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마음·폭풍의 향방·히스패닉 표심… 美대선 운명 가른다[Global Focus]

민병기 기자 2024. 10. 17. 09: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Global Focus - 초접전 美 대선 D-19… 경합주 7곳 막판 판세는
러스트벨트 3개주
해리스-트럼프 중 누가 ‘블루 칼라’ 지지 얻느냐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
허리케인에 남동부 피해 막심… 투표율 영향 줄까
애리조나·네바다
히스패닉 20% 이상… 해리스, 지지율 낮아 비상
그래픽 = 권호영 기자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미국 대선이 채 2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전체 판세를 좌우할 경합주 7곳의 승패에 미국 정치권은 물론 전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국 단위 지지율은 물론 경합주의 그간 여론조사를 종합한 평균에서는 다소 앞서고 있지만 추세는 확실히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좋다. 여기에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의 존재까지 감안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 발 앞서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지점을 경합주의 특성에 따라 정리했다.

◇12년간 당선자 손 들어준 ‘러스트벨트’= 경합주 7곳 중에서도 두 후보가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하듯 찾는 최고 격전지는 오대호 주변의 러스트벨트(쇠락한 동북부 공업지대)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세 곳이다.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가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다른 두 곳 역시 여론조사마다 오차범위 내에서 승자가 바뀔 정도의 박빙 승부다. 2012년부터 세 차례 대선에서 러스트벨트의 ‘선택’은 모두 같았다. 그리고 러스트벨트에서 이긴 승자가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일단 안정적으로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해리스 부통령이 이 러스트벨트 세 곳을 모두 이기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세 곳을 모두 승리하면 2016년의 재림이다.

세 지역 표심이 동일하게 움직인 것은 결국 ‘경제’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 디트로이트(미시간주), 미국 철강 산업의 상징 피츠버그(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벨트는 과거 화려했던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쇠락한 미국 산업 현장이다. 민주당 텃밭이었던 이들 지역은 가장 영광스러웠던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용히 환호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세 지역의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미 퀴니피액대가 지난 3~7일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1412명(오차 범위 ±2.6%포인트), 미시간 1007명(±3.1%포인트), 위스콘신 1073명(±3%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가 더 경제 정책을 잘 펼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위스콘신에서 53%로 해리스(44%)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미시간 역시 53%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 범위를 벗어나 우세였다.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 49%, 해리스 47%로 오차범위 내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해리스 부통령이 노조에 가입한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이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같은 핵심 경합주 승리에 가장 큰 도전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구명보트를 탄 미국 구조팀이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해 쓰러진 나무와 건물 잔해로 뒤덮인 노스캐롤라이나 스와나노아강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경합주 대열에 들어선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 노스캐롤라이나는 최근 선거에서 경합주로 분류되지 않았다. 공화당의 약우세 지역으로 꼽혔다. 최근 14번 대선 중 12번 공화당이 이겼다. 이번 대선에서도 초반에는 경합주에서 제외됐으나 민주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올라 경합주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미국 정치권에서는 결국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지사 후보로 나선 공화당 마크 로빈슨의 ‘막말 파문’이다. ‘흑인 나치’ 운운한 그의 발언으로 노스캐롤라이나의 표심이 술렁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쁜 선거 기간 수차례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야 했다. 또 다른 변수는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다. 카트리나 이후 최악의 허리케인 피해에 노스캐롤라이나가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난 대비와 수습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하는 구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허리케인 피해가 남부의 대표적 경합주에 집중돼 투표율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아 역시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의 인구 비율이 계속 높아지며 공화당 약우세 지역에서 경합주로 바뀌고 있다. 특히 4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에서 0.26%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뒀다.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는 4년 전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백악관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흔들리는 히스패닉 표심, 네바다와 애리조나 = 애리조나와 네바다는 히스패닉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다. 이들의 표심이 주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상대적으로 애리조나는 공화당이 다소 우세하고 캘리포니아로부터 인구 유입이 많은 네바다주는 민주당이 다소 우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간 히스패닉계의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로 최근 세 차례 대선에서 네바다는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고,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은 애리조나주에서 0.3%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표심은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13일 뉴욕타임스(NYT)는 자사의 여론조사 보도를 인용,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히스패닉계 지지율은 위험할 정도로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국 지지율은 해리스 부통령이 약우세, 경합주는 초경합 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약우세라는 판세를 흔들 또 다른 변수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여론조사에 파악되지 않는 트럼프 지지층)의 존재다. 샤이 트럼프의 개념 자체는 2016년과 다소 달라졌다. 당시엔 백인 중·하층민들의 트럼프를 향한 지지, 기성 정치권을 향한 분노를 정치권이 아예 인식도 못 했고, 여론조사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주류가 됐고 ‘침묵하다 조용히 투표장에서 트럼프를 찍고 나오는’ 샤이 트럼프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론조사 반영이 까다로운 농촌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아 여론조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의미의 ‘샤이 트럼프’는 여전히 존재한다. 단 샤이 트럼프의 규모, 파괴력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하지만 1%포인트 안팎으로 결과가 갈릴 경합주에서 샤이 트럼프는 존재 자체가 민주당과 해리스 부통령에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vs 일론 머스크… 후보들만큼 치열한 지원군 대결

치열한 접전 양상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두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 간 대결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기세가 밀리고 있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돕기 위해 전면에 나선 대표 주자는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이는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지후보가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거리두기를 하는 것과 비교된다. 유권자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유명인사들의 지지 선언 구도도 관심이다. 해리스 부통령에겐 ‘팝 여제’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지가 큰 힘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아예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유세에 나설 정도로 열렬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중도층에도 영향력이 큰 오바마 전 대통령은 10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시작으로 해리스 부통령 지원 유세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이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며 대놓고 ‘흑인 남성들의 해리스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경합주를 중심으로 중소 규모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늘려가며 해리스 부통령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무대에 서서 후보 교체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거친 해리스 부통령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이는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해 상당수 공화당의 원로 및 핵심 인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거나 아예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는 등의 행보와 차이를 보인다.

스위프트는 지난 9월 10일 대선 후보 간 TV토론이 끝난 직후 자신의 SNS에 “나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움직이는 곳마다 경제가 활성화돼 ‘스위프트 노믹스’(Swift nomics)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처럼 스위프트의 공개 지지 선언이 상대적으로 정치 참여도가 낮은 젊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취지의 ‘스위프트 보트’(Swift vote)라는 말도 나온다. 비욘세, 오프라 윈프리 등도 해리스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지원군은 머스크다. 아예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는가 하면, 트럼프와 1대1 대담을 통해 트럼프의 입장과 정책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유명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은 공화당 전당대회에 연사로 나와 “우리는 지도자이자 나의 영웅인 검투사와 함께 미국을 되돌릴 것”이라며 특유의 티셔츠를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