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 유발한다는 롤러코스터 다리의 비밀

이 영상을 보라. 부산의 한 대교로 진입하는 도로인데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다보면 갑자기 급커브 구간과 함께 주변에 바다만 보인다. 일부 운전자들은 순간 패닉에 빠져서 다리가 덜덜 떨리고 고소공포증까지 느낀다는데. 유튜브 댓글로 “부산항대교는 왜 이렇게 무섭게 만들었는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참고로 이 다리 무한도전 공개수배 편에서 도망치던 박명수도 왔다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깜짝 놀랐던 곳이다.

고소공포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부산 영도구에서 부산항대교로 들어가는 진입로, 즉 램프를 말하는 건데 360도 회전형으로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부산항대교가 해수면으로부터 무려 60m 이상의 높이에 건설돼있기 때문이다. 이걸 이해하려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부산항대교의 설계 당시 이름은 북항대교. 북항대교는 지도상으로 부산 외곽 해안을 연결하는 순환도로망의 교량으로, 왼쪽엔 남항대교 오른쪽엔 광안대교가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부산 영도구와 남구를 연결하도록 돼 있다.

교통 면에서는 부산 도심과 영도 지역 교통 체증을 해결하면서도, 항만대교로서는 부산항을 드나드는 컨테이너선과 크루즈선 등 대형선박도 충돌 없이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교량 중심부는 무려 66m 높이(가장자리 62m)로 건설됐는데 이는 아파트 25층 높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다보니 영도구의 일반도로에서 부산항대교로 진입하는 도로는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올라가야 하는 부담이 커진거다. 우리가 찾아낸 당시 감리업체의 보고서를 보면 종단경사 8.0%를 적용하고도 접속길이가 짧았다고 돼 있는데 이는 도로 건설규정이 허용하는 경사 최대치를 적용해도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진입로와 부산항대교 연결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부산연구원 유한솔 연구위원
"(종단경사) 8%라는 건, 예를들어 수평으로 100m를 이동하면 8m를 올라간다 그런 식으로 보면 됩니다. 굉장히 높습니다 여기가."

취재과정에서 당시 시공에 참여한 현대산업개발 측의 보고서도 찾았는데 부산항대교 시작지점에서 램프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영도구간의 길이는 609m로 돼 있다.

단순계산만으로 길이 600m에 종단경사 8%를 적용한다면 최대높이는 50m도 안되니까 60m가 넘는 부산항대교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진입로 길이를 훨씬 더 길게 늘려야했고, 이를 위해서는 직선보다는 360도 나선으로 회전하는 방식을 택해야 했던 것이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담당자
"원형 램프 길이가 직선으로 풀면 770m 정도 나옵니다. 이걸 쭉 펴버리면 어디까지 가냐면 (부산항대교) 경간(대교 주탑과 주탑 사이) 중간정도까지 갑니다. 넘어서 가버리니까 구조적으로 설치를 할 수가 없으니까 그 당시에 설계를 하면서 아마 경사도로라던지 구조적 해석 때문에 원형밖에 안되지 않았나 판단을 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2가지 질문을 더 제기할 수 있다. 영도 램프의 반경은 60m인데 기왕 회전형으로 설계할 거라면 이 반경을 늘려서 차량이 올라가는 경사를 좀 더 완만하게 할 수 없었을까. 이 문제는 설계 때부터 논란이 됐었는데 당시 회전반경을 65m로 늘려 경사를 완만하게 해야한다는 설계 자문위원 의견이 무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민자사업으로 지어진 부산항대교에 경제성의 논리가 작동한 셈인데, 부산시에서는 오히려 건설업체의 초안보다 반경이 늘어난 거라고 했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담당자
(반경이) 55m에서 늘려진 겁니다. 당초 최고처음 제안했던 설계안 자체는 55m로 돼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대안으로 결정한 게 60m로 결정된 겁니다. 점점 회전반경이 넓어지면 매립부분도 점점 커지겠죠. 좋은거는 한 200m로 회전시키면 최고 좋겠죠. 토목설계라는 게 아시겠지만 너무 과다설계를 하는 것도 지양하지 않습니까. 규정 안에 드는 곡선 반경을 들고 5m 정도 더 늘려서 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방호 울타리도 좀 더 높게 설치하거나 바다가 안보이게 할 수는 없을까. 하지만 바다에 건설된 교량 특성상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면 울타리를 막는 게 어렵다고 한다. 부산시에서도 개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 안전시설부 담당자
"난간을 좀 막아줘야 되는데 바다가 보인다든지 아래가 안보이도록..근데 이게 난간 쪽 구조물을 차단막을 만들어버리면 이게 횡풍(옆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불면 구조물에 이상을 일으켜서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보니까 그것도 하지 못하고..."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부산항대교와 비슷한 원형 램프가 서울에도 있다.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근처 한강공원 쪽인데 건대입구역 쪽에서 청담대교로 진입하는 도로가 이렇게 크게 회전하면서 청담대교와 맞닿아있다.

그런데 여기도 급커브가 이어지기는 하지만 바다밖에 안보이는 부산항대교와 비교할 때 시야나 도로 경사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울시 광역도로계획팀장
"주 도로는 강변북로에서 청담대교를 타는 도로가 주 도로가 되는 거고요. 건대 쪽에서 청담대교를 타는 도로는 일종의 진입로 형태가 되는 거죠. 거기 보면 IC가 2개가 있지 않습니까. 건대에서 링의 형태로 들어가는 IC가 하나 있고, 영동대교 램프를 타고와서 옆으로 빠지는 IC.. 램프가 2개가 있는 거거든요. 그러다보니 그 2개가 만들어질려면 건대에서 넘어가는 램프는 훨씬 더 길어져야 되는거죠.

이런 진입로들은 급경사가 많기 때문에 특히 사고에 취약할 수 있다. 제한속도가 시속 30~40㎞ 정도지만 운전자에 따라 느끼는 부담도 다르고, 언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영상을 보신 왱구님들은 더욱 조심조심 운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