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에 '업사이클링(Upcycl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패션기업의 브랜드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브랜드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불용 원단을 활용한 한복이나 반려동물 물품, 액세서리, 소품 등 품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소재를 새롭게 디자인해 가치를 높인 것을 뜻한다. 자원을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 즉 재활용과 달리 업사이클은 기존 사용됐던 용도가 아닌 새로운 활용을 시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때문에 재활용보다 '새활용'에 가까운 의미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방수 천막이나 에어백 등을 재활용하는 스위스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을 통해 업사이클링 패션이 알려져있다.
업사이클링은 지속가능한 패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최근 국내 패션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코오롱FnC의 경우 국내 패션기업으로는 10년 전부터 최초로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래코드의 10주년을 맞아 자사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 패션을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팝업스토어에 다녀왔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한국가치패션연구소가 주관하고 아산나눔재단이 후원하는 '패브릭-업(Fabric-up)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행사로 불용 원단, 소방호스 등을 활용한 패션, 캠핑, 애견, 등 라이프스타일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였다. 공통점은 1인 또는 소규모로 업사이클링을 시도하는 창업자들이라는 것이다.
한국가치패션연구소, '패션 성지' 성수동에 팝업 연 이유는
팝업스토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품목이 판매됐다. 통상 업사이클링 패션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의류, 가방뿐만 아니라 애견용품과 엽서 등 소품, 가방 스트랩 등의 액세서리가 팝업 공간을 채웠다.

먼저 타이백(tyvek) 원단을 활용해 만든 '로우하이'의 캠핑 파우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아진 캠핑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파이백은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합성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로, 불에 잘 타지 않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결로현상 방지를 위해 건축물 내부에도 사용되는 만큼 방수성이 높아 업사이클링의 단골 소재다.
디자인 업계에 있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로우하이 운영을 시작한 조민제 씨는 <블로터>에 "몇년 째 캠핑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캠핑 용품은 야외에서 주로 사용되는 만큼 방수에 특히 신경썼다. 높은 산과 낮은 산을 뜻하는 브랜드명처럼 캠핑 환경에 구애받지 않도록 활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토도도와 모니키는 의류 제작 후 남은 불용원단을 업사이클링한 애견용품 브랜드다. 애견용품의 경우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물고 뜯으며 놀이하는 특성 상 제품의 대체로 크기가 작고 수명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쉽게 버려지는 제품이기도 한데, 이들 브랜드는 이런 점에서 업사이클링의 필요성을 찾았다. 이들 브랜드는 의류 제작 후 남은 불용원단은 작은 조각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서 착안해 업사이클링 애견용품 제작을 시작했다.

토도도를 운영하고 있는 ㅇ씨는 의류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의류 원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불용원단 활용도를 높였다. 소형 반려동물용 목도리와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대형 반려동물용 목도리는 의류 원단 활용을 높인 예다. 모니키는 제품의 20~100%를 불용원단으로 활용, 노즈워크(후각활동으로 개의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 인형 등을 선보였다. 반려동물이 없는 기자는 이날 모니키의 토끼 노즈워크 인형을 구매해 마우스 사용 시 손목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팝업 공간에는 가방 스트랩과 엽서, 달력 등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제품도 판매됐다. 브랜드 새랍의 가방 스트랩은 의류 불용원단을 뜨개질 방식으로 제작한 제품으로, 자투리 원단을 엮었음에도 가방을 들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페이퍼 아트를 업사이클링으로 재해석한 제품도 눈에 띄었다. 주로 사용되고 남은 종이, 잡지 등을 활용한 것인데, 종이나 원단 조각으로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이를 엽서나 달력 등에 사용하기 위해 프린트했다. 새로운 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브랜드의 고유한 디자인을 가질 수 있는 데다 하나의 작품으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는 점은 활용도를 더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애견용품·액세서리에서 '새로운 가치' 찾는 의류까지
업사이클링의 대표 분야 의류 브랜드도 패브릭-업 팝업스토어에 참가했다. 이날 팝업스토어에는 '컨셔스 한복'을 지향하는 한복 브랜드와 함께 불용원단에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프린팅한 의류를 제작하는 패션 브랜드가 참가했다.
브랜드 '한복 실'은 업사이클링 패션뿐만 아니라 한복의 활용성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다. 일상 원단을 활용해 상의가 짧고 깃 형태의 카라를 살린 개량한복(생활한복)보다는 한복을 제작하고 남은 불용원단에 한복 고유의 느낌을 살린 한복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복 실 운영자는 이를 '컨셔스 한복'이라고 이름지었다. 소재 선정에서 제조 공정까지 윤리적인 과정을 거친, 의식있는 의류 소비를 뜻하는 '컨셔스 패션'에서 따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복 실 운영자는 <블로터>에 "한복 원단으로 한복을 만들어 일상에서의 한복의 활용도를 높이고 싶었다"며 "때문에 고객들이 제품을 보고 '(생활한복이 아니라)한복이다'라고 브랜드의 의도를 알아주면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복의 불용원단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업사이클링과도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업사이클링은 소재가 기존에 사용됐던 것과 다르게 활용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복 실의 경우 한복 원단으로 또 다른 디자인의 한복을 만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브랜드는 업사이클링이 아닌 불용원단을 재사용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지만, 업사이클링과 추구하는 의미는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한국가치패션연구소는 원단폐기물의 업사이클링하는 패션 아이템을 개발하고 창업하는 데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에 소규모 업사이클링 브랜드 창업은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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