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다이어트, 영원한 평행선인 걸까?

- 술이 운동과 다이어트 전반에 미치는 영향
- 술과 다이어트, ‘공존’을 위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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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권에서 술은 중요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 작금의 문화에서 술을 배제한다는 건 확실히 상상하기 어렵다. 애당초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사회생활 등 필요한 경우에만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면, 술에 관해서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더라도 말이다.

술을 즐기는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고자 할 때도 고민에 빠진다. 다이어트와 술이 친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다이어트는 어느 한 기간에 집중하는 것보다 장기간 지속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점진적인 감량이나 건강 개선이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평생 술을 멀리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공존’밖에 없다. 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게 안 된다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니 말이다. 술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이어트를 하면서 술을 적당히 즐기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알아본다.

‘빈 에너지원’이 되는 알코올

알코올이 분해돼 만들어지는 아세트산은 1g당 7kcal를 발생시킨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에너지원’이다. 지방은 1g당 9kcal,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kcal를 발생시키니, 그 중간에 위치한 아세트산은 에너지 제공량으로만 따지면 상당히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것이 ‘빈 칼로리(Empty Calories)’라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들은 각각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부가적으로 포함된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등을 함께 섭취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알코올은 자체적인 영양소가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 종류에 따라 원료가 품고 있는 영양소가 일부 들어있긴 하지만 그 양은 매우 부족하다.

여기에 ‘대사 우선순위’가 적용된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독성 물질로 간주된다. 따라서 간은 다른 영양소의 대사를 미뤄둔 채 알코올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우선적으로 소비되므로, 다른 에너지원들은 ‘잉여 에너지’가 돼 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시면 살이 더 잘 찐다는 이야기는 타당하다. 알코올을 많이 섭취해 필요 이상의 에너지원이 많이 생기는 경우, 술과 함께 안주를 먹어 총 칼로리 섭취량이 많아진 경우 모두 잉여 에너지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운동 능력부터 회복, EPOC까지 영향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 이유 중에는 식욕 자극 호르몬인 그렐린의 역할이 크다. 또한, 미각이나 후각에 변화를 일으켜, 음식의 맛을 더 좋게 느끼도록 만들기도 한다.

한편, 보통 술은 저녁 늦게 마시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인 식사 시간 외의 시간에 술과 안주를 먹게 되면 불규칙한 식사 패턴이 만들어진다. 실컷 먹다가 취하면 잠들기 쉬우므로, 소화기관들에게 휴식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위험 포인트다.

술을 마신 뒤에 운동을 하지 말라는 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의 작동 및 반응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에, 근력이나 근지구력을 크게 저하시킨다. 특히 다양한 근육이 균형 있게 개입해야 하는 운동 동작들의 경우, 근육들 간의 협응 능력이 떨어져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운동 후 손상된 근육을 회복해야 하는데, 이때 알코올의 방해로 아미노산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한다. 또한, 탈수를 유발해 피로감이 더 오래 가도록 하며, 숙면에도 방해가 되므로 휴식의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

다이어트에서 핵심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바로 ‘운동 후 산소 소비(EPOC)’다. 이 작용으로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평상시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다이어트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다.

하지만 알코올은 EPOC가 지속되는 시간을 줄인다. 에너지 대사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부터, 수분 과다 배출로 인한 탈수 유발, 호르몬 분비 변화 등 다방면에 걸친 작용으로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술과 다이어트의 공존 방법

예상했던 바일 것이다. 술과 다이어트를 나란히 뒀을 때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건강 면에서도 술은 멀리 하는 편이 바람직한 건 맞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본인이 딱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쨌거나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는 공허한 말일 뿐이다. 보다 현실적인 조언, ‘불편한 동거’일지언정, 둘이 공존할 수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

‘금연, 금주’로 한 세트처럼 묶이던 건강 조언이, 최근에는 ‘금연, 절주’로 바뀐 경우가 많다. 끊지는 말되 조절하라는 것이다. 술이 건강에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닐테고,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마음껏 마시면서 건강을 챙기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적당한 수준’으로 즐기는 술은 분명 다이어트와 공존이 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일주일을 기준으로 ‘술 마시는 날’을 정해놓는 것, 마실 때 어느 정도를 마실지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다. 술을 마실 때 가급적 과일이나 견과류 등 영양가를 보충할 수 있는 안주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가능하면 물도 자주 마셔주도록 하자.

술을 마시는 날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이 운동을 해야한다면 음주 전에 마치는 것이 좋지만, 알코올이 신체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운동은 신체 회복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만큼, 음주가 예정된 날은 운동을 자제하는 편이 최선이다.

과거와 달리 술을 강요하지 않는 문화도 꽤 확산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무알콜 맥주와 같이 ‘분위기만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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