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치매 위험, 커피·차 마시면 줄어든다?

- 커피 하루 한 잔, 차 4~5잔 마실 때 치매 위험 가장 낮아
-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근거 충분치 않아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커피 또는 차를 꾸준히 마심으로써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내용에는 성급한 일반화의 여지가 있지만, 적절히 필터링한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뉴스 투데이’에 게재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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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치매의 연관성

고혈압이 있는 환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치매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라 비율은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치매 환자 중 적게는 11% 많게는 50% 이상이 비정상적인 혈압 수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산타모니카의 태평양 신경과학연구소(Pacific Neroscience Institute) 소속 신경과 전문의인 버나 포터 박사는 “중년의 고혈압은 혈관성 치매 및 알츠하이머를 유발할 수 있는 뚜렷한 위험 요인이다”라며 “고혈압이 뇌 혈관을 손상시키게 되고, 이것이 인지 기능 감소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만성 고혈압은 미세혈관의 경색, 병변 축적, 혈뇌장벽 붕괴 등을 초래해 신경퇴행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고혈압은 당뇨, 고지혈 등의 혈관 관련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인지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커피와 차, 치매 위험과 연관이 있는가?

중국 닝샤성의 닝샤 의과대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획득한 45만3천 명의 데이터를 활용, 커피 및 차 섭취와 치매 위험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고혈압 증상이 있는 참가자가 커피를 마시는 경우, 치매 발병과 뚜렷한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커피 소비와 치매 위험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J자 형태가 된다. 이는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거나 과도하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 적정량 마시는 경우 치매 위험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고혈압 환자 중 매일 커피 반 잔 또는 한 잔 정도를 마시는 경우와 매일 여섯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반 잔~한 잔을 마시는 환자들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발병 가능성이 더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차 소비와 치매 위험 사이에는 U자 형태의 그래프가 그려졌다. 형태는 다르지만 이 역시 적당량을 마시는 사람이 가장 덜 위험하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매일 4~5잔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위험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커피의 종류에 따라 다를까?

알다시피 커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원두의 품종부터 추출 방법까지 다양하다. 연구팀은 디카페인 커피와 일반 커피를 두고 비교했다. 그 결과 카페인을 줄이지 않은 일반 커피를 마셨을 때 치매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커피와 차에 함유된 카페인 성분은 치매에 해로울 거라는 인식이 있다. 연구팀에서도 자체적으로 이러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카페인 섭취와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카페인 섭취와 치매 간에는 U자 형태의 그래프가 그려졌다. 즉,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쪽이 가장 발병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고혈압이 없는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W자 형태의 연관성이 관찰된 것과 비교해볼만한 대목이다.

임상 전문가, “더 많은 데이터, 카페인 연관성 입증 필요”

한편, 이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참가자들의 데이터가 모두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영국 백인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므로, 다른 인종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미지수다.

둘째, 이 연구는 카페인과 치매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한다.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데이터의 일부는 당사자 문진을 통해 작성되기 때문에, 객관성 및 정확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피와 차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 해당하는 참가자의 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45만여 명의 참가자 중 아예 섭취하지 않거나 적당량만 섭취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과도한 섭취’라고 할 정도로 하루에 많은 양을 마시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표본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버나 포터 박사는 “임상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발견을 현장에 대대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라며 “항산화 효과, 혈관에서의 변화 등 카페인의 직접적인 작용과 관련된 메커니즘이 언급돼야, 향후 지침 형성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포터 박사는 “만약 이 주제에 대한 추가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그때는 고혈압이 있는 치매 위험 환자들에게 예방 전략으로서 커피나 차를 권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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