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내 머리카락, 남성호르몬 말고 '이 호르몬' 때문?

이병문 2022. 9. 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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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대사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
필요량 이하땐 장기기능 저하 유발
장시간 방치하면 심장혈관 악영향
초기 증상 미미해 자각치료 어려워
말투 어눌해지고 행동 느려졌을 땐
치매 의심 대신 호르몬 보충제 고려
효과 늘리려면 일정량·규칙적 복용
공복 상태에서 먹어야 흡수 원활해
칼슘제·철분제 동시 복용은 피해야
매사에 의욕이 없고 푹 쉬어도 피로감이 풀리지 않고, 더위가 한풀 꺾여 아침과 저녁엔 쌀쌀하지만 남들보다 추위에 더 민감하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을 의심해봐야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이 생리적으로 필요한 양만큼 충분히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신동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 전신의 신진대사가 떨어지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당장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풀리지 않는 피로감이나 오한, 체중 증가, 변비, 탈모 등으로 일상생활에 적잖은 불편을 초래하며 방치할 경우 심장혈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 전체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든 갑상선호르몬이 인체에 필요한 양보다 부족해지면 중요 장기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대사되지 않은 물질들이 정체되어 여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갑상선호르몬 부족 여부는 성별, 연령별, 임신 여부, 동반 질환 등에 따라서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신 교수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려면 환자의 현재 상태뿐 아니라 이전에 여러 질병으로 치료받았던 경력, 현재 다른 질환으로 처방받고 있는 약제, 최근 점점 사용이 늘어가는 각종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 복용 등에 대해 의사와 자세히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호르몬 기능 이상은 주로 내분비내과에서 진료하지만,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기저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등 다양한 분과 간 협업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요오드 같은 무기질 결핍 문제가 많이 없어지고 간단한 혈액검사로 갑상선 기능을 쉽게 검사할 수 있어 아주 심한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과거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악화되어 혈관이 완전히 막혀버리거나 혼수상태에 이르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신 교수는 "역설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인지 기능이 평소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고 갑상선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일이 의외로 드물다. 말이 어눌해지고, 몸이 붓고, 행동이 느려지는 등의 증상으로 심장내과 또는 신경과를 먼저 찾는 사례도 있다. 때에 따라서 매우 천천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이 노화나 치매 증상으로 오인하다가 뒤늦게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하고 나서 환자의 정신과 말투가 이전 수준으로 또렷해지는 것을 보고 놀라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가벼운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방치하면 심장 혈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갑상선호르몬은 혈중에 아주 미량 존재하므로 갑상선기능을 평가하려면 실제 갑상선호르몬을 측정하는 것보다 갑상선 기능을 조절하는 뇌하수체호르몬인 갑상선자극호르몬, 즉 TSH(Thyroid Stimulating Hormone)를 측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하시모토갑상선염이라고 부르는 만성 갑상선염이다. 이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외부 원인 없이 장기적으로 갑상선에 염증이 발생해 호르몬 생성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신 교수는 "부족한 호르몬을 '레보티록신'이라는 합성 호르몬제를 투여해 보충하는 치료를 유지한다. 약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큰 부작용이 없고 약제 비용이 매우 저렴한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갑상선염은 대체로 3~9개월을 두고 서서히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어 약을 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당 기간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저하증이 번갈아 반복될 수 있으므로 3~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외부적 요인으로도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요오드 과잉 섭취와 여러 약제에 의한 경우를 들 수 있다. 해조류나 요오드를 함유한 약제를 과량 섭취하거나 CT 검사를 위한 조영제 투여 등으로 과량의 요오드가 체내로 들어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개발되어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약제도 갑상선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성장기 어린이나 임신부는 갑상선호르몬이 단순히 일상적인 생활뿐 아니라 정상적인 성장과 태아 발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므로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고령으로 갈수록 경미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사용되는 갑상선호르몬 치료제는 과거와 비교하면 저렴한 호르몬제 보충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됐다. 그러나 여전히 오랜 기간 호르몬제 복용을 일정한 시간에 매일 유지해야 한다는 점, 임신과 출산을 비롯한 다양한 상황에 따라 용량 조절이 필요한 점 등은 많은 환자들이 불편해한다. 또 갑상선호르몬제를 보충해 혈액검사에서 정상 수치가 된 이후에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피로감이나 무력감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게 사실이다.

눈에 띄는 효과 없어도 갑상선호르몬제를 먹어야 할까. 신 교수는 "레보티록신은 합성 호르몬으로 약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약제를 중단하더라도 호르몬 효과는 몇 주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결정되면 갑상선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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