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예스진지? 대만 여행은 '타타신지'
타이베이, 타오위안, 신베이, 지룽
여름이 한풀 꺾이고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됐다. 가을이 오자 질세라 몽우리를 터뜨리는 코스모스 못지않게 웃음꽃이 활짝 피어오른 특별한 지역이 있다. 바로 대만. 찌는 듯한 여름 대만의 숙명을 벗고 대만 관광업이 활개를 칠 시간이다. 가을의 대만을 찾는다면 꼭 추천해 주고픈 대만의 네 도시가 있다. 북부 대만의 타타신지. 뻔한 지역이 아닌, 남들이 모르는 진정한 현지인 명소만 가득 모았다. 대만의 진한 감성을 그대로 맛보고 싶다면 바로 타타신지다.
타타신지는 어디예요?
타타신지는 타이베이, 타오위안, 신베이, 지룽의 앞 글자를 딴 북부 대만 여행 코스다.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로컬 명소들이 포함돼 있어 여행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짝임 사이 수수한 흔적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토핑이 잔뜩 올려진 베이글 같다. 101 타워의 짜릿한 야경, 웅장한 타이베이 돔,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을 보면 어김없는 대도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만 특유의 소박함이 곳곳에서 새어 나온다.
레스토랑 시티투어 버스 2층에서 타이베이 전경을 감상하며 호텔 만찬을 즐겼는데, 그때 유리창으로 엿본 골목골목의 예쁜 공간들과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의 모습에 대만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멀리서 봤을 땐 네온사인과 깔끔한 간판만이 가득할 것 같은 번화가도 사실은 빛바랜 빈티지 분위기의 간판들로 채워져 있다.
대만에서 페인트 장사에 뛰어들면 분명 망할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대만 사람들은 비가 많이 내리는 환경 탓에 굳이 새것을 고집하지 않고, 외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시간이 만드는 패턴들로 현재를 장식한다. 인구 과밀이 만들어낸 화려한 도시 풍경 사이, 시민들의 소박한 모습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수수한 베이글 같았다. 시티투어 버스 하나로 타이베이에 흠뻑 매료돼 버렸다.
▶타이베이 레스토랑 버스 이용 TIP
타이베이 시티투어 버스에서는 5성급 호텔의 만찬을 제공하는데, 호텔은 3개월마다 바뀐다. 각 호텔이 자사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서비스라 마치 서로 경쟁하듯 최상급 요리를 선보인다. 이용 시간은 '에프터눈티'와 '디너'로 나뉘어 있어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면 된다. 타이베이의 낮도 밤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어, 그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타이베이 레스토랑 버스
탑승장소: MRT 시청역 3번 출구 (신이 브리즈 백화점 앞)
운행시간: 화~일 14:00(에프터눈티) / 17:00(디너) /19:30(디너)
●세상의 꼭대기, 그리고 마이클 잭슨
대만의 랜드마크인 101 타워는 높이 503m의 마천루다. 이곳에서 스카이 워크를 체험했고, 아시아 최대의 윈드 댐퍼를 구경했다. 각층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101 타워를 활보하는 것도 놓치지 말자.
숙박은 101 타위 근처의 리젠트 호텔이 제격이다. 마이클 잭슨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5성급 호텔로, 저녁마다 라이브 공연을 만끽하며 고급스러운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다. 호텔에서 이것저것 즐기다 보니, 포근한 침대 속에서 관광과 휴양이 적절히 섞인 아름다운 밤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타오위안에서 만난 브루클린
타타신지의 두 번째 '타'를 담당하는 도시는 타오위안이다. 공항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 덕분에 각종 쇼핑몰이 밀집해 있다.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쇼핑몰은 '글로리아 아웃렛'. 대만 최대의 미국식 야외 쇼핑몰로, 타오위안역과 이어지는 도보 통로 덕분에 접근성이 좋다.
아웃렛에는 프라다, 구찌, 로에베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다. 푸두코트와 레스토랑도 많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연한 노란색의 건물들 사이로 야자수가 돋보이고 지붕도 많다. 마치 브루클린 한복판에서 쇼핑하는 기분이 든다.
●한국 서예의 맛
아웃렛에서 쇼핑을 즐기고 시간이 남는다면, 근처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헝산 서법 예술관은 대만에서 한국 서예를 처음으로 알린 의미 있는 장소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하여, 추사 김정희의 작품부터 현대 한국 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의 감각적인 작품들과 더불어 건축 양식과 주변 경관도 눈길을 끈다. 나무 자재가 사선으로 얽혀 천장을 잇는 특이한 계단과 미술관 바로 앞의 저수지에 비치는 아름다운 윤슬은 오랫동안 잊기 힘들 것 같다.
●귀여운 펭귄가족과 함께 '바다 탐험'
대형 아쿠아리움 'X-park'는 13개의 전시 콘셉트로 눈이 즐겁다. 특히 해파리관과 펭귄관이 유명하다.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들은 펭귄관에만 들어서면 집에 돌아가기 싫어해 부모님을 애먹인다. 다 큰 성인도 펭귄의 사랑스러운 몸짓에 귀가하기 싫어지기도. 해파리관에서는 수려한 해파리 촉수의 움직임에 홀린 관람객들이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누른다.
두 전시관 외에도 동해안을 그대로 재현한 대형 수조 '포모사(Formosa)' 또한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물고기들과 각양각색의 산호초가 함께 어우러진 거대한 바닷속을 보니 잠시 꽃게와 노니는 인어공주가 된 것 같았다.
●레트로 감성의 성지
신베이는 타이베이를 둘러싸 이름마저 타이베이를 닮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진바오리 거리'에서는 주걸륜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허름하지만 따뜻한 신베이만의 감성에 한여름이 기분 좋게 곁들였다. 대만의 최북단, 바다 내음이 어느 곳보다 짙은 부귀각 등대(Fugueijiao Lighthouse)에서는 파란 하늘과 초록색 언덕이 절묘하게 합작하여 만든 근사한 절경을 볼 수 있다.
신베이는 멜로 영화의 성지답게 사랑의 순간을 담기 좋은 장소도 숨어 있다. 하나의 바닷 마을 같은 플론 호텔 바로 앞에 사랑의 다리가 있다. 이 다리의 처음과 끝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영원히 사랑에 빠진다고 전해진다. 사랑의 다리 옆에 있는 워런 마터우 전망대도 노을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아이가 동행한다면 팝콘을 직접 만들고 먹을 수 있는 '가츠팝콘 관광공장랜드'에 가보는 것도 이색적이다.
●대만의 베니스
항구 도시 지룽에는 바다의 낭만이 살아 숨 쉰다. 지룽타워에 오르면,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해안선에 지룽이 품속에 안겨 있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큰 배들이 정박하고 떠나는 모습들도 선명하게 관찰 가능하다. 항구도시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움직임에 지룽이 더 매력 있게 느껴진다.
해안 지역답게,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독특한 자연경관도 유명하다.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해식동굴 '불수동'에서는 부처님 손바닥 모양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랜 시간 동안 풍화돼 동굴 천장에 형성된 이 모양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하필 바로 옆에 '선동암'이라는 절이 있어 당시 대만인들은 진짜 부처님 손이라고 믿었을 것 같다. 여름에는 바깥보다 어두운 동굴 속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에어컨, 선풍기가 아닌 자연이 선사하는 특별한 시원함에 한여름의 순간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깜찍한 혼종
대만은 동북아시아의 집합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식 건물과 중국식 요리, 어딜 가든 흘러나오는 K-POP까지. 혼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끔찍함보단 깜찍한. 혼종의 매력은 다채로움이 돼 이제 대만만의 특별함이 됐다. 이번 투어만 해도 들른 곳이 많아 두 손으로 다 헤아리기 힘들다. 혼종이라서 여행 기간 내내 부족함 없는 일정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젠 여름의 혼종도 사랑하게 됐다. 네 도시에서의 마법 같은 순간들 덕분에 대만 여름의 역설이 무너졌다.
글·사진 김예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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