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한 사람, 우울증 위험 약 80% 더 높아

- 7개국 10만여 명 대상 설문조사, 일관성 있는 결과
- ‘우울증 위험 높다는데 왜 결혼 안 하냐’라고 묻지 않기를…

우울증은 공중 보건에서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30 세대의 우울증 발생률이 높다. 비단 우울증 뿐만 아니라, 불안 장애나 강박 장애, PTSD 등 주요 우울 장애로 꼽히는 질환의 유병률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야말로 ‘사회적 정신건강’을 우려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 와중에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우울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약 80% 더 높다’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인간 행동에 관한 연구를 다루는 「Nature Human Behavior」에 게재된 바에 따르면, 7개국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해 이와 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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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남성, 고학력자일수록 우울

연구팀은 미국, 영국, 멕시코, 아일랜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의 7개국을 선정, 총 10만6천여 명의 참가자로부터 개인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최소 4년, 최대 18년의 기간을 두고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우울증 증상이 높게 나타난 그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대체로 일관되게 나왔다. 미혼자는 기혼자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79% 더 높았으며, 이혼 또는 별거 중인 사람은 우울증 위험이 99% 더 높게 나타났다. 남편이 먼저 죽은 여성의 경우 우울증 위험이 64% 더 높았다.

또한, 7개 국가를 서양과 동양으로 구분했을 때, 서양 국가의 미혼자들이 동양 국가의 미혼자보다 우울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미혼자 중에서도 남성, 그리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우울증 위험을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해 스스로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가 전문가에 의한 임상 진단이 아닌, 자가 보고 설문을 통해 수집됐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 경우는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하게 되며, 설문 시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부분에서의 신뢰성이 다소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만 명이 넘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확보한 대규모 샘플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신뢰성은 확보했다는 근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지지자’의 존재 여부

다만, 주관적인 경향이 드러나는 설문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신빙성을 갖는다. 삶의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수 없다지만, 적어도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우울하다고 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우울은 한순간의 감정이 아닌, 일정 기간 동안의 정서에서 드러나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등 대규모 조사에서도 정신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결과 역시 비슷한 방향성을 갖는다. 주요 우울장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 제시된 국제 연구결과는 ‘결혼 여부’라는 키워드를 짚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회적, 정서적 지지를 받을수록 스트레스와 우울증 위험이 낮아진다. 이는 정서적 안정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을 주며, 굴곡진 시기를 겪더라도 힘을 내서 이겨낼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이런 점에서 자신을 늘 지지해줄 배우자의 존재는 우울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자신을 지지해준다’라는 점에서는 연인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결과가 공존한다. 연애 관계가 정서적 지지를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불안정한 관계 및 잦은 갈등으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결혼 역시 상호 갈등이 존재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하면 이혼에 대한 시선 역시 한층 달라졌다. 결혼을 했다고 해도 불안정한 관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혼은 연애에 비해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의 원인’을 똑바로 봐야

결혼 여부와 우울증 위험을 연관지은 것은, 단순히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 본질이 되는 ‘사회적·정서적 지지’의 중요성이 핵심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너머의 문제까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에 접어들었다. 혼인율 역시 뚜렷하게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2030세대에서 유독 우울증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서 이러한 현상들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출산율과 혼인율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조금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들을 한데 묶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다만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것은 있다. 만약 누군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결혼이 싫어서요’ 혹은 ‘아기가 싫어서요’라는 답이 1위는 아닐 거라는 점이다.

결혼 여부와 우울증 위험의 관계에는 분명 더욱 본질이 되는 원인이 있다. 여기서는 더 이상의 말을 아끼겠지만, 부디 그 문제의 원인을 엉뚱하게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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