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분리과세...주주환원 핑계로 재벌 상속세만 깎아준다?

[이용우의 경제더하기]

경제학자들의 대다수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소득세보다 높거나 적어도 같아야 한다고 본다. 한국경제학회 조사(2022년)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이 소득세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35%, 같아야 한다는 의견이 32%였다. 불로소득인 상속재산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상속세 인하, 이중과세 논쟁과 국제 비교

상속세 인하 논리는 지배주주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주가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상속세 인하를 주장하는 쪽은 상속세 부담이 주가 상승을 억제한다고 본다. 그러나 다수 연구 결과는 양자 간 뚜렷한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속세가 높은 국가들에서도 자본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박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기업 총수가 상속세를 내고 싶지 않아서 주가를 떨어뜨려왔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기업주가 사망한 뒤 해당 기업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OECD·G20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 6개국의 2023년 주가지수 상승률은 18.6%로, 상속세가 낮은 국가들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2024. 6.3.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관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

상속세는 자산 이전 시점에서 과세하는 세금으로, 흔히 '이중 과세' 논란이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이미 납세한 재산에 대해 다시 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중 과세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인이 수십 년간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자산을 형성하고 이를 납세한 뒤, 자녀에게 물려줄 때 다시 50%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인식이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이중과세다. 또한 상속세는 원래 탈루가 많은 것을 전제한 세금이다. 상속세 세율 문제는 그 세목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되고, 그 나라의 자본이득세 및 소득세 구조와 함께 봐야 한다. 북유럽과 같이 상속세가 낮은 나라는 소득세 또는 자본이득세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본이득세가 낮기 때문에 상속세를 높게 한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의 소득이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는 생애소득세(Lifetime Income Tax)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애 종합소득세 세액공제: 상속세 인하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의 대안

이런 관점에서 나는 대안으로 상속·증여세 부과시 그 사람이 평생 낸 종합소득세를 세액공제해주는 것을 제안한다.

근로소득으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한 사람과 부동산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을 동일하게 대우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한 근로자가 30년 동안 성실히 납세해 총 10억 원의 소득세를 납부했다면, 그가 사망할 때 남긴 유산에 부과되는 상속세에서 그 일부 또는 전부를 공제해주는 것이다. 이는 생전 과세와 사후 과세의 중복을 방지하면서, 조세 회피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이나 비과세 소득 중심의 자산가와의 형평성도 확보하는 방식이다. 생애종합소득세액 공제는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소득에 기반한 과세 정의를 실현하면서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이고 상속세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대안이다.

생애소득 공제 방식이 도입되면, 고액 자산가가 생전 성실히 납부한 세액이 상속세 부담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므로 배당소득을 별도로 분리과세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배당소득도 종합소득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가 기업에서 배당을 통해 현금을 인출하고, 그 과정에서 종합과세가 적용되어 세금을 충분히 납부했다면, 사망 시점에 상속세에서 이를 감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세행정의 측면에서도 간편성과 납세자의 인센티브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세청은 현재 1999년 이후 전국민의 종합소득세 납부 내역을 보유하고 있고 그 이전의 소득세 납부 자료도 납세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상속세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 과세자료를 스스로 찾는 유인을 갖기 때문에 시행의 간편성도 있다.

이런 대안을 도입하면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배당소득도 일종의 종합소득이고 이자소득도 마찬가지다. 평생 성실히 세금을 낸 사람은 상속시 그만큼 공제받게 되어 세제의 형평성이 제고된다.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의 일환으로 과세되어야 하며, 이를 분리과세할 경우 고소득 자본소득자에 대한 과세 형평이 무너질 수 있다.

생애 소득 공제 제도를 도입하면 배당이나 이자소득도 전체 종합소득 체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조정되어 별도의 분리과세 필요성이 줄어든다. 이는 단기적 감세 혜택보다 장기적 조세 체계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세제 개편과 국회의 역할

결국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상속세 인하 같은 개별 세목 조정 논의는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조세 체계는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작동하며, 부분적 유인책이나 감세조치는 단기적 효과에 그치기 쉽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특정 계층의 세금 감면으로만 실현될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6.6%로 미국(12.5%), 독일(10.7%), 영국(10.2%)보다 낮다. 상속세가 없는 캐나다(12.3%), 스웨덴(11.5%)도 우리보다 소득세 비중이 훨씬 높다. 이는 소득세 과세기반이 취약함을 보여준다. 또한 2023년, 2024년 세수결손과 향후 우리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많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여 전반적인 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상황이 되었다. 우리 세제에는 공제항목이 너무 많다. 그때그때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공제항목을 추가했지만 정비하지 못한 것이다.

세제는 납세자가 납세금액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현실은 너무 복잡하여 누구도 자신이 낼 세금을 예측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상속세의 경우도 배우자 공제, 자녀 공제 등 매우 복잡하며, 이것은 부동산 관련 세제도 마찬가지다. 이 공제제도가 그 정책목표를 달성한 것인지 평가하여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세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다.

경기부진과 부자감세로 세수 결손이 컸지만, 구조적으로 재정을 재설계하고, 세수 전반을 개혁해야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우리 사회는 고령화, 에너지 전환, 복지 수요 증가 등 재정지출 압력에 직면해 있다. 2023년과 2024년 연속된 세수 결손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재정 재설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정부의 조세지출(각종 감면 및 공제 항목)은 과도하게 누적되어 있으며, 이는 과세 기반을 잠식하고 세제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정에서 위 주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 세제전반을 살펴보고 개혁하는 과제가 그것이다. 누구나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 그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에너지 대전환, 고령화 사회의 진전, 불평등의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수요는 늘어나는데 이 상황이 지속가능할까?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긴급처방도 긴요하지만,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 이건 사회적 합의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바로 국회의 역할이다. 결국

개별 세목의 단편적 조정보다는 세제 전체의 정합성과 형평성을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상속세 인하나 배당소득 분리과세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과세기반 확대와 세제 투명성 제고를 통한 구조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국회는 이러한 복합적 과제를 조정하고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국회는 세법을 만들고 개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조세 정의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감세 공약이나 일시적 유권자 유인에 그치는 정책이 아닌, 중장기적인 조세 설계 청사진을 제시할 시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세금을 더 내느냐 덜 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모두가 사회적 책임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세제 개편은 세목 간 균형, 세대 간 형평, 자산과 소득 간 과세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유인의 조합이 아닌, 헌법적 가치와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적 세제 개편이다.


※ 이용우는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로 정무위원회와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대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 이슈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시대에 주목하여야 하는 ESG 제도 정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였다. 국회의원 전에는 현대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CIO,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Johns Hopkins University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