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탈퇴 시사…77년 대서양 동맹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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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이 붕괴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역겹다(disgust)"고 표명하며, 측근 및 기자들에게 나토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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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 계기 분담금 불만서 존재 이유에 의문 제기
유럽 “사전협의 없었다”…전문가 "이미 내뱉은 말"
실제 와해까지 법적 장벽 높지만…가능성은 열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이 붕괴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조 요청을 거부한 유럽에 분노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그들 곁에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 곁에 없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운 것처럼 유럽의 지원도 자동적이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유럽이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을 파견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소셜미디어(SNS)에 “비겁자들, 기억할 것”이라고 올리기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불만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 방어 자체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수준으로 확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 전략연구재단의 프랑수아 에스부르 특별고문은 “미국이 나토를 없애도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이것이 새로운 점”이라고 짚었다.
유럽 지도자들도 명분은 있다. 이들은 사전 협의 없이 시작된 이란 전쟁이 불법적이고 무모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부분 철회하며, 그린란드 영유권을 위협하는 등 양측 관계가 이미 크게 악화한 상황에 나온 요구여서 반감이 더욱 컸다.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자국 공군기지와 영공의 전쟁 활용에 제한을 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아예 경제·안보 정책의 축을 유럽 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신호다. 반면 폴란드 외무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하는 말을 못 들은 척할 수 없다”며 나토 해체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유럽도 이란 전쟁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다. 미군은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의 기지를 병참과 공격에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국은 걸프 우방국 방어를 위한 방공 자산을 배치했다. 하지만 다수의 지도자들이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파악된다.
나토가 곧바로 해체될 가능성은 낮다. 2023년 미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은 상원 3분의 2 동의 없이는 대통령이 나토 조약을 탈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공동 발의자가 현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였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존속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군을 대폭 축소하면 나토의 핵심 억지력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에스부르 고문은 “신뢰가 남아 있지 않다. 이혼과 같다.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WSJ은 “77년간 서방 안보의 근간이었던 나토가 실질적으로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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