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지고 도태될 것에 대한 두려움, 포모증후군

정신의학신문 ㅣ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무인도의 디바>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가수가 꿈이었던 섬 출신의 한 소녀가 오디션을 보기 위해 배를 탔다가 무인도에 표류하고 다시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소녀(박은빈 분)의 우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윤란주(김효진 분)라는 인기가수입니다.

주인공이 무인도에 표류한 시점인 16년 전, 윤란주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톱스타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 사이 그녀는 인기도 사그라들고 대중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잊혀진 스타가 되었죠. 하지만 주인공은 이런 윤란주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고 그녀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물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물론 드라마이긴 하지만 우리는 현실에도 이렇게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예전에는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연예인들, 운동선수들, 예술가 등 분야는 다양합니다. 이런 이들의 소식을 오랜만에 듣게 될 때면 반가움과 안타까움, 아쉬움 등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곤 하죠. 비단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자신도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되거나 시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 나만 혼자남은 듯한 느낌 말입니다. 이렇게 소외되거나 낙오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라고 합니다. 고립, 고독을 뜻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와 증후군을 뜻하는 신드롬을 합친 말인데요. 1996년 마케팅 전문가인 댄 허먼(Dan Herman) 박사가 소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한정 수량‘, ’마감임박‘, ’매진임박‘처럼 제품이 적을 때 소비자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구매에 더 열을 올리게 되는 마케팅 기법이 대표적인 예에 해당합니다.

여러분도 TV 채널을 돌리다가 무심코 보게 된 홈쇼핑 광고에서 ’매진 임박‘이라는 표시를 보고 나도 모르게 주문 전화를 걸어본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혹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지금부터 5분간 소고기 세일을 시작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100미터 달리기하듯 뛰어간 적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기회를 놓치거나 뒤처지는 것,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언제나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놓고 싶지 않은 마음, 기억되고 받아들여지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SNS에 열중하기도 하고,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이라면 내게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구매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무리에 소속되고,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것이죠.

하지만 무리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계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오히려 혼자 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남들로부터 동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포모에 반대되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조모(JOMO:Joy of Missong Out)‘이라고 합니다. 조모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남들로부터 멀어져 고립이나 독립적인 시간과 공간을 찾고 운동이나 명상, 여행, 식이요법 등을 즐기며 자기계발과 힐링에 힘씁니다.

조모는 남들과 비슷해야 한다는 통념과 배제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 대한 반대급부로 등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타인의 기준이나 시선보다, 지금 여기에서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내 만족과 삶을 추구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열기가 계속되고 있는 ’캠핑‘이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시의 복잡한 소음과 신경을 어지럽히는 많은 일,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자연을 벗삼아 혼자 또는 가까운 몇몇 사람들과 온전히 그 시간을 누리는 데서 오는 힐링이 캠핑의 가장 큰 묘미라고 할 수 있겠죠.

포모와 조모,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또 멀어지고 싶은 마음, 소속되고 싶으면서도 또 자유롭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동면의 양면처럼 우리 내면에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적절히 균형을 맞추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조건 남들과 같은 것을 추구하거나 휩쓸려 다니지 않는 나만의 철학과 기준을 가지면서도, 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관계가 선물하는 기쁨과 풍성함을 온전히 누릴 줄 아는 삶, 포모와 조모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삶을 기원합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정희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