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로 '꿈의 직장' 직행... 삼성·한수원 보내는 '이 학교' 정체는
올 1월 졸업생 취업률 96.6% 기록
졸업도 하기 전 공기업·대기업 합격
입학경쟁률 올라... 초등학생도 관심
한수원·울진군 파격적 지원 혜택 커

"한 달 전 입학설명회 공지를 띄우자마자 전화에 불이 났습니다. 벌써 신청자 수가 80명을 넘겼습니다."
송만영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은 최근 빗발치는 문의 전화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송 교장은 "중학교 8개 과목 성적 평균이 85점 이상 돼야 합격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며 "2, 3년 전부터는 초등학생까지 부모 손잡고 입학설명회에 참석한다"고 전했다.
한수원, 삼성 간다... 취업률 97%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때 존립 위기까지 몰렸던 국내 유일의 원자력 전문 인재 양성학교인 경북 울진군 원자력마이스터고가 다시 뜨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데다 향후 인공지능(AI) 산업 발달로 전력 수요 증가 전망이 맞물려 원자력 전문가 양성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송 교장은 "AI 산업이 발전하면서 원전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취업이 어려운 현실도 학교 인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졸업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원자력마이스터고의 올해 졸업생 취업률은 96.6%를 기록했다. 졸업생 58명 중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5명을 비롯해 한국남부발전(3명), 한국남동발전(3명) 등 35명(60%)이 원전 관련 공공기관에 취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에 4명이 합격했고, 반도체 관련 중견기업 등에 17명이 취직했다. 대학을 나와도 들어가기 어려운 '꿈의 직장'을 고교 졸업 후 직행한 셈이다.
원자력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삼 형제가 모두 취업한 사례도 있다. 전기제어과를 졸업한 맏형은 삼성전자에, 같은 과 졸업생인 쌍둥이 동생 두 명은 지난 2월 한국조폐공사에 최종 합격했다. 삼 형제는 "체계적인 전공 교육과 현장중심 실습으로 다진 실무 역량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력 전문가 양성... 치솟는 입학경쟁률

높은 취업률만큼이나 입학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원자력마이스터고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입학경쟁률이 미달되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원전 부활 정책에 힘입어 부활했다가 이재명 정부가 원전에 유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명성을 되찾았다. 2021학년도 0.99대 1로 떨어진 입학경쟁률은 2024학년도 1.34대 1, 2025학년도 1.52대 1로 높아졌다. 올해는 1.69대 1을 기록해 전국 마이스터고 58곳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울진군 평해읍에 위치한 원자력마이스터고는 평해공고가 전신이다. 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하자 국내 원전 26기 중 14기가 경북에 있는 지역 특성을 살려 경북도와 경북교육청, 울진군이 한수원과 협의해 원전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해 2013년 3월 원자력마이스터고로 재개교했다. 학교가 자리한 울진군에만 원전 8기가 있어 현장 실습에도 유리하다.
한수원과 울진군의 파격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은 학교 설립 때 총 40실 규모의 교사 숙소를 건립해 기부했다. 울진군은 2024년부터 39억2,000만 원을 지원해 학습공간 리모델링과 스마트팩토리 실습장비를 구축 중이다.

한 해 20명의 한수원 응시 기회가 학교 인기 주요 원인이다. 한수원은 원자력 전문 교육을 받은 인재를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어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된다. 지난겨울에는 총 4주간의 방학 중 2주를 반납하고 교사와 학생 모두 공대에서 배울 법한 기초역학 수업에 매진했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취직 합격 통보를 받은 기계과 2학년 김재율군은 "여가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어 답답하거나 지겹다고 생각할 시간이 없고, 친구나 선·후배들과 돈독해 취미 활동을 하는 시간도 늘 즐겁다"며 "취업 지원이나 실습, 전공 수업 등 1대 1로 지도받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송 교장은 "한수원과 울진군의 관심 덕분에 다른 마이스터고보다 학생들이 누리는 혜택이 많은 편"이라며 "한 학년 60명밖에 되지 않는 소수 정예 학교라 전교생 모두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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