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4일이 ‘운명의 날’… 기관들 선택에 달렸다
불확실성 안고 기다리느냐, MBK에 팔아 차익 실현하느냐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일 18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은 MBK-영풍 공개매수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기관이 주를 이루는 기존 주주들이 MBK-영풍의 손을 들어준다면 경영권 싸움은 이날 종료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자사주를 83만원에 취득하겠다는 최 회장의 편에 선다면 ‘쩐의 전쟁’은 2차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은 상황에 따라 공개매수 단가를 높이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4일 종료된다. 주당 66만원으로 시작한 매수 단가는 현재 75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상태다. 공개매수 대상은 고려아연 보통주 144만5036~302만4881주(6.98~14.61%)다. 6.9%는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분율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4일 오후 3시쯤이면 공개매수 성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 투자자 등 기존 주주들의 공개매수 신청 물량이 지분 6.9% 이상이면, MBK-영풍은 과반을 확보하고 승기를 잡게 된다. MBK 측은 기관 투자자들의 고려아연 주식 취득 평균 단가가 45만원에 불과하다며, 75만원은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4일까지 MBK-영풍이 목표 물량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오는 10일까지는 결과를 공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공개매수 결제일인 10일 전에는 성패를 공개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MBK-영풍 공개매수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요인은 고려아연의 ‘맞불’ 공개매수다. 이날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안을 결의했다. 4일부터 주당 83만원에 총 15.5%를 사들이기로 했다. 매입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자사주를 공개매수한 뒤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 참전, 4300억원을 들여 주당 83만원에 지분 2.5%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즉 고려아연(자사주)과 베인캐피탈이 총 3조1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8%를 취득한다는 게 목표다.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 단가는 MBK-영풍 측 단가보다 8만원이나 높다.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갈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MBK-영풍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2차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2차 가처분 신청의 골자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이기 때문에 중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법원이 MBK-영풍의 신청을 받아들여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83만원에 공개매수하는 게 배임이라고 판단한다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취소된다.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처분의 심문기일이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그때까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느니 차라리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응해 더 낮은 수익률이라도 보장받는 편이 낫다고 보는 주주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측에 주당 83만원에 팔길 선택한다면, MBK-영풍의 공개매수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MBK-영풍 측도 이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후까지 상황을 주시하다 청약 물량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 공개매수 단가를 현 75만원에서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단가가 83만원이므로 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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