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억원 광고비 쏟아부었다" 연예인 마케팅에 목숨 거는 절박한 현실

증권업계가 MZ세대 고객 확보를 위해 전례 없는 마케팅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거 보수적인 금융가에서 주로 등장하던 '정장 입은 남성 모델'이 사라지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아이돌과 인기 여배우들이 증권사 광고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 아이돌부터 여배우까지, 증권사 모델 대변신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원영적 사고'라는 유행어로 젊은층에게 친숙한 장원영은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은행 모델이기도 하다. 10년 만에 재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경쟁 과열 상황에서 기존 파이를 가져오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배우 고민시를 발탁해 Z세대 맞춤형 광고를 선보였다. 영화 '마녀'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 홈'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고민시는 젊은 층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그의 카리스마를 활용해 '신중하게 모은 돈을 대충 투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메리츠증권, 유인나 효과로 6개월 만에 7조원 돌파

기존 주요 투자층인 40-50대를 겨냥한 신뢰감 있는 모델 기용도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배우 유인나를 전속 모델로 기용하며 'ZERO로 갈아타영'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리츠증권의 광고 투자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광고선전비를 2023년 64억원에서 2024년 121억원으로 89.1% 늘린 결과, 유인나를 앞세운 '슈퍼365' 계좌는 6개월 만에 고객 자산 7조원을 달성했다. 월간 해외주식 약정액도 10조원을 넘어서며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했다.

KB증권은 금융그룹사 모델인 배우 박은빈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했다. 박은빈은 MTS 'KB M-able'을 의인화한 '은빈깨비' 캐릭터로 변신해 연금 투자, 해외주식, 자산 배분 등 다양한 기능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다.

▶▶ MTS 경쟁 심화가 불러온 마케팅 혁신

연예인 마케팅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리테일 경쟁 심화가 있다. 해외주식 거래 수요 증가와 대체거래소 출범 등으로 증권사들은 MTS 대대적 개편과 리브랜딩 전략을 펼칠 필요성이 높아졌다.

주요 증권사 20개의 2024년 광고선전비는 4313억원으로 2023년 대비 17.1% 증가했다. 미국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 열풍과 맞물려 브로커리지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 젊은 세대 공략 위한 플랫폼별 차별화 전략

증권사들은 단순히 연예인을 기용하는 것을 넘어 타겟층에 맞는 플랫폼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030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당근, 배달의민족 등의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공개했다.

MTS 점유율이 브로커리지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증권사 수익성과도 직결되고 있다.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MZ세대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AI 활용 자산관리, 투자자 소통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가 MTS에 탑재되고 있다.

과거 증권사에서 연예인 광고 모델 기용이 금기시되던 분위기와 달리, 현재는 젊은 세대 유입과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증권업계의 이러한 변화는 금융 서비스의 대중화와 접근성 향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