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와 버거의 '맛남', 익산 고품질 고구마라 가능했죠

익산 삼기농협 박기배 조합장
박기배 삼기농협 조합장. /더비비드

지난 7월 한국맥도날드는 여름 한 달 한정으로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머핀’을 판매해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 일환으로 내놓은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머핀’은 출시 4일 만에 50만개, 한 달 만에 240만개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고구마의 절반 이상을 전북 익산의 삼기농협이 공급했다. 고구마 전체 사용량 200t 중 110t을 납품했다. 박기배(66) 삼기농협 조합장을 만나 익산 고구마 이야기를 들었다.

◇고품질 고구마의 대명사

전북 익산의 기후와 토양은 고구마 속 전분량을 늘리고 단맛을 높이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더비비드

전북 익산은 서해안과 내륙의 중간 지대로 여름엔 햇빛이 강하고 일조 시간이 길며, 가을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다. 고구마 속 전분량을 늘리고 단맛을 높이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익산의 토양은 황토와 모래가 적절히 섞인 마사토로, 고구마 뿌리가 깊이 뻗을 수 있는 환경이다. 강 유역에서 공급되는 유기물과 미네랄도 고구마를 키우기 좋은 조건이 된다.

이런 환경을 기반으로 익산은 1960년대부터 전국에 고구마 종순(씨고구마에서 싹을 길러낸 묘)을 보급하는 기지 역할을 했다. 익산에 있는 호남선 ‘황등역’을 거점으로 전국에 고구마와 종순을 나르면서 ‘황등 고구마’란 별칭이 붙었고, 고품질 고구마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황등 고구마는 익산 전역의 고구마를 총칭하는 용어다.

삼기농협 고구마는 익산시 농산물 브랜드인 ‘탑마루’와 삼기농협 고구마 브랜드 ‘날씬이’ 이름을 붙여 유통된다. /더비비드

삼기농협 고구마 공동선별장에 들어서니 달콤한 고구마향이 코를 찔렀다. 이곳에서 지역 농가의 고구마를 공동 선별한다. 한 해 취급량은 1500t에 달한다. 유통을 위한 전처리를 거친 삼기농협 고구마는 익산시 농산물 브랜드인 ‘탑마루’와 삼기농협 고구마 브랜드 ‘날씬이’ 이름을 모두 붙여 유통한다.

최근에는 우수한 품질과 상징성을 인정받아 맥도날드 한국의 맛 프로젝트에 고구마를 납품했다. 이 프로젝트는 ‘익산 고구마’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절마다 다른 고구마의 매력

박기배 조합장은 3선 조합장이다. /더비비드

박기배 조합장은 3선 조합장이다. 농민신문사의 비상임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익산군산축협에서 31년 근무했다. 다루는 품목은 다르지만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축산인과 농민의 권익을 증진하는 일은 동일하다고 판단해 농민의 스피커가 돼 주고 있다.

그가 3선까지 하게 된 비결은 고구마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이다. “솔선수범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배추, 무 보급철이면 직접 운전해서 지역 농가에 물품을 두고 가요. 일일이 문을 두드리고, 집에 아무도 없으면 그늘에 농산물을 둔 위 ‘여기 뒀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을 남겨뒀죠. 진심이 통했나 봅니다. 옥수수를 쪄서 기다리는 조합원 분, 손수 짠 기름을 짜서 나눠 주시는 어르신 등 온정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시골 인심은 여전합니다. 제가 조합장이라는 자리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죠.”

고구마 농사는 봄과 함께 시작된다. “서리가 내린 후, 4월 중순부터 고구마 종순을 심습니다. 고구마 두렁을 갈고, 돌을 뺀 뒤 종순을 묻어두죠. 뿌리가 내릴 때쯤 종순을 무겁게 덮고 있는 흙을 털어냅니다. 그리고 비닐의 구멍 사이로 고구마 순을 꺼내죠. 이후 고구마 순의 각도를 15~20도로 비스듬하게 만듭니다. 고구마가 잘 맺히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절차죠. 밤고구마는 처음 식재한 날로부터 120일 이내에 수확해야 품질이 떨어지지 않아서 통상 90~120일 사이에 수확합니다. 꿀고구마는 120일 이상은 키워야 해서 150~170일 사이에 수확합니다.”

밤고구마는 여름이, 꿀고구마와 호박고구마는 가을부터가 제철이다. “여름은 속살 밀도가 높아서 속살이 옹골차고 단 맛이 촘촘한 밤고구마가 맛있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꿀이 촉촉하게 올라오는 꿀고구마와 호박고구마 맛이 끝내주죠.”

◇고구마와 햄버거의 ‘맛남’

한국맥도날드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2025년 신메뉴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삼기농협은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고구마의 절반 이상을 납품했다./한국맥도날드

고구마를 잘 키우는 것과 고구마를 잘 파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삼기농협은 고구마 농사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가공사업을 하고 있다. “크기가 너무 크고 긴 고구마는 품질에 문제가 없어도 제값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런 고구마를 가공용으로 납품하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내 하나로마트 등에 군고구마 기계와 구이용 고구마 납품을 제안했고, 큰 성공 사례가 됐습니다. 군고구마 냄새는 모양 정도는 덮을 정도로 유혹적이잖아요. 뿌듯합니다.”

맥도날드와의 협업은 익산 고구마를 전국적으로 알린 계기였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으로 진행됐습니다. 처음에는 삼기농협 고구마로 진행하고 싶었지만, 지역 전체 농가를 고려해 익산 고구마로 브랜드를 통합했습니다. 횡성 한우가 명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지역이 함께 나섰기 때문이잖아요. 저도 그런 모델을 꿈꾼 겁니다.”

여름철 밤고구마의 탐스러운 모습. /더비비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3개월동안 여러 협력업체와 품질 테스트를 거쳐야 했죠. 샘플 테스트를 위해서 식품 가공 공장이 있는 서천을 여러 번 오갔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역 농민들이 더 많은 판로를 얻고 소득이 늘어난다면 충분히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박 조합장은 수익보다 인지도 제고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맥도날드가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다는 점이 큰 홍보 효과를 냈습니다. 사실 매출 증대보다는 지역 농산물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익산 고구마 브랜드가 전국 소비자에게 알려졌다는 점에서 가치 있었습니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손해를 보거나 힘이 들더라도 다시 참여할 겁니다.”

삼기농협은 수익다각화를 위해 친환경 쌀을 학교 급식으로도 공급하고 있다. ”학교 급식 납품은 까다롭습니다. 무농약·친환경 재배 여부부터 도정 과정의 위생 관리까지 전부 검증을 받습니다. 도정 공장에는 신발조차 신고 들어갈 수 없고, 모든 구역을 칸막이로 나눠 철저히 관리합니다. 서류 심사, 영양사와 학부모 대상 발표, 마지막으로 밥 짓기 테스트까지 통과해야 했습니다. 일련의 노력 끝에 서울 지역 학교에도 친환경 쌀을 납품하는 등의 성과를 냈습니다. 전북 지역 쌀까지 수매해 부족한 물량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쌀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기여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노력으로 지켜지는 고구마 품질

박 조합장은 고구마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더비비드

삼기농협 고구마는 전북 관내 하나로마트, 삼기농협 쇼핑몰, 도매시장이 주요 판매처다. 유명 쇼핑 채널 라이브 판매 같은 시도도 한다. 최근엔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5kg들이 2500 박스 판매에 성공하기도 했다.

고구마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에게 조직배양 종순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조직을 배양해 길러낸 건강한 종순이죠. 토양 관리도 중요합니다. 겉흙과 속흙을 뒤집는 심토반전 작업을 적극 지원해 토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판로 확대를 위해 로컬푸드 매장을 열었다. “소비자 신뢰를 지키기 위해 엄격한 규칙 아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 수천만 원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죠. 지역민들의 생활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농가 소득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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