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아웃]=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목격된 '화면 속의 고립'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재현될 위기에 처했다. JTBC가 지상파 3사를 향해 최종 협상안을 던졌지만,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방송사 간의 주도권 다툼을 넘어,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우리 일상의 '사회적 공유 가치'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특정 플랫폼의 '유통 상품'으로 전락할 것인지를 가르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1,861억 원의 청구서와 자본의 논리
JTBC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료가 1억 2,500만 달러(약 1,861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의 1억 300만 달러보다 약 20% 상승한 수치다. JTBC 측은 디지털 재판매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절반을 자신들이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을 지상파 3사가 나누어 갖는 구조를 최종 제안으로 내놓았다. 이 경우 지상파 각 사의 부담률은 16.7%로 떨어지며, 이는 4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JTBC의 주장이다.


하지만 핵심은 금액의 파이가 아니라 '접근 경로의 독점'에 있다. 지난 동계올림픽 당시 지상파 중계가 빠지면서 시청자들은 익숙한 채널 대신 특정 플랫폼을 찾아야 하는 '탐색 과제'를 부여받았다. 보편적 시청권은 단순히 법적 도달률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적인 시청 습관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되어야 한다. 중계권이 고가의 장기 계약으로 묶이는 순간, 권리자의 목표는 '최대 노출'이 아닌 '최대 수익화'로 급변하며 비인기 종목이나 패럴림픽 같은 공공성 높은 콘텐츠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디지털 플랫폼'이 가린 접근성의 빈틈
단독 중계 측은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접근성 문제를 방어한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이 방송의 공공성을 온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난 대회 사례에서 보듯, 중계권을 쥔 방송사가 유튜브 등 개방형 플랫폼에는 저작권 보호를 이유로 영상을 제한적으로 노출하면서, 대중이 가장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확산 경로는 오히려 좁아졌다. 결국 '디지털 중계'는 존재하지만, 대중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체감되는 올림픽'은 실종된 셈이다.

북중미 월드컵은 올림픽과는 체급이 다른 이벤트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과 아침에 경기가 배치되는 '아침 월드컵'의 호재를 안고 있다. 직장인과 학생들의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상황에서, 중계 창구가 특정 채널로 한정되는 것은 대중적 확산의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멕시코에서 열려 이동 부담이 적다는 전략적 이점마저도, 시청자가 중계 채널과 플랫폼을 찾아 헤매야 하는 구조적 결함 앞에서는 힘을 잃게 된다.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사회적 공유 가치
결국 해법은 개별 기업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안전망'을 재설계하는 데 있다.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자동으로 공공 접근권을 복원시키는 중재 장치가 부재한 현 시스템은 언제든 이번과 같은 중계 공백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국민 관심 행사에 대한 무료 중계 최소 기준을 명문화하고, 패럴림픽 등 공공성이 강한 영역의 편성을 중계권 계약의 필수 조건으로 연결해야 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이제 3월 말이라는 최종 의사 결정 시한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 중계권은 민간의 투자 회수 모델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사회적 공유 가치로서의 성격도 지닌다. 수익 계산기에 밀려 시청자의 보편적 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스탠딩아웃'은 이번 협상의 전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며 한국 축구가 마주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기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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