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노캠텍이 디비투자조합 지분을 원정인프라홀딩스에 매각하며 캔버스엔 간접 지배 구조를 정리했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새로운 투자조합을 통한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유증과 CB 출자 구조에는 나노캠텍과 전직 경영진이 포함돼 있는 만큼, 경영권 변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주주총회 안건 부결과 가처분 소송이 이어지며 실제 자금 납입과 경영권 향방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투자조합, 유증·CB 참여…분쟁 눈길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캔버스엔은 최근 14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기준주가 대비 10% 할인된 1311원이다. 납입 예정일은 다음달 30일이다.
에스지미래비전2호와 에스지미래비전3호는 각각 100억원, 40억원을 투입해 762만주, 305만주의 신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납입이 완료될 경우 해당 투자조합들은 합산 30.58%의 지분을 확보하며 캔버스엔의 최대주주 지위를 꿰찰 전망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투자조합의 출자 구조다. 에스지미래비전2호의 최다출자자(60%)는 원재석 전 나노켐텍 대표이사다. 에스지미래비전3호의 경우 나노캠텍이 99.99% 출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합은 메자닌 투자에도 참여했다. 에스지미래비전2호는 지난 20일 30억원 규모의 8회차 CB 인수자로 공시됐다.
이 같은 구조는 나노캠텍이 디비투자조합 관련 구주를 장외 매각해 172억원을 회수한 이후, 할인 발행 신주와 CB 투자에 참여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경영권 확보나 전략적 투자로 연결될 지 관심이 쏠린다.
나노캠텍 측의 우회 귀환은 일부 주주들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 11일 열린 캔버스엔 임시주주총회에서 원재석 전 나노캠텍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의결권 행사 주식수 기준 100% 반대로 부결됐다. '넥세라' 사명 변경 안건도 반대 37.5%를 기록하며 특별결의 정족수(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미충족으로 부결됐다.
반면 김상진, 김예은, 박종홍 등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찬성 62.5%, 반대 37.5%의 득표율로 가결됐다. 이후 캔버스엔 이사회는 지난 15일 김상진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나노캠텍 현직 전무이사인 소병적 씨가 찬성 100%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던 상황과 대비된다. 단기간 내 캔버스엔 이사회 구성과 의결 구도에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법적 공방도 이어졌다. 캔버스엔 주주 신모 씨는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 등 청구의 소'와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요지는 선임된 사내·외 이사 7명과 감사 1명에 대해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직무집행을 정지를 요청하는 것이다. 여기에 캔버스엔 이사회가 경영지배인 이지용 씨를 선임 한 달만인 지난 15일 해임하면서 경영권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희석 부담 해소할까

캔버스엔의 실적과 자금 조달 구조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회사의 본업인 방송프로그램 제작 사업은 최근 급격한 위축 흐름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5억원, 영업손실 8041만원, 당기순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기존 판권 사용료(4억7000만원)와 임대 수입(6500만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핵심 사업인 드라마 제작 부문에서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부문 매출은 2023년 122억원에서 2024년 12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관련 매출이 집계되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40억원, 영업손실 15억원, 당기순손실 87억원을 기록했다.
캔버스엔은 이 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캔버스엔은 지난 7일과 20일까지 △6회차 CB 100억원 △7회차 CB 40억원 △8회차 CB 30억원 등 3차례에 걸쳐 CB 발행을 공시했다. 인수자는 각각 디에스체인, 신사브라더스, 에스지미래비전2호다.
여기에 14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더하면 총 310억원의 자금 조달 일정이 다음달 20일과 30일에 집중돼 있다. 6~8회차 신규 CB 발행으로 전환 가능한 잠재 주식수는 1012만주다. 미상환 CB까지 포함한 잠재 희석 비율은 기 발행주식총수(2423만주) 대비 61.16%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달 24일 주가 안정화를 목적으로 액면가를 200원에서 500원으로 조정하는 주식병합을 결정해 유통주식 수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매매거래정지 기간은 6월 10일부터 26일이다. 대규모 메자닌 발행이 병행되면서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부담 해소가 과제로 거론된다.
시장에선 캔버스엔을 둘러싼 핵심 변수로 △310억원 규모 자금 납입의 실제 이행 여부 △유증·CB 참여 투자조합의 향후 역할 △주총 관련 가처분 및 본안 소송 결과를 꼽는다. 향후 자금 집행과 경영권 구도에 따라 기업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캔버스엔 관계자는 "현재 분쟁 상황에 대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주주와 나노캠텍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파악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종원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