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지 ‘전수조사’ 넘어 ‘지역계획’으로 연계하자

최근 한국 농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농지’다. 올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가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내려진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지시는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하고,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현행 ‘농지법’상 농지는 지목이 전·답, 과수원인 토지는 물론, 실제로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 식물을 재배하는 모든 토지를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현재 국가데이터처에서 공표하는 ‘농업지역조사’는 표본 약 3만2000개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누가 땅을 소유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단기적 조사를 넘어, ‘누가 이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장기적 설계에 나서야 한다. 현행 ‘농지법’ 제48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10년마다 ‘농지관리 기본계획’을, 시장·군수·구청장은 이를 바탕으로 5년마다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필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마을 농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지역 밀착형 농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농민들의 구체적인 이용 실태나 향후 처분 계획이 충분히 담기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상속농지 중 미경작지율은 54.7%에 달하며, 전체 상속농지의 절반 이상이 휴경 상태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필자가 2024년 농민 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65세 이상 농민의 4분의 3은 후계자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82.4%는 자녀에게 농지를 상속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향후 고령농민이 은퇴할 때, 비농민 소유의 상속농지가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 마을 비농민의 상속농지를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할지 계획이 필요하다.
정부는 농지를 집적화해 경영을 규모화하는 ‘공동영농법인’을 2030년까지 100곳 육성하고, 정예화된 청년 농업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예비 농업인 제도’도 도입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농지’를 누가, 얼마나, 어떻게 경작할 것인지에 대한 현장의 의향이 계획과 일치해야 한다. 마을 농민들의 경작 의향과 처분 계획이 먼저 파악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지역계획(地域計 画)’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기존의 ‘사람·농지 플랜’을 보다 구체화해 지구 단위의 ‘지역계획’ 수립을 의무화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10년 후 미래의 농지이용계획’이다. 가장 큰 특징은 필지별로 현재 이용권자를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핵심 농업경영체를 중심으로 10년 후 해당 필지를 누가 경작할지 명부에 명시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농촌공간재구조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시·군 단위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제는 마을 농지를 누가 지키고 관리할지 농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이 지역 농지이용계획에 따라 농지 집단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계 인력을 육성하는 체계를 연계해야 한다. 이러한 농민들의 마을 농지에 대한 이용과 관리 계획 수립은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가 마을 농민들의 의지를 담아내는 ‘정례화된 농업이용과 관리계획’으로 확장되고, 마을 농민이 농지이용과 관리계획을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향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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