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와 성체의 모습이 정반대인 '개구리입쏙독새'

하얀 솜뭉치에 파묻힌 피곤한 눈, 축 처진 부리, 어딘가 억울한 표정. 마치 월요일 아침 출근을 앞둔 사람의 얼굴이다. 이 새는 한국에서 ‘월요일 아침 새’로 불린다. 공식 이름은 개구리입쏙독새. 실제론 호주에 사는 조류지만, 어딘가 사람 냄새 나는 외모 때문에 한국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월요일 아침 새'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개구리입쏙독새는 태어났을 때부터 독보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솜털이 복슬복슬하게 자라난 새끼의 얼굴은 산발한 머리처럼 흐트러져 있고, 눈은 퀭하며 입은 축 늘어져 있다. 막 이불에서 끌려 나온 월요일 아침 출근길 회사원이나 등교하는 학생을 닮았다. 이런 모습은 SNS를 통해 퍼지며 밈화됐고, 이 새는 곧 ‘월요일 아침 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웃긴 별명은 어릴 때뿐만 아니라 성체가 된 뒤에도 이어진다. 다 크면 올빼미처럼 부리부리한 눈매에 무표정한 얼굴이 된다. 그 때문에 성체는 '아니 그걸 왜 지금 말씀하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표정이 매력적인 조류라 한국에선 덕질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해충 사냥꾼이자 부부 금실 최고인 새

개구리입쏙독새는 주로 호주에 서식하며, 몸길이는 최대 53cm까지 자라는 대형 조류다. 겉보기에는 올빼미처럼 생겼지만, 쏙독새류에 속한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뛰어난 위장 능력으로 유명하다. 몸의 깃털이 나무껍질과 흡사한 색과 질감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존재감을 숨긴다.

실제로 이 새는 둥지 바깥에서 잠을 잘 때 머리를 세우고 몸을 쭉 펴서 마치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자세를 취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주변 나무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먹잇감을 노릴 때도 이 능력을 활용한다. 주로 나방, 애벌레, 지네, 거미, 전갈, 민달팽이 등 야행성 벌레들을 먹고 산다. 말벌이나 독성 곤충까지 먹기 때문에 호주에서는 해충 방제에 효과적인 새로 분류된다.

개구리입쏙독새는 유별나게 금실 좋은 새로도 알려져 있다. 한 번 짝을 지으면 평생 같은 영역에서 함께 살아간다. 부부는 나뭇가지 위에 붙어 앉아 서로 깃털을 다듬어주며 애정을 표현한다. 수컷은 매일 10분 이상 암컷 깃털을 부리로 정성스럽게 손질한다.
번식기는 8월부터 12월까지지만, 건조한 지역에서는 비가 온 직후로 번식 시기를 늦춘다. 알은 1~3개 낳으며, 밤에는 암컷이, 낮에는 수컷이 품는다. 부화 후에는 공동 육아를 하며, 새끼는 약 35일 만에 성체가 된다.
한국 쏙독새는 어떤 모습일까

개구리입쏙독새는 한국에 살지 않지만, 그와 같은 ‘쏙독새류’는 한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의 쏙독새는 여름 철새로 5월에서 8월 사이 번식하러 날아오고, 겨울이 오기 전 동남아로 떠난다. 주로 야산, 과수원, 벌채지 등지에서 발견된다.
쏙독새란 이름은 우는 소리에서 유래됐다. 밤에 "쏙독독독" 하는 울음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실제 모습을 본 사람은 드물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철저히 나무와 동화돼 은신해 있기 때문이다.
먹잇감을 발견했을 때는 빠르게 반응한다. 평소엔 나무처럼 가만히 있다가도 벌레나 작은 동물을 포착하면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잡아먹는다.
쏙독새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분포하며, 각 지역 환경에 따라 외모가 조금씩 다르다. 동아시아의 쏙독새는 눈이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인상이 강한 편이고, 남미 지역의 쏙독새는 강한 인상을 주는 외형이다. 이는 서식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결과다.
한국에서는 쏙독새가 포획 금지 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숲속에서 나무와 똑 닮은 새를 발견하더라도 손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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