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9일 오후 1시 58분,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정비 중이던 214급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내부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작업에 투입됐던 인원 47명 중 46명은 긴급히 대피했으나, 청소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소속 60대 여성 1명이 함 내부에 고립돼 연락이 끊겼다.

1시간 58분 만의 진화, 그러나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약 40분 만인 오후 2시 3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장비 30여 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섬다. 오후 3시 56분 불길은 잡혔지만, 안에서 작업 중이던 인원의 행방은 그 시점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파란 불꽃이 배터리룸에서"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은 잠수함 배터리룸 부근에서 파란색 불꽃이 틀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배터리는 밀폐 공간에서 작동하는 만큼, 한 번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큰 장비다.

214급, 어떤 잠수함인가
홍범도함이 속한 214급은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1,800톤급 디젠·잠수함의 핵심 전력 중 하나다. 안중근함, 김좌진함 등과 함께 우리 잠수함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협력업체 노동자, 다시 도마에 오른 안전
함 내부에서 청소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60대 여성은 협력업체 소속 작업자였다. 한국 조선·방산 현장에서 반복돼 온 협력업체 노동자 안전 문제가, 군 자산을 다루는 시설에서까지 동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책임 소재, 어디로 향할까
화재 원인이 정비 과정의 작업 절차에 있는지, 잠수함 자체 결함에 있는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된다. 경찰과 군 당국은 합동 조사에 착수했으며, HD현대중공업의 안전 관리 체계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 한 척의 화재가 묻고 있는 것
단 한 척의 잠수함 사고지만, 이번 화재는 한국 잠수함 전력의 정비 체계, 조선소 안전 관리, 그리고 협력업체 노동 환경까지 하나의 질문으로 묶어 던지고 있다.
함 내부 어둡 속에서 멈춰 선 청소 작업자의 시간, 그리고 그 옆에서 불에 그을린 한국 해군 자산. 이 두 장면이 이번 사고가 남긴 가장 무거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