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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동안 글도 안 싸고 잠수를 타고 있었다
이번 편 제목으로 이미 스포를 해 버렸지만... 어떤 '사고'가 있었고, 급하게 귀국을 하게 되었음
이런 식으로 찍 싸버리니 번아웃 비스무리한 게 와 가지고 글이고 뭐고 잊고 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펨코 들어와 보니 많은 펨붕이들이 쪽지로 안부를 물어봐 줬더라고
별 거 아닌 내 글이라도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싶어서 여행은 몰라도, 글이라도 제대로 마무리 지어 보려고 다시 쓰게 됐음
물론 한 달이나 지난 일이기 때문에 기억도 많이 휘발되어 버려서 단순한 사진 글 사진 글의 반복일거라 재미는 크게 없을 거임ㅋㅋ...
혼슈에서 시코쿠 넘어갈 때는 그 유명한(세계 몇 대 자전거길 뽑으면 항상 들어가 있을 정도로) 시마나미 카이도를 달렸다
섬과 섬이 대교로 이어져 있고, 대교와 섬 해안길을 번갈아가면서 달릴 수 있는 총 길이 70km 정도의 해도임
보다시피 풍경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좋긴 한데... 난 여기 달리는 내내 너무 힘들고 좆같았음
왜냐?
길 생긴 꼬라지를 한 번 살펴보자
파란 색은 고속도로고, 섬과 섬을 잇는 대로 구간과 섬 안에 뚫려있는 일반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음
근데 자전거는 대로 구간으로만 다닐 수 있고 섬 안으로 들어오면 빨간 색으로 표시해 둔 국도(혹은 지방도)로 내려왔다가 다른 섬으로 갈 때는 다시 대로로 올라 가야 함
옆에서 보면 대충 이런 모양이 되는 건데, 대교랑 섬 해안길 달릴 때는 적당히 평탄해서 좋다고 쳐도 해안으로 내려오는 길이랑 대교로 올라가는 길이 진짜 너무너무너무 가파르고 굽어 있어서 나같은 자전거 초짜가 다니기에는 좀 무리인 길이 아닌가 싶음
경치 뽕 빠지는 것도 처음 한 두 번 정도지 뒤로 갈 수록 경치는 모르겠고 그냥 욕만 나오더라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또또또 야간 라이딩을 하고 있었고,
아직도 건너야 할 다리가 한 개 더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져 버려서 그냥 페리를 타고 런 했다
시코쿠에 들러서 한 거라고는 우동 먹고, 배 타고 혼슈로 넘어간 것 밖에 없어서 이거 두 개로 요약 가능함
연재용으로 사진을 좀 찍어두기는 했는데 그거 다 썼다가는 이번 편 안으로 완결 못 내니까 과감하게 다 잘라버렸다
배를 타고 도착한 고베는... 진짜 토 나올 정도로 큰 도시였다
어디서 나와서 뭘 홍보하는 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노출이 심하고 화장도 진한 누나들이 자꾸 붙잡으려 해서 무섭기도 했음
고베 역시 일찍 개항한 도시다 보니 서양식 디저트, 특히 빵이 참 다양하고 맛있는 도시라길래 빵도 좀 사먹어 봤는데 싸서 좋았다
아
빵 먹고 신나게 와리가리 치면서 달리다가 턱 만나고 일본 첫 낙차를 했다
뒤에 사람들 많았는데 존나 쪽팔렸음...
오사카는 역시 고베보다 사람이 많았다
관광지다 보니 외국인들이 일본인보다 많은 느낌이었는데, 내가 잡은 숙소도 도미토리였다 보니 외국 관광객들이랑도 마음 맞아서 술 마시러 가고 여행 다니고 그랬었음
파키스탄, 스위스 출신 햄들이랑 오사카 시내 구경도 가고,
나라에 사슴도 보러 갔었다
파키스탄에서 온 친구는 또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한국어도 수준급으로 하더라고
그래서 셋이서 영어로 얘기하다가 내가 영어 막히면 파키스탄 친구한테 한국어로 얘기하고, 그걸 영어로 스위스 친구한테 전달해 주는 식으로 소통하면서 다녔었음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외국인들이랑 그렇게 하루 놀고 헤어지고 이러더라구
이게 여행의 즐거움인 것 같음
중간에 있었던 잡다한 것들 다 자르고,
'사건'은 오사카 넘어 교토까지 지나, 비와호 근처의 작은 도시에서 벌어졌음
하필 도시 이름도 어떻게 야스?
잠깐 세워두고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서 나왔는데, 그 짧은 틈에 누군가가 고정 로프를 끊고 자전거 뒤에 실어뒀던 에어매트랑 텐트를 긴빠이 쳐 간 것임
사실 이게 진짜 도난을 당한 건가? 그냥 내가 아침에 나올 때 안 챙겨 나왔다거나, 중간에 어디서 흘린 거 아닌가? 싶기도 했거든?
그런데 아침에 안 챙겨 나온 건 확실히 아니고, 중간에 어디서 흘렸으면 끈 끊어지고 물건 떨어지는 소리를 내가 못 듣고 지나쳤다는 건데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끈이 끊어진 모양도 피로가 누적되어서 끊어졌다기엔 너무 깔끔하기도 했고...
그래도 혹시 몰라서 그 날 달려왔던 길 그대로 따라서 출발지까지 돌아가 봤는데 역시 찾을 수가 없었다
떨어뜨린거라 해도 누가 주워갔거나 치우거나 했겠지
그럼 이제 어떡함?
내가 앞으로 남은 일정을 전부 숙소를 잡을 정도의 예산은 안 가져 왔기 때문에, 뭐... 귀국 해야지...
아무튼 그 뒤로는 자전거는 분해해서 자전거 가방(새로 삼ㅋㅋ)에 넣고 전철 타고 오사카로 돌아 왔고,
대충 오사카항 근처 숙소 잡아서 하루 묵고,
기분 개같은 와중에도 이런 건 찍었다ㅋㅋ
배 타려고 오사카항 가는 길이었는데 진짜 딱 전형적인 공장처럼 생긴 공장이라 찍어봤음
배 타고 집에 돌아왔다
한 달 동안 1600km 정도 탔는데, 원래 계획이 세 달 동안 4700km였으니까 원래 계획의 딱 ⅓ 한거네
솔직히 이딴 식으로 마치고 싶지는 않았거든? 이번 기회 이렇게 놓쳐버리면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언제 세 달 씩이나 시간 내서 자전거로 여행 다니고 할 수 있겠냐
이렇게 귀국하고 나서 많이 우울했었음
뭐 아무튼 간에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부족한 글이고 한 동안 잠수도 탔지만 이때까지 읽어줘서 고마웠고, 이런 식으로 완결 내게 되어서 미안한 감도 있네
쪽지로 걱정해준 사람들은 참 고마웠음
그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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