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대 동굴에 잠든 구리 단검

매장지가 딸린 이탈리아 동굴 유적에서 약 4000년 된 구리 단검과 인간의 두개골 파편이 나왔다. 이탈리아 고대 매장지에서 단검이 나온 전례가 드물어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카포스카리베네치아대학교 역사학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탈리아 북동부 티나 자마 동굴 내부에서 이뤄진 예상치 못한 발견을 소개했다. 매장지가 마련된 동굴 내부에서는 4000년 전 제조한 길이 10㎝가량의 구리 단검과 약 3000년 전 생존했던 인간의 두개골 파편이 잠들어 있었다.

이탈리아 티나 자마 동굴에서 출토된 길이 약 10㎝의 구리 단검 <사진=카포스카리베네치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를 주도한 페데리코 베르나르디니 교수는 "유럽의 경우 4500~4000년 전 동기시대 후기부터 청동기시대 초기 사람이 죽으면 동굴이나 바위 그늘에 매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이번 발견에서 주목할 것은 이탈리아의 고대 매장지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구리 단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기 단검과 같은 특이한 물건은 산 자의 의식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티나 자마 동굴의 구리 단검은 고대 이탈리아 지역에 거주한 인간의 생활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굴 내부의 매장지로 보이는 구역에서 나온 인간의 턱뼈 일부 <사진=카포스카리베네치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티나 자마 동굴에서는 구리 단검뿐만 아니라 부싯돌을 정교하게 가공한 화살촉, 긴 칼날과 다듬어진 돌도끼, 흑요석, 조개껍데기 장식품 등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구리에 주석을 섞어 청동을 만드는 기술이 등장하기 전인 동기시대 말에서 청동기시대 초기의 지층도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동굴에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돌 구조물과 벽난로 흔적도 남아 있다. 특히 동굴 입구에는 기원전 20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석판과 돌을 쌓은 구조물이 세워졌다.

부싯돌을 가공해 만든 화살촉 <사진=카포스카리베네치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페데리코 교수는 "이 구조물의 정확한 목적은 알 수 없으나, 매년 겨울이면 북동쪽에서 부는 차가운 강풍으로부터 동굴 내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며 "구리 단검과 인골의 연대 차이가 제법 난다는 것은 이 동굴에 아주 오랫동안 사람이 거주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동굴 속 유물들을 면밀히 조사하면 이탈리아 북동부에 살았던 고대인의 생활상을 자세히 알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아울러 현재의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지방에서 발생한 청동기시대 초기 체티나 문명과 관련성도 열어두고 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Copyright © SPUTNIK(스푸트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