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영웅에서 불법 유출자의 낙인으로
한때 삼성전자의 기술 혁신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돌연 경쟁사로 향하며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주인공은 전 삼성전자 임원 및 연구원 4명으로, 모두 핵심 기술 인력이었다. 이들은 한국 반도체 도약기를 함께 만든 주역이었으나 퇴사 이후 중국과 대만 기업으로 이동하거나 기술을 빼내려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내부에서는 ‘삼성의 기술 DNA를 외부로 팔아넘긴 배신자’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인력 유출이 아니다. 수십 년간 투자해 쌓은 기술과 공정 노하우가 외부로 새어나간다는 점에서, 경쟁 구도 전체에 파장을 낳았다. 국가 차원의 반도체 전략이 진행되는 가운데, 민간 핵심 인력의 도덕적 해이와 책임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보안 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협력사 기술 접근 절차를 재점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LCD 주역 장 전 사장의 중국행 좌절
장모 전 삼성전자 사장은 LCD 전성기 시절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인물이었다. 그러나 퇴직 후 중국 대형 패널 업체로 이적하려던 과정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장 사장은 실제로 삼성의 디스플레이 생산기술과 장비 제원에 접근 가능했던 인물로, 정부의 산업기술보호법상 주요 감시 대상이었다. 결국 그는 중국 현지 진출 계획을 접고 국내에서 사업 투자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후 명예 실추를 만회하긴 어려웠다.
이 사건 이후 대한민국 기업들은 고위 기술 인력의 해외 이직 심사 절차를 강화했다. 퇴직자에 대한 기술 접근 이력 관리, 협약서상 비밀 유지 조항 등이 구체화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을 ‘국가 핵심 전략 자산’으로 지정해 유출 시 중형 이상의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장 전 사장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시스템 반도체 공정 유출 시도한 최 전 부사장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개발 부문을 맡았던 최모 전 부사장은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삼성의 공정 기술을 활용하려다 구속됐다. 그는 미세 공정 관련 제작 매뉴얼과 내부 설계도를 외부에 전달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최 전 부사장은 수년간 10나노급 공정 라인의 기술 선진화를 주도했던 인물로, 기술 매각 대가로 거액의 컨설팅 계약을 제안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최 전 부사장은 극자외선(EUV) 장비 운용 데이터를 복제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단순한 자료 유출 수준이 아니라, 그대로 공장 생산 라인 설계에 반영될 수 있는 핵심 정보로 분류된다. 법원은 국가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 반도체 자주 기술’의 외부 누출을 막기 위한 인적 관리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조 원 피해 남긴 D램 기술 유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출신 윤모 연구원은 차세대 D램 관련 회로 기술을 중국 대형 반도체 업체에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연구원은 이직 직전 사내에서 신소재 관련 시험 데이터를 외장 저장장치에 복사해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의 핵심인 ‘회로 미세화’ 기술로, 업계는 이로 인한 피해 규모를 최소 수조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는 해외 업체와 컨설턴트 명목의 자문 계약을 맺은 후 연구 데이터를 이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프로젝트와도 연결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윤 연구원 사건을 ‘산업 스파이’ 차원을 넘어선 경제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런 행위가 한국 기술 생태계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분석이다.

TSMC로 향했던 이 전 상무의 몰락
이모 전 삼성전자 상무는 파운드리 사업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베테랑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퇴직 후 대만 TSMC로 이직하면서 삼성의 파운드리 공정 원리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그는 로직 반도체 라인 최적화 기술을 다루던 인물로, 내부 회의록과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외부로 전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TSMC에서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만 사법당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양국 업계에서는 ‘기술 스카우트 경쟁의 심화’로 인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은 이후 이직 관리 규정을 보완해 핵심직군 퇴사자에 대한 해외 계약 제한 기간을 강화했고, 정부는 판교·화성 지역의 반도체 연구단지 내 IT 보안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이 전 상무 사건 이후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경쟁 구도는 인적 네트워크까지 첨예하게 얽히며 새로운 갈등 국면을 맞았다.

산업 기술 보호를 둘러싼 제도 강화
정부와 검찰은 연이은 기술 유출 사건을 계기로,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 기반 기술 보호 체계를 전면 재편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핵심 기술지정제’를 보다 세분화하고, 해외 이직 시 사전 심사 의무를 강화했다. 특히 장비 설계, 공정 시뮬레이션, 신소재 합성 등 2차 세부 기술까지 보호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삼성뿐 아니라 SK하이닉스, DB하이텍도 동시에 보안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가정보원과의 기술보호 협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첨단 반도체 공정에 참여하는 협력사까지 기술 유출 방지 교육을 받게 되었고, 사내 정보망에 대한 외부 접근 통제가 본격화됐다. 지금의 강화된 감시망은 단순 보안이 아닌 경제 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된 상태다.

국가 기술을 지키는 의무를 되새기자
이번 사건들은 개인의 일탈이자, 구조적 관리 부재가 빚은 결과로 평가된다.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만큼이나 지켜낼 책임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이 지금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 윤리성과 제도적 안정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 연구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기술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는 국가의 기술이 타국의 이익에 이용되지 않도록 모두가 책임의식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