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도를 바꾸는 변수의 등장
태양광 산업의 지도는 오랫동안 실리콘이 그려 왔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사실상 독점 구조를 만들었고, 패널은 크고 단단하며 설치 방식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효율 저하와 핫스팟 같은 구조적 한계가 누적될수록, 다음 세대를 여는 재료와 공정이 필요해졌다. 바로 이 지점에 한국의 해법이 들어왔다.

실리콘 패널의 구조적 한계
실리콘 웨이퍼 기반 패널은 경질 구조라 곡면·경사면 적용이 어렵고, 직사 입사에서 벗어나면 효율 손실이 커진다. 모듈 일부가 그늘지면 전류 불균형이 생겨 핫스팟이 발생하고, 국부 과열은 수명 저하와 화재 위험으로 연결된다. 전력 전자 보완으로 한계를 늦출 수는 있지만, 근본적 재료·구조 개선 없이는 비용·안전·설치 자유도에서 벽이 남는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제시한 새로운 무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저온 공정·용액 공정이 가능해 얇고 유연한 필름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건물 외장, 곡면, 경량 구조물 등 설치 자유도가 크게 넓어지고, 재료 특성상 셀 간 불균일에 대한 전류 스트레스가 낮아 핫스팟 리스크가 줄어든다. 이론 효율의 상한도 높고, 실리콘 대비 공정 에너지와 장비 부담이 낮아 원가 곡선을 바꿀 잠재력이 크다.

한국식 해법 대면적과 내구성의 동시 타개
병목은 늘 양산이었다. 한국 연구진은 대면적 코팅·결정 성장 제어·인터페이스 안정화로 큰 면적에서도 균일한 막질과 접합 신뢰성을 확보했다. 고온·습도 환경에서 성능 저하를 일으키는 이온 이동과 결함을 잡는 신소재와 공정 레시피를 표준화했고, 모듈 급에서의 封止와 배선 구조까지 일체로 최적화했다. 연구실 기록이 아니라 라인에 올릴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든 점이 핵심이다.

트래킹 모듈과 시스템 차원의 도약
소자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 팀은 태양 추적 모듈을 결합해 하루 동안 입사각을 최적화했고, 발전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유연 모듈의 경량성은 구동부 하중을 줄여 트래커의 비용과 내구를 함께 개선할 여지를 만든다. 재료-모듈-구조-제어가 연결될수록, kWh당 비용은 내려가고 설치 선택지는 늘어난다.

새로운 표준으로 산업을 재설계하자
중국이 만든 단가 중심의 경쟁에 머물지 말고, 한국형 페로브스카이트로 표준을 다시 짜자. 내구성 검증, 대면적 수율, 설치 자유도, 안전까지 한 세트로 묶인 레퍼런스를 축적하면, ‘싼 패널’이 아니라 ‘똑똑한 발전’으로 게임이 바뀐다. 건물과 도로, 농지와 수면, 곡면과 경량 구조에서 에너지를 길어 올리는 방식—그 설계를 우리 기술로 선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