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지 22년 지났는데… 아직도 결말 해석에 의견이 분분한 ‘한국 영화’

한국 영화 ‘올드보이’ 장면. / 유튜브 ‘YouTube 영화’

오늘은 박찬욱 감독의 2003년 영화 ‘올드보이’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인간이 감정의 끝에 다다랐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정면에서 보여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감금,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복수의 여정은 끝내 한 인간을 무너뜨린다.

이유 없는 감금에서 시작된 절규

의문의 방에 감금된 오대수. / 쇼이스트 제공

오대수(최민식)는 술에 취한 채 귀가하던 중 누군가에게 납치돼 낯선 방에서 눈을 뜬다. 좁고 답답한 공간 안에는 TV와 그림뿐이다. 매일 같은 군만두가 식사로 주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게 남은 건 분노뿐이다. 그는 벽을 젓가락으로 파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15년간 세상은 변했고, 오대수는 그 안에서 감정을 잃어갔다.

그는 마침내 벽돌 하나를 뜯어내며, 탈출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 순간, 예상과 달리 감금된 장소에서 그대로 풀려난다. 세상으로 나온 오대수는 자신을 가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진다. 밖으로 나온 오대수는 횟집으로 향한다. “살아있는 게 먹고 싶다”는 말과 함께 산낙지를 씹어 삼키던 그는 갑자기 쓰러지고, 정신을 차렸을 때 미도(강혜정)의 집에 있었다.

미도와 오대수가 대면하는 장면. / 쇼이스트 제공

미도는 그를 돌보며, 그의 기록을 읽는다. 오대수는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되짚으며 복수를 준비한다. 그는 감금 당시 먹던 군만두 봉투에서 ‘청룡’이라는 전표를 발견한다. 수십 개의 중국집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던 그는 결국 자신이 감금됐던 장소를 알아낸다.

그곳에서 오대수가 마주한 인물은 이우진(유지태)이었다. 그는 냉정하게 제안을 건넨다. “5일 안에 내가 왜 그랬는지 알아내면, 내가 죽겠다.” 오대수는 그 말을 받아들이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는 옛 친구 주환(지대한)을 찾아가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지만, 대화 도중 주환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오대수는 모든 의심을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

과거의 한마디가 만든 비극

(왼쪽) 한실장, (가운데) 이우진, (오른쪽) 오대수. / 쇼이스트 제공

조사를 이어가던 오대수는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 여학생, 이수아(윤진서). 그는 무심코 그에 대한 소문을 떠들었고, 그 말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소문에 시달린 수아는 상상임신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수아는 이우진의 친누나였다.

오대수가 던진 말 한마디가 이우진의 인생을 무너뜨렸고, 복수의 원인이 됐다. 이우진은 오대수의 아내를 살해하고, 그를 15년 동안 가둬 기억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최면을 걸어 오대수와 미도가 서로의 관계를 알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두 사람은 부녀지간임을 모른 채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진실이 드러난 순간, 오대수는 절규한다. 이우진은 계획한 복수를 모두 끝낸다. 그는 오대수 앞에서 모든 진실을 드러내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복수는 완성됐지만,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대수는 살아남았지만, 모든 기억을 버리기 위해 최면술사를 찾아간다. 이후 그는 눈 덮인 숲에서 미도를 만나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을 짓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색’으로 읽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

이우진이 오대수에게 수면 가스를 주입하고 있다. / 유튜브 ‘YouTube 영화’

‘올드보이’에서 색은 감정을 표현한다. 빨강은 분노와 파멸, 보라는 슬픔과 후회를 나타낸다. 오대수가 분노할 때마다 화면은 붉게 물들고, 이우진의 공간은 보라빛으로 덮인다. 미도가 입은 빨간 옷, 이우진의 붉은 셔츠, 그리고 보라색 손수건은 모두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복수는 붉게 시작해 보라빛 슬픔으로 끝난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로 이름을 알린 뒤 ‘올드보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디까지 파괴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그린다.

기억에 오래 남은 장면들

이우진과 대면한 오대수. / 유튜브 ‘YouTube 영화’

‘올드보이’는 지금까지도 여러 장면이 회자된다.

먼저 “누구냐, 너?”라며 전화기 너머로 외치는 오대수의 장면은 영화의 상징처럼 남았다. 짧은 대사지만 그의 분노와 혼란, 그리고 인간적인 절규가 모두 담겨 있다. 이후 수많은 영화와 예능, 광고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강렬했다. 또 하나는 이우진이 펜트하우스에서 요가를 하던 장면이다. 턱과 팔, 가슴만으로 몸을 지탱하며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은 그 자체로 긴장감이 흐른다.

오대수가 “내가 이제부터 이우진의 개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영화의 절정이다. 미도의 정체와 모든 진실을 깨달은 뒤 절망한 오대수가 스스로 짐승이 되듯 무너지는 순간이다. 최민식의 연기는 이 장면에서 폭발한다. 이우진의 마지막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신을 겹쳐본다. 누나의 손을 놓던 순간이 다시 떠오르고, 그 기억과 함께 스스로 머리에 총을 겨눈다. 복수를 완성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내린 마지막 벌이었다.

오대수를 끌어안은 미도. / 유튜브 ‘YouTube 영화’

마지막으로 설원 위에서 미도와 오대수가 마주 서는 장면이 있다. 미도는 “사랑해요, 아저씨”라고 말하며 그를 껴안는다. 오대수는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모를 표정으로 서 있다. 그 장면은 기억이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남긴다. 박 감독이 직접 뽑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마지막 대사와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개봉한 지 22년이 지난 지금도 이 결말을 두고 ‘기억이 지워졌는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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