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전자발찌 차고 드라마 출연…전과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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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마약, 성폭력 심지어 살인을 한 범죄자라도 온라인 방송만 잘 찍어 올리면 억대 후원금을 받는 세상입니다.
미국에선 실제 범죄자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심지어 범죄자가 직접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는데 도덕 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세계를 보다, 문예빈 기자입니다.
[기자]
러시아계 독일인 애나 소로킨은 ‘백만장자 상속녀’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다 적발 돼 2017년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2021년 출소 후에는 비자가 만료 돼 다시 구금 됐고 전자발찌 착용 조건으로 지난해 10월 석방 돼 뉴욕에서 가택연금 중입니다.
그런데 이 가짜 상속녀의 사기 행각과 일대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에서 공개 됐습니다.
범죄자임에도 유명세를 타자 소로킨은 어느덧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이 됐습니다.
이민단속국 판사가 허용한 범위(112km) 내에서 전자 발찌를 착용하면 외출이 가능한 겁니다.
최근에는 댄스 경연 프로그램 출연 사실도 알렸습니다.
[애나 소로킨 / 가짜 상속녀 (CNN 방송 중)]
"저는 제가 (범죄자가 아닌) 두 번째 (인생의)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2017년 초호화 음악 축제 개최 과정에서 사기를 저지른 빌리 맥팔런드의 사례도 비슷합니다.
미국 OTT 업체 ‘훌루’가 그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오히려 맥팔런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겁니다.
6년 형을 마치고 나온 그는 또 다시 음악 축제를 개최하겠다며 티켓을 최대 14억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범죄자임에도 노출 빈도가 잦아지면서 나쁜 이미지가 희석된다는 겁니다.
소로킨의 실체를 폭로했던 제시카 프레슬러 뉴욕매거진 기자는 채널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반인과 달리 이들은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고, 그런 모습이 일부 대중에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40여개 주에는 범죄자가 범죄 경험담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있습니다.
다만 중범죄 등 일부 범죄만 적용되고, 범죄 경험담을 말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 적용을 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피 한 방울로 200여 가지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사업가 엘리자베스 홈즈나, 데이트 사기 등으로 약 119억 원을 갈취한 사이먼 레비에프 등의 이야기도 잇달아 콘텐츠물로 제작됐습니다.
[공정식 /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범죄를) 본인이 직접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신적으로 둔감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은 "범죄자 미화 콘텐츠가 미국 사법 체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문예빈입니다.
영상편집: 최창규
문예빈 기자 dalyebin@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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