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교사 "정상" 소견서 비난 봇물…정신과 의사들 "증상 급속 악화가능성도"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입장문 보니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김하늘양을 무참히 살해한 40대 교사에 대해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소견서를 내줘 복직할 수 있게 한 의사에 대해 비난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적극적인 치료로 일반적인 경과보다 빨리 호전되기도 하듯이, 치료 중단으로 급격히 악화한다"면서 의사를 비난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4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으로 헤아리기 힘든 큰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유가족과 해당 학교의 학생 및 관계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안전하다고 여겼던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을 전국의 많은 학생과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안타까운 오해가 퍼지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휴직·복직 과정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향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고 더 건강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몇 가지 입장을 전달하려 한다"고 밝혔다.
먼저 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여부로 개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평가할 수 없다'는 데 강조했다. 이들은 "심각한 질환도 진료받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가벼운 스트레스로 방문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순서대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기에, 치료받은 이력 자체가 심각성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개인의 범죄 행위에 대해, 의료진이 과도한 책임을 짊어져야 할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의사가 모든 위험을 예측하고 사회적·법적 판단을 하거나 윤리적인 부분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살인은 범죄자 개인의 인격과 도덕성이 영향을 미칠 텐데, 잔인한 행위를 정신질환 탓으로 돌린다면 오히려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환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에서 하늘 양을 살해한 교사 명모 씨도 의사 소견서에 따라 휴직과 복직이 가능했다. 명씨는 지난해 12월 초 휴직 신청 시 "6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첨부했지만 불과 20여일 뒤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같은 병원의 소견서를 가지고 복직했다. 이를 두고 해당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책임론이 불거진 데 대해 의사회는 "진단서는 작성 당시의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소견을 기술하므로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의 특성상 '완치'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현재에 상태 호전이 있다고 미래에도 절대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적극적인 치료로 일반적인 경과보다 빨리 호전되기도 하듯이, 치료 중단으로 급격히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복직·휴직, 운전면허, 총기 소지, 맹견 관리 등의 문제와 관련해 정신과 의사에게 의학적 판단을 넘어선 진단서를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의사회는 그 예시로 "일부 공무원 관련 규정에서 '완치' 또는 '직무 수행 가능' 여부를 명확히 진단하라는 요구가 있는데, 의사가 진단할 수 있는 영역 밖까지 진단서를 강요하는 것은 의료의 본질을 왜곡하며 의료법 위반을 강요한다"며 "이런 규정은 개정돼야 하며, 보다 합리적인 평가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 밖에도 의사회는 △공무원의 직무 수행 가능 여부는 독립적인 평가 기관이나 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점 △가까운 가족·친구들에게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멀리서 소식을 접하는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은 일상을 지속하는 게 좋겠다는 점 △정신건강에 대한 검진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간단한 자가문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심층적인 평가가 이루어져 실제로 학교 정신건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을 제시했다.
김동욱 회장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인해 비합리적인 공포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가 확산하는 건 막아야 한다"며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국민의 정신 건강을 지키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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