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굴려 태산 만드는 청소년 경제 교육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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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천국의 김밥 한 줄은 단돈 1,000원이었다. 현재 가격은 5,000원 내외를 넘나드니 몇 배가 뛰어올랐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고물가 속에서 통장 속 월급을 보며 한숨 쉬는 부모 세대가 늘어간다. 티끌을 아무리 모아도 티끌로 사라지고 마는 현실 경제.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고, 한 달 용돈에서 푼돈을 떼내 목돈을 만들었던 부모의 어린 시절은 까마득한 과거가 돼버렸다. 어떻게 하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내 아이의 삶은 더 윤택할 수 있을까? 자녀의 여유로운 미래를 희망하는 부모 사이에서 청소년 경제 교육이 붐을 이루고 있다. 제한된 자본을 활용해 부족함 없는 현실 경제를 누리도록 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초등학생도 명품 찾는 세상, 효율적 경제관념 일찍 몸에 익혀야
경제에 대한 인간의 행동은 단순히 이익과 손해로만 설명할 수 없다. 경제활동은 복잡한 감정, 사회적 관계, 윤리적 가치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해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이러한 복잡한 경제관념을 어린 시절부터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교육은 단순히 돈만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기초적인 개념 없이 필요할 때 손 벌리는 식으로 용돈을 받고 자란다면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이 돼서도 계획 없는 지출에 시달릴 수 있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부모에게 달라면 된다는 식이다. 효율적 경제관념을 익히기 위해 용돈에 대한 예산을 세워보고, 저축을 계획하고, 지출해야 할 항목을 꼼꼼히 따져보는 기본적 관리 기술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것이 좋다.
일찍부터 경제에 대한 이해를 갖추면 현명한 소비 선택은 물론 재산을 형성할 여러 상품을 비교하며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경제적 판단력도 갖출 수 있다. 세금, 공공재, 사회복지시스템 등 사회적 경제구조에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키우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적 현실에 적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미래에 직면할 도전을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경제 교육, 현실적 아쉬움 남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주최하는 금융·경제 교육도 주목해볼 만하다. 온라인 경제 교육은 물론 유튜브 채널에서도 교육을 제공한다. 동영상과 보드게임 등 청소년의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들을 선보인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경제 기초 개념, 통화정책과 물가 안정, 외환시장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제공한다. 강사 파견은 물론 경제 퀴즈 대회를 통해 청소년들의 경제 이해도를 높인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저축, 투자, 신용 관리, 은행 서비스 이해, 재무 계획 수립 등 다양한 주제로 경제 신문을 활용한 사례 발굴 대회 그리고 뮤지컬 등을 이용한 경제 교육을 청소년 대상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NH농협의 청소년금융교육센터에서도 연령에 따른 금융골든벨 대회를 열어 청소년 대상 경제 교육을 시행한다. 각 금융기관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더 많은 정보를 만날 수 있다.
“경제 교육을 초3부터 해야 하는 이유”
금융인이자 청소년 경제서 작가인 권오상 대표를 만나 자녀 경제 교육 팁을 들었다.
청소년 자녀의 경제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자녀가 돈을 접하고 처음 사용하는 시점에 경제 교육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3·4학년이 되면 돈과 경제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가질 수 있습니다. 5·6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선입견 없이 관련 내용을 흡수할 수 있어 오히려 성인보다 교육 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초·중·등 청소년에게 경제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요?
경제 교육을 뒤로 미루면 나중에 제대로 배울 기회가 있을까요? 그런 기회가 없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경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성인이 된다고 해도 여기저기 조금씩 단편적으로 얻어듣는 게 전부일 뿐, 체계적인 경제 교육을 받게 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그런 단편적인 팁들은 건강한 경제관념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외려 방해가 되기 쉽습니다. 또 다른 이유라면 경제 교육이 일종의 습관 형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에 해당하는 경제적 습관이 잘 만들어지면 그 위에 장식에 해당하는 지식을 붙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습관을 기르는 데는 어느 정도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교육이 의미가 있습니다.
경제 교육을 할 때 연령대별로 유의할 점이 있나요?
초등학생은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경제가 무엇이고, 어떤 활동이 그 안에 포함되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해요. 개인의 활동이 전체의 결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죠. 중고등학생이라면 건전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본격적으로 금융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돈의 본질과 금융의 여러 원리 등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좀 더 깊게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가정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할 만한 경제 교육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청소년의 경제 교육을 목표로 쓴 책이 제법 많습니다. 관련서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아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후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학년 어린이라면 독일에서 만든 <시장놀이> 같은 경제 교육 보드게임도 교육 효과 면에서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제 저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열다섯 글로벌 경제학교> <오늘부터 제대로, 금융 공부> <민준이와 서연이의 금융경시대회> 등은 청소년이 어렵지 않게 금융과 돈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도록 쓴 책입니다.
권오상
금융인, 청소년 경제서 작가
벤처캐피털 회사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의 공동대표로 금융감독원 국장, 도이체방크 홍콩 상무,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기아자동차 주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열다섯 글로벌 경제학교> <열두 살 경제학교> <오늘부터 제대로, 금융 공부> 등 청소년을 위한 금융·경제 교육서를 써왔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유정임(<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작가, 유튜브 <유정임 채널_리스펙에듀> 운영)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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