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급 후폭풍]② ‘원컴퍼니’ 한계…회사가 자초한 노노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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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회사 내부 갈등으로 번진 배경에는 회사의 ‘원컴퍼니(One company)’ 체제와 보상 조율 실패가 맞물려 있다. 반도체와 완제품처럼 사업 성격과 투자 규모, 업황 흐름이 다른 부문을 한 회사 안에 두고 운영해왔지만 성과를 나누는 기준은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큼 정교하게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총파업을 막기 위한 잠정합의안이 삼성전자 안에 잠재돼 있던 사업부 간 이해 충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불황기엔 전사 투자, 호황기엔 DS 보상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 내부에서는 이번 성과급 협상을 두고 “한 회사라는 원칙이 보상 국면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컴퍼니 체제 내에서 발생하는 사업 성격 차이와 전사 기여도 산정의 어려움에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과 스마트폰·TV·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을 같은 회사 안에 두고 있다. 한 회사 안에서 대규모 투자와 사업 간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장점으로 꼽혀왔다. 완제품 사업은 반도체 부품의 안정적 수요처가 되고 반도체 사업은 완제품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유기적 관계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성과를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사업구조가 갈등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DS부문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장기 기술 경쟁이 핵심인 기업간 거래(B2B) 장치산업 성격이 강해 메모리 가격과 글로벌 수요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인다. 반면 DX부문은 소비자 수요와 제품 출시 주기, 브랜드 선호도에 민감한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완제품 사업이다. 사업 성격이 다른 만큼 성과가 나는 방식도 달라 특정 시점의 단기 영업이익만 놓고 각 부문의 기여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 제공=삼성전자

DX부문 직원들이 문제 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DS부문 성과를 별도로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반도체와 완제품을 한 회사 안에서 운영해 온 만큼 성과 배분 때도 전사 기여와 사업 간 의존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호황기에는 DS부문 성과만 별도로 떼어 보상하고 불황기에는 전사 재원을 활용해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불황기 시절 전사 차원의 투자가 이어졌다는 점은 DX부문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평택 공장 등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DS부문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핵심 기반이었지만 투자 결정과 재원 조달은 삼성전자 전사 차원에서 이뤄졌다. DX 내부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TV 등 완제품 사업이 불황기 속에서 벌어들인 현금흐름이 회사 전체의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는 인식이 강하다.

완제품 사업이 DS부문의 안정적 매출 기반을 지탱하고 삼성전자의 브랜드 경쟁력을 이끌며 기여했지만 보상 국면에서는 철저히 배제된 셈이다. 힘든 때는 ‘한 팀’으로서 부담을 나누고 호황기 보상은 ‘DS만의 몫’으로 분리하는 사측의 이중적 잣대가 보상 원칙의 일관성을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성과 배분서 밀린 DX, 협상 절차도 논란

사내 사업 체계도 같은 맥락이다. DX부문은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을 생산하면서 메모리와 반도체 부품을 대규모로 구매해온 삼성전자 내부의 주요 수요처다. DX 내부에서는 완제품 사업이 DS부문의 안정적 매출 기반을 일정 부분 뒷받침해 왔는데도 성과 배분 과정에서는 해당 기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완제품 사업이 삼성전자 매출과 브랜드 경쟁력을 지탱해왔음에도 보상 논의에서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인식이다.

사측이 마련한 잠정합의안의 세부 조항은 이러한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그동안 DX부문 내부에서도 MX, VD, DA 등 사업부별 성과급 차등 지급은 시장 상황에 따른 결과로서 일정 부분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단순한 차등을 넘어 DS부문에만 특별경영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등 사실상 ‘별도 보상 트랙’을 열어주며 원컴퍼니의 기본 틀을 흔들었다.

기존의 성과급 상한은 변동성이 큰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 간의 과도한 보상 격차를 막는 완충장치였다. 상한이 사라지면서 향후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격차가 고착화됐고 다른 사업부 직원들은 보상 체계에서 영구히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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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조율 방식도 갈등을 키운 대목이다.  노사 협상 테이블에는 사측 대표교섭위원으로 여명구 DS 피플팀장이 참여했다. 여 팀장으로 변경되기 전인 사후교섭 당시에도 김형로 DS부문 부사장이 대표교섭위원을 맡았다.  DX 임원은 배제된 채 DS 임원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DX부문 의견이 처음부터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보상안의 내용뿐 아니라 조율 절차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진 것이다.

DX부문 한 관계자는 “DS부문이 적자였을 때 지급된 특별 보상은 누구 돈으로 마련됐고 반도체 불황기에 평택 공장을 세운 투자 재원은 어디서 나왔느냐는 불만이 내부에서 나온다”며 “어려울 때는 한 회사라는 이유로 전사 재원을 활용하고 좋아졌을 때는 DS부문 성과로만 보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VD사업부는 지난해 회계상 적자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에서 적자로 평가돼 OPI가 12%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안다”면서 “DS에는 적자에도 훨씬 많은 성과급을 수여하고 상한 없는 별도 보상 체계를 적용하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보상 원칙이 일관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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