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타...치즈스테이크와 샴페인의 궁합
이철형 / 와인소풍 대표
샴페인을 곁들인 정크푸드 정물화를 그려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화가, 노아 베리에
오늘은 현대 미술 작품과 샴페인의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사실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이미지의 샴페인은 푸아그라나 생크림 딸기, 캐비아, 스테이크같은 고급스러운 음식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이다. 그리고 필자의 경험에 비춰봐서도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나 이번에는 반대로 샴페인과 정크푸드(Junk Food)라고 할 수 있는 치즈스테이크의 정물화 이야기이다.
그런데 치즈스테이크가 왜 정크푸드일까?
치즈와 스테이크의 조합인데?
음식 이름만 놓고 보면 샴페인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일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정크푸드는 지방, 설탕, 소금 함량이 높고 식이 섬유, 단백질 또는 비타민과 미네랄과 같은 미량 영양소가 적은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다. 1950년대부터 사용되었고 약간은 경멸적 의미도 들어 있기도 하다.
그 답을 작품과 그 작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바로 ‘샴페인과 필리 치즈스테이크(Champagne and Philly Cheesesteak)’이다.
이 유화 작품을 그린 화가는 노아 베리에(Noah Verrier)라는 44(2024년 현재)의 미국 작가인데 그는 위 그림에서 보듯이 얇게 썬 비프 스테이크와 녹인 치즈를 긴 호기 롤에 넣어 만든 샌드위치(이것을 필라델피아 치즈스테이크 혹은 그냥 치즈스테이크라고 한다)와 샴페인 한잔의 정물화를 그렸다.
평범하지 않은 고급과 일상의 대화라고나 할까?
꼭 샴페인을 럭셔리한 요리하고만 마셔야 하나. 일상의 흔한 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와도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작가 나름의 철학이나 일상이 담겼다고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작가의 미식가적 특질을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샴페인의 너트류나 구운 브리오슈 같은 향이 구운 바삭바삭한 긴 호기 빵(hoagie roll)과 궁합이 좋기 때문이다. 또 샴페인의 사과, 배, 감귤류 같은 향과 신선한 거품의 상큼함은 이 샌드위치의 끈적끈적한 치즈, 육즙이 풍부한 고기와 대조되어 잘 어울린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그런 것들에 대한 향수를 느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접하는 것들을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린다는 자유분방함도 엿볼 수 있다.
굳이 이미지나 형식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 말이다.
어떤 이는 이 작품에 대해 축하와 방종이라는 전통적인 주제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품이라고 해석을 내놓는다.
이 작품은 현대 예술가들이 오늘날의 문화적 맥락에서 샴페인의 상징성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이를 일상 경험과 혼합하는지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노아 베리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미술학 석사를 2013년에 받고 그 대학에서 가르치다가 2017년부터 전적으로 그림 그리는 데에만 집중한 작가이고 그의 작품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서 온라인 경매를 하기도 한다.
그는 정크푸드 정물화로 소셜미디어에서 수익성 있는 틈새 시장을 개척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요즘 유행하는 SNS '핵인싸' 화가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 외에도 ‘샴페인과 컵라면(Champagne and Cup Noodles)’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그의 해학적 장난끼를 발휘하기도 했다.
아쉬운 건 작가가 작품의 타이틀에 샴페인이라고 붙여서 그렇지 저 스파클링 잔에 담긴 것이 과연 샴페인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샴페인병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혹시 일부러 그런 것일까?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아니면 병까지 그리면 시각이 분산되어 정크푸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리기 때문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정물화이니 샴페인병까지 그리면 특정 샴페인의 브랜드까지 그려야 할 것이고 그것까지 그려 넣기에는 브랜드 홍보를 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 것일까?
소셜 미디어를 온라인 갤러리로 이용해서 정크푸드 정물화 작품 활동의 세계를 이어가는 이 작가가 대단하고 샴페인과 정크푸드의 대비도 충분히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조합이 의외성을 갖기에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와인 라벨을 마시지 않고 지나치게 격식에 의미를 두지 말고 일상에서 즐길 수 있을 때 즐긴다면 그건 소위 도통한 주선(酒仙)의 경지를 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만 비우면 누구나 주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그의 샴페인 관련 작품 몇 가지를 더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