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된 구축아파트 천장에 있는 '이것'? 어머 정말 놀랍네..!
안녕하세요 :) 요리를 좋아하는 회사원 남편과 6년 째 같이 살고 있는 파티셰 율지입니다. 7살 고양이 모찌와 함께 알콩달콩 살던 2인 1묘 가정에 올해 초 찾아온 탄이가 태어나, 현재는 인생 86일차 아기와 함께 네 가족이 되어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오늘의집에 저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장거리 연애에서 주말부부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남편의 사택을 셀프로 꾸며 살다 주말부부 생활을 정리하고 사택을 떠나 온전한 저희 집을 갖게 되었어요. 대학생 때부터 독립해 산 덕분에 취향과 하고 싶은 것들이 명확했고 특히 사택에서 셀프 인테리어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이번 집에서는 보완하려고 했어요.
도면
예산에 맞는 집을 보러 다니던 중, 복층이 있는 이 아파트를 알게 되었고 1년 8개월의 기다림 끝에 현재 집으로 이사올 수 있었어요. 1층은 25평 구축 아파트의 평범한 구조로 거실과 욕실 앞 방이 베란다 확장이 돼있는 집이었고 2층은 거실을 제외한 공간이 디귿자 형태로 서비스 공간으로 있었어요.
공사가 진행 중일 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서재방이었던 곳이 아기방으로 갑자기 용도가 바뀌었지만 시스템 가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변경할 수 있었어요. 저희의 라이프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는 다락이 있는 작은 집을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이사 온 이 아파트는 17년 차 구축 아파트로 탑층에 다락이 있어 매력적이에요. 비슷한 예산으로 조금 더 큰 평수의 단층 매물이 있었지만 티비와 소파가 없는 거실 생활에 익숙한 저희에게 넓은 거실 구조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평수는 작지만 천고가 높아 답답함이 없고 남향이라 따뜻한 점이 마음에 들었죠.
베란다 확장 외에는 입주 당시 그대로의 상태라 전면적인 공사가 필수였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레퍼런스를 반영했고 무엇보다 애정을 가지고 오래 사용하던 가구나 소품이 새로운 집에서 겉돌지 않도록 톤을 잡았어요.
집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정확히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개입이 많은 곳보다는 저희가 원하는 것을 센스있게 캐치해주시고 기술적으로 구현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았고 플라츠 디자인 스튜디오(@platzdesignstudio_)대표님과 실장님의 감각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현관 Before
현관 After
전실 바닥은 처음엔 '당연히 타일이지'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카페에서 봤던 콩자갈을 제안해서 시도해 봤어요. 집의 첫인상이 포근하고 따뜻해 보여요. 무엇보다 관리가 쉽고 오염이 눈에 띄지 않아 청결해 보여 좋네요.
스틸로 제작된 심플한 우산걸이는 NNN의 제품으로 우산과 함께 마스크와 차키를 올려 둘 수 있어 실용적이에요. 바닥에 자갈도 포함된 제품인데 전실의 콩자갈과 잘 어울려요.
전실의 톤을 정리하고 수납 공간을 만들었어요. 7살인 반려묘 모찌는 늘 저를 쫓아다니며 뭘 하는지 감시하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에요.
거실에서 전실 창으로 보이는 뒷산뷰가 멋져서 중문은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로 제작했구요.
중문 앞에 있던 붙박이 장을 제거하고 하프장을 짜서 답답한 느낌을 많이 줄였어요.
하프장 위에는 제가 좋아하는 스티키몬스터랩의 램프와 인센스, 캔들, 외출할 때 OOTD를 완성하는 향수를 올려뒀어요. 인센스는 훈옥당의 제품을 좋아하구요, 올해 가장 많이 뿌린 향수는 바이레도의 집시워터에요. 남편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중성적인 향을 선호해요.
거실 Before
대대적인 공사가 있었던 거실입니다. 거실의 미션은 두가지였어요. 산장에 있을 것 같은 샹들리에, 거실벽을 두르고 있는 박스 조명, 아트월은 모두 제거해서 최대한 깔끔하고 넓게 보이기! 그리고 다락으로 향하는 계단 공사였죠.
기존 구조는 천장에서 히든 사다리를 꺼내 다락을 가는 구조였어요. 처음에는 집이 작으니 계단도 최대한 작게 제작하거나, 구석으로 숨기고 싶었는데 계단이 작으면 경사가 높아져서 위험한 건 마찬가지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하게 계단을 드러내자라고 결심했어요.
거실 After
거실 1/4가량을 계단으로 할 수 있었던 건 거실에 티비와 소파가 없기 때문이에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사용하는 거실에서 소파에 앉아 모두의 시선이 티비로 몰리는 게 저는 싫더라구요. 결혼 전, 소파에서 드라마를 보는 게 낙이었던 남편인데 그의 인내와 배려로 사택에서부터 소파 없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계단을 놓으면서 다락 입구 방향도 바꾸고 환기와 개방감을 위해 내력벽을 피해 창을 만들어 주었어요. 일반 아파트에선 잘 볼 수 없는 구조에 이국적이기도 해서 집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원형과 사각형의 중간 모양의 상판을 가진 큰 테이블은 프리츠한센의 아날로그테이블로 제가 가장 애정하는 가구에요. 남편이 만든 음식을 나눠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공부도 하는 공간으로 집의 중심에서 저희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가구가 아닐까 싶어요.
층고가 높아 루시에어의 실링팬을 설치했구요. 실링팬을 사용할 때 천장 매립 조명의 그림자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알록달록한 벽등을 따로 달았어요. 삼색 컬러가 포인트인 이 조명은 사용하지 않을 땐 벽으로 밀어놓아요.
중문 앞과 거실에는 웜그레이테일의 일러스트와 제주도에서 찍은 결혼사진을 걸어뒀어요. 그림을 걸어두는 것은 공간에 창을 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는 말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서, 처음부터 이 벽에는 그림을 걸어둘 자리로 생각해서 와이어 액자걸이를 시공했어요.
거실 한켠엔 다정한 저희 집 고양이 모찌의 공간과 레어로우의 시스템 선반을 설치해서 티백이나 커피를 정리해두었어요. 거실에서 음악을 자주 틀어놓는데 뱅앤올룹슨의 A1 스피커는 사이즈는 컴팩트 하지만 사운드가 풍부해요.
바닥은 모두 마루로 시공했어요. 거실과 천장이 화이트라 바닥은 조금 눌러 줄 수 있는 무거운 컬러였으면 해서 월넛에 가까운 컬러로 선택했고 제작 가구, 중문, 계단의 손스침까지 모두 비슷한 컬러로 제작했어요. 가로세로가 교차하는 패턴을 하고 싶어서 부탁드렸는데 시공비는 조금 더 들었지만 정말 마음에 들어요.
집의 모든 스위치는 메탈 소재의 토글 스위치에요. 화이트와 우드톤이 메인인 공간에서 메탈 소재가 들어가니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 같지 않나요? 불을 켰을 때 똑딱하는 느낌과 소리가 좋아서 혼자 살 때부터 쭉 선호하는 아이템이에요.
안방 Before
큰 방문과 붙박이장이 있던 안방이에요. 안방이 작은편이라 붙박이장은 모두 철거했고 방사이즈에 비해 너무 큰 방문은 가벽을 쳐서 입구 폭도, 문사이즈도 조금 줄이기로 했어요.
안방After
저와 남편, 모찌가 자는 침실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었으면 해서 침대 헤드 쪽 벽을 합판으로 마감했어요.
벽 등은 쓰던 제품인데 이전 집은 전기 공사를 따로 할 수가 없어서 콘센트에 꽂아 쓰는 형태로 사용했어요. 전원 콘센트를 제거하고 전기 공사를 통해 매립을 했고, 그 아래에는 안방의 모든 조명을 끌 수 있도록 스위치를 달았어요. 자려고 누웠다가 불 안 꺼서 서로 끄고 오라며 투닥거린 경험 한 번쯤 있잖아요? 이 스위치 덕분에 침실의 평화가 찾아왔어요.
침대 맞은편엔 모찌가 자는 숨숨집이 있어요.
침실과 침실 화장실이 작아서 여닫이 문을 없애고 키티버니포니의 패브릭으로 공간을 분리했어요. 과감한 패턴으로 제작했더니 그림을 걸어둔 것 같은 효과가 나요. 파스텔 톤보다는 채도가 확실한 컬러를 좋아하는데 침실은 눈이 편안했으면 해서 유난히 딥한 그린 컬러가 많네요.
주방 Before
주방 After
파티셰인 저는 늘 주방에서 일을 하다보니, 집에서는 오히려 요리를 잘 안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 집 메인 쉐프는 남편이에요. 남편 키가 큰 편이라 기존 주방보다 한 뼘 정도 높게 조리대와 아일랜드를 제작했고, 오랜 로망이었던 스테인리스 상판을 얹었습니다. 브랜드 상판은 가격이 고가라 망설였는데 감사하게도 플라츠 디자인 스튜디오(@platzdesignstudio_)대표님께서 예쁘고 튼튼하게 제작해주셨어요.
사람들을 초대해서 직접 요리해서 먹고 마시는걸 좋아하는 저희 부부는 식기세척기가 꼭 필요했는데 동생이 이사선물로 독일이모님을 하사해줬어요. 없었던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대만족이에요.
나무, 대리석 상판 모두 사용해봤지만 스테인리스 상판이 요리할 때 가장 편해요. 생각보다 관리도 쉽구요. 일 때문에 여러가지 조리기구를 써보니 스테인리스가 가장 위생적이고 내구성이 좋아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주방의 주변 집기류나 정리대 모두 스테인리스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주방 타일은 안방 화장실의 타일과 같은 종류로 색깔이 어두워서 음식물이 튀어도 크게 티 나지 않아 주방이 깨끗하게 보이는 게 장점이에요. 주방 타일 청소 정말 귀찮고 힘들잖아요. 컬러타일 적극 추천합니다!
좁아보이지 않기 위해 상부장을 달지 않았고 행잉스터프의 아두닉 시리즈를 설치해 자주 쓰는 그릇과 컵을 배치했어요. 그 외 그릇과 컵은 모두 서랍장에 넣어 보관하는데, 어떤 그릇이 있는지 한눈에 보여 편하고 바로바로 꺼내서 사용할 수 있어요. 먼지가 쌓이지 않는 점도 좋구요.
주방과 연결된 뒷 베란다에는 냄비를 보관하고 앞 베란다가 협소해서 설치하지 못했던 의류건조기도 뒷베란다에 설치했어요. 아기의 맘마존과 팬트리를 만들어 주방 공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어요. 팬트리에는 실온 보관이 가능한 식재료와 밀폐용기 등을 보관하고 있어요.
다락공간
다락은 디귿자 구조인데 가운데 복도를 기준으로 왼쪽 다락은 창이 없고, 오른쪽 다락은 삼각형의 창이 있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왔을 때 마주하는 복도에는 장을 짜서 이불, 물놀이 용품 등을 정리해두었어요. 다락이 박공지붕 형태라 죽는 공간인데 장을 짰더니 깔끔하고 사용도가 높아졌어요.
창이 없는 왼쪽 다락은 창고처럼 사용하는데 여행용 캐리어, 계절 가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아기 용품 같은 큰 짐을 보관할 수 있어 편리해요.
오른쪽 다락 입구에는 제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굿즈를 보관해두었어요. 나이가 들고, 엄마가 되어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잃지 말자는 생각으로 만든 공간이에요.
창이 있는 다락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엔 저의 홈 짐으로 사용되던 공간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 아기의 놀이방이 되었어요. 크고 알록달록한 아기 장난감을 모두 올려서 아직 1층 생활 공간의 톤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공간이에요. 아기가 조금 크는 내년 봄 쯤엔 본격적으로 놀이방으로 꾸며줄 예정이에요.
마치며
온라인 집들이를 위해 집안 구석 구석을 다시 한 번 매만지고 바라보니 제가 있는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져감을 느껴요. 인테리어라는게 누군가에겐 소비적인 일일 수 있지만 편한 동선과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집은 저희에겐 휴식과 같은 의미라서 참 잘했다 싶어요.
오늘의집을 통해 멋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엿보면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았던 것 처럼, 제 글 역시 그렇게 닿기를 바래봅니다. 모두가 스스로를 닮은 자신의 공간에서 행복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