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래미안 라그란데'에서 조경석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총 3069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이 아파트는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재개발조합의 일방적인 조경석 설치 결정으로 입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 18억원 규모 조경석 사업 강행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5월 29일 제79차 대의원회의를 열고 '아파트단지 내외부 수목 관리 및 조경석 특화공사 업체 계약의 건'을 의결했다. 찬성 53표, 반대 43표로 가결된 이 안건에는 총 30개 이상의 조경석을 18억원에 설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단지에는 견본으로 3개의 조경석이 설치된 상태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이 조경석들은 예스러운 서체로 아파트 이름이 새겨져 있어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경석 한 개당 약 6000만원의 비용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 입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설치 논란
가장 큰 문제는 입주민들의 사전 동의 없이 조경석 설치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조합은 대의원회의가 열리기 전인 5월 23일부터 기존 조경을 철거하고 조경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는 당초 삼성물산이 완료한 조경 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었다.
한 입주민은 "차라리 처음부터 계획했다면 모르겠지만, 멀쩡한 조경을 뜯어내며 촌스러운 조경석을 설치할 이유가 있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이미 입주까지 마쳤는데 입주민 의향도 물어보지 않고 조합 대의원회가 임의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주민 자경단 결성까지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부 입주민들은 추가 조경석 설치를 막기 위한 '자경단'까지 결성했다. 입주민들은 동대문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며 "실제 준공 도면에 해당 조경석 설치 여부가 있었는지 점검하고, 이 사안이 입주인 동의를 요하는 공동주택 공용시설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장은 지난 6월 4일 조합원들에게 "단지 후면 조경이 취약해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며 "숲세권이라는 장점을 살려 향후 강북 대표 단지로 평가받고자 한다"는 문자를 보내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 재개발 조합 운영의 구조적 문제 드러나
이번 사건은 전국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조합 운영 갈등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조경석 전문 시공업체 관계자는 해당 규모의 조경석이라면 "아무리 고급 자재를 써도 1500만원 선"이라며 6000만원이라는 금액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중요한 사안은 대의원회가 아닌 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공짜로 줘도 싫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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