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첨단산업 보조금 美中日은 수십조씩 퍼붓는데 한국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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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정부만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국가가 나서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한국은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중국이 2012년부터 디스플레이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 이후부터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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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재정 사정 등을 이유로 보조금 투입을 주저하는 동안 세계 각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다걸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하고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보조금 지원에 390억 달러(약 53조 원)를 배정했다.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 미국 기업이 나왔다. 일본은 약 18조 원, EU는 64조 원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책정했다. 중국이 SMIC 등 반도체 기업에 지원한 보조금은 지난해에만 4조 원에 이른다.
이차전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기업이 없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으로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보조금 지급 대상을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로 확대했고, 일본은 도요타에 이차전지 관련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반면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한국 이차전지 산업은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최근 2년간 세계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타국이 전략 투자를 확대하면 순식간에 따라잡힐 수 있음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중국이 2012년부터 디스플레이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 이후부터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적기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겨우 근소하게 앞서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도 언제 주도권을 내줄지 알 수 없다.
‘반도체 제국’이라 불리던 인텔의 몰락에서 보듯 첨단 산업에서 영원한 1등은 없으며, 한 번 경쟁에서 밀리면 회복하기 힘들다. 대규모 기반시설과 초격차 기술 개발이 필요한 첨단산업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다. 그런데도 정부의 지원은 저리 대출과 세제 혜택이라는 생색 수준에 그치고, 지원 법안은 국회에서 정쟁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첨단산업에서 주도권을 잃으면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까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정부는 말로만 “첨단산업은 국가의 생명줄”이라고 외치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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