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에 전조등을 끄고 달리는 이른바 '스텔스 차량'이 사실상 퇴출된다. 정부가 전조등·후미등 자동점등을 의무화하고 전기차 회생제동 시 제동등 점등 기준까지 강화하면서 자동차 안전기준을 대폭 손질했다.
국토교통부는 5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자동차 안전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전조등·후미등 자동점등 의무화, 전기차 제동등 기준 개선, 운전자지원 첨단조향장치 기준 신설, 화물차 후부안전판 강화 등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스텔스 차량' 방지 대책이다. 최근 디지털 계기판과 주간주행등 확산으로 운전자가 전조등이 켜졌다고 착각한 채 야간 주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조등과 후미등이 꺼진 상태여서 뒤따르는 차량이 발견하기 어렵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일부터 제작·수입되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자동차에는 주변 밝기를 감지해 전조등과 후미등을 자동으로 켜는 기능이 의무 적용된다. 운전 중 임의로 전조등을 끄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전기차 운전자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과 관련한 안전기준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 회생제동이 작동하더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동등이 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뒤차 운전자가 앞차의 감속을 인지하지 못해 추돌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회생제동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감속(1.3㎨)이 발생하면 제동등이 자동으로 점등되도록 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후방 추돌사고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마련됐다. 공장이나 물류창고처럼 협소한 공간에서 운전자가 차량 밖에서 원격장치로 차량을 저속 이동시키는 원격 조종 기능에 대한 기준이 신설된다. 또 운전자가 의식을 잃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량이 스스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정차하는 비상자동정지 기능에 대한 기준도 포함됐다.
중대형 화물차와 특수차량의 후방 안전성도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후부안전판 강도 기준을 기존 10톤에서 18톤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높였다. 후부안전판이 충격을 받았을 때 뒤로 밀려나는 변형 허용치도 기존 400㎜에서 300㎜로 줄였다. 시행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적용된다.
박용선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이번 개정은 자동차 기술 발전과 연계해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선제적 조치"라며 "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루면서 안전한 자동차가 제작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준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