술해 달라는 뜬금없는 요구를 정세옥에게 한다. 밀어붙이고 거부하는 두 사람은 결국 난장판이 된 형국을 마주한다. "세옥이 강한 애착을 느낀 것은 맞지만,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 가두고 싶지는 않다"는 박은빈은 인터뷰에서 실제 대본을 넘기며 말했다.

"대본에 헨델의 아리아 '나를 울게 하소서'라는 음악이 나오는 것이 지정되어 있었다"는 박은빈은 "작가님께 여쭤봤더니 '덕희가 세옥을 울리는 이야기'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정체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감독님과는 생각이 달라 음악이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기본 골자를 그렇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덕희를 연기한 설경구와는 직접 맞부딪치는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전화를 걸어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작품의 캐릭터들이 서로 지레짐작하면서 닮았다고 생각했다면, 현실의 배우들은 유사한 면을 찾기 위해 거리를 좁힌 셈이다.

"모든 배우들한테 그러지는 않아요.(웃음) 작품의 특수성이 80% 정도 된달까요? 세옥과 덕희가 서로만을 생각하는 내용인데,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이 한정적이었죠. 제가 촬영한 장면들에 대한 현황 체크 겸 브리핑이었던 것 같아요. 혼자만 하는 생각으로 그치는 것인지, 선배님이 생각하시기에는 어땠는지요. 돌다리를 다 두들겨봐야겠더라고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었죠. 연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신 적은 없어요. 아쉽다거나 잘했다거나 하는 평가들이요. 궁금했지만, 저 역시도 쉽게 단정 짓거나 평가 내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잘 맞았던 부분을 꼽자면, 현장을 대하는 온도와 마음가짐이 닮은 것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낯설고 어렵다"는 박은빈은 30년차를 맞으면서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점을 이제는 인정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30년 차의 마음가짐

1996년 만 3살의 나이에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박은빈은 인생의 절반 아니 대부분을 연예계에서 보냈다. 배우가 아니었던 세월이 더 짧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박은빈에게는 자연스레 다양한 유형의 이미지들이 따라붙었다. '똑 부러진다', '단단하다', '모범적이다'는 등 수식어들은 그의 연기자로서 '정체성'이자 깨부숴야만 하는 장벽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이퍼나이프'의 정세옥으로 잔인하고 지독한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가에 대해 박은빈은 "이미지 탈피를 하고 싶었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박은빈이 가진 이미지 편견을 깨부수고 싶다'는 인터뷰를 하셔서 깜짝 놀랐죠.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는데, '혹시나 나를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셨을까'라는 되돌아오지 않는 물음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 같아요. 일을 한 지 오래되어 작품수가 많다 보니, 모든 것을 보기란 힘들죠. 물론 그런 틀이이나 인상들을 말 그대로 깨부수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승부욕이 많은 타입은 아니지만, "불합리한 것들, 스스로 타협할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근거와 논리를 찾는 편"이라는 박은빈은 '하이퍼나이프'의 정세옥과의 비슷한 점을 발견해 꺼내 놓았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잘 다루거나 통제하는 식의 좋은 방향"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효율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은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세옥"과는 다른 점이기도 하다.

"30년차를 맞은 소감이요?(웃음)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꿈에 대해서 자문자답을 많이 했어요. 칭찬, 인정받는 재미가 분명 저를 바르게 인도한 것도 있지만, 나의 꿈이 다른 곳에 있지는 않은지 항상 탐색하곤 했죠. 그 시간들은 저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낯설고 어렵죠. 이만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직업이 있나? 제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점을 이제는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때로는 너무 내성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조차도 사회성을 기르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새로운 무대로 나아간다. 내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원더풀스'이다. 박은빈은 "이 작품도 '하이퍼나이프'처럼 다른 의미의 미친 경향이 있다"면서 웃었다. 차은우, 김해숙, 최대훈, 임성재, 손현주 등과 호흡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