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 있던 자리에 관광·숙박시설로 들어선 ‘강릉 희망하우스’ 가보니[현장]

텅 빈 통일공원 함정전시관 터에 오토캠핑장과 펜션형 시설 조성
평소엔 관광 숙박시설로, 재난 땐 이재민 임시 주거공간으로 활용
강원 강릉시 강동면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 앞 해안가는 30년 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1996년 9월18일 무장공비 26명을 태우고 이 일대 해안으로 침투하다 좌초한 북한 350t 상어급 잠수함이 발견되면서 49일간 대간첩작전이 펼쳐졌다. 무장공비 중 대부분인 24명이 죽었고 국군장병과 민간인 등 10여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강릉시는 이 인근에 1만3223㎡(4000여 평) 규모 ‘통일공원 함정전시관’을 만들어 2001년부터 북한 잠수함과 한국전쟁 때 활약한 해군 퇴역함정인 전북함을 전시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등으로 관광객이 급감했다. 2021년 전북함을 해체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북한 잠수함도 해군 1함대 사령부로 이전했다.
이렇게 텅 빈 통일공원 함정전시관 터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던 강릉시가 조성한 곳이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다. 이 곳은 18면 규모의 오토캠핑장과 소규모 펜션형 숙박시설인 희망하우스 12동, 샤워장, 화장실, 개수대 등을 갖췄다.
희망하우스는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기부한 임시조립 주택을 증·개축해 만든 것으로,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숙객이 사계절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객실 내부에 침구류와 냉·난방장치를 비롯해 취사할 수 있는 주방 공간 등 각종 설비를 갖췄다.
강릉시는 희망하우스를 평소에는 관광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산불과 태풍 등 재난 발생 시에는 이재민에게 임시 주거 공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찾은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 주차장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는 관광객들로 분주했다. 몇몇은 아쉬운 듯 희망하우스 앞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기 수원에 사는 김서현씨(36)는 “지난 밤 객실 창문을 열고 잔잔한 파도 소리도 들으며 밤바다 정취를 만끽했다”며 “피서철에도 다시 한번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일공원 함정전시관일 때도 이곳에 와봤다는 한 관광객은 “동해안의 주요 안보 관광지였던 곳이 이색적인 관광 숙박시설과 오토캠핑장으로 바뀐 걸 보니 놀랍다”며 “객실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정동진으로 향하던 중 잠시 들렀다는 이성준씨(48)는 “바다 전망이 너무 좋다.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꼭 오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하우스 숙박 가격은 1박 기준으로 비수기 주중 8만원·주말 10만5000원, 준성수기(7월1일~9일, 8월21일~31일) 주중·주말 10만5000원, 성수기(7월10일~8월20일) 주중·주말 13만원이다. 캠핑장 이용 요금은 비수기 주중 4만 원·주말 5만원, 준성수기 주중·주말 5만원, 성수기 주중·주말 6만원이다. 위탁 운영을 맡은 강릉관광개발공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찬다”며 “바다내음 캠핑장·희망하우스가 강릉 남부권의 새로운 숙박 명소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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