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기자-37] 부동산세 기준삼는 공시가격이란 국토부, 공시가격 산정방식 개선 文정부 도입 ‘현실화율’ 폐지 추진 집값 그대로면 공시가 변동도 無 법 개정 필요...야당 동의 변수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질 당하는 부동산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공시가격 제도’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한번 대대적으로 달라진 적 있는데요. 최근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이 제도를 바꾸고 나섰습니다. 도대체 정책이 왜 이렇게 뒤집히는 걸까요. 달라진 제도가 미칠 영향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공시가격이란?···정부가 정하는 집값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택 가격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시장가격과 공시가격입니다. 시장가격은 주택이 실제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가격입니다. 흔히 시세라 불리죠. 반면 공시가격은 정부가 정하는 주택 가격을 뜻합니다. 1989년부터 정부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대한 가격을 조사해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굳이 왜 이러냐고요.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서입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할 때 기준가격으로 쓰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현재 공시가격이 12억원 이상인 집을 가진 1주택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공시가격은 지역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험 등 67개 제도의 기준으로 쓰이는 중입니다.
시세와 큰 차이···유형별로 제각각 문제
제도가 오래되며 여러 문제점도 나타났습니다. 특히 공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가 꽤 나는 점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에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장가격의 69%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만약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이라면 공시가격은 6억 9000만원 정도였던 겁니다.
주택 유형별로 시세 반영률이 다르기도 했습니다. 다시 2020년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69% 수준이었는데,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의 53.6% 수준에 그쳤습니다. 단독주택 시세가 10억원이라면 공시가격은 5억 3600만원 선이었던 겁니다.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라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종로구 평창동 등에 있는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시세의 절반 수준인데, 지방 저가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69% 수준이었으니 말입니다. 아파트 소유주를 중심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2020년 11월 부동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이른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입니다.
文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발표
현실화라는 건 쉽게 말해 공시가격을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나지 않게 올리겠단 거였습니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90% 수준을 반영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이라면 공시가격이 9억원은 돼야 적정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2030년까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시세의 90% 수준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아예 공시가격을 구하는 산정방식도 바꿨습니다. 시세 대비 공시가를 얼마나 할지 ‘시세반영률’과 시세와 공시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현실화율’을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2021년 공시가격은 바뀐 방식(시세X(시세반영률+현실화율))에 따라 정해졌죠. 그런데 2021~2022년에 집값이 크게 오르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세가 오르는 가운데 인위적인 인상분인 현실화율까지 더해지니 공시가격이 확 뛴 겁니다. 덩달아 세금 부담이 커졌습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2020년엔 7조 3000억원 부과됐는데, 2021년엔 10조 7000억원이나 걷혔습니다. 불과 1년 사이 세금이 3조 4000억원 늘어난 거죠. 2022년 하반기부턴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현실화율 때문에 공시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尹정부 “현실화 계획 폐지”···시세변동만 반영
윤석열 정부는 이에 2023년 현실화 계획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3월 들어선 아예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9월엔 후속 조치도 내놓았는데요. 공시가격 산정방식을 2020년 이전과 비슷하게 돌려놓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핵심은 시세 변동만 반영하는 겁니다.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도 오르고, 집값이 내리면 공시가격도 내려가도록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현실화율이란 인위적인 인상분은 덜어낸 겁니다. 기준을 전년도 공시가격으로 잡고, 여기에 시장 변동률을 가감하는 방식으로 매년 공시가격을 구할 예정입니다. 실거래가 없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액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부동산 시장의 변동률을 판단합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사이 공시가격 균형성을 맞추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을 평가해 ‘균형성 평가 기준’에 어긋나는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지정하는 식입니다. 균형성이 낮다고 평가된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다시 산정되도록 요구할 계획입니다.
시세 30억 1주택자 보유세, 926만원→890만원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산식을 쓰면 기존 산식보다는 공시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새로운 산식을 적용하면 시세가 30억원인 주택은 기존 산식으로 구한 것보다 공시가격이 6500만원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세 6억원 주택의 공시가는 기존보다 900만원, 9억원 주택은 1900만원, 12억원 주택은 2500만원, 15억원 주택은 3200만원 줄어듭니다. 물론 이는 작년 대비 올해 변동률(1.52%)을 가정한 수치입니다. 올해 서울 집값이 전반적으로 올라서 내년 변동률은 이보단 클 것으로 보입니다.
세무사인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이를 토대로 시세 30억원 집의 내년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보유세 상승률이 기존 방안(12.7%)보다 5.2%포인트 가량 줄어든 7.5%로 나타났습니다.
시세 30억원 집을 가진 1주택자가 기존엔 보유세로 926만원 정도를 내야 했는데, 앞으론 890만원 정도 부담하는 겁니다. 시세 15억원 집의 경우 보유세 상승률이 6.05%에서 5.88%로 소폭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드시 법 개정 필요···야당 과연 동의할까
다만 위에 설명한대로 공시가격 산정방식을 바꾸려면 반드시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돼야 합니다. 때문에 과연 실현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계속 나옵니다. 현재 국회가 일명 ‘여소야대’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여당이 적고 야당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190석 가량 되는 범야권의 동의 없이는 어떤 법도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죠. 게다가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계획을 폐지하겠다는 건데 거대 야당이 동의해줄지 미지수입니다. 일단 국토교통부는 법안이 올해 통과될 기미가 없으면 11월에 후속 조치를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
202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도를 돌리는 만큼 기존에 제기되던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공시가격 균형성을 맞추는 방안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우 전문위원은 “현실화 계획은 목표치가 너무 급격하게 잡혀서 (세부담 등)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적어도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사람이 공시가격 보정을 잘하면 괜찮겠지만 잘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급격한 보유세 부담 문제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서울과 수도권 등 실거래가와 감정평가액이 오르는 지역은 공시가격 인상폭이 조금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 공시가격의 양극화도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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