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과 두나무의 1조원 자본동맹이 초래할 파장을 짚어봅니다.

하나금융그룹이 카카오가 보유해온 두나무 지분을 받아 4대주주로 올라선다. 하나은행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가진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초기 투자자로서 일부 회수에 나서고, 하나금융은 두나무의 전략적 파트너로 들어오게 된다.
같은 지분거래지만 양측의 의미는 다르다. 카카오에는 인공지능(AI)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자산유동화이며 하나금융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송금 등으로 이어지는 가상자산금융의 진입로다. 두나무로서도 제도권 금융주주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확장과 기업공개(IPO)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심사 강화, 두나무의 IPO 변수, 카카오의 AI 투자재원 확보 등이 한 지점에서 맞물린 거래다.
SI로 들어온 하나은행, 두나무 4대주주로
15일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지분율 6.55%)를 약 1조32억원에 현금으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하나은행의 자기자본(약 36조원)의 2.78%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가진 4대주주의 지위도 확보한다.
이번 거래는 향후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처분금액을 기준으로 한 주당 거래가는 약 43만9000원으로 공시 기준 발행주식 총수 3487만4317주를 적용할 경우 두나무의 환산 기업가치는 약 15조3000억원이에 달한다. 2025년 별도기준 자본총계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2.5배, 당기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1배다. 두나무의 별도 매출과 순이익이 2024년 각각 1조7096억원, 9882억원에서 2025년 1조5212억원, 7231억원으로 줄어든 시점에 책정된 가격이라는 점에서 하나금융은 현재의 거래소 이익보다 향후 가상자산 금융 인프라 확장성에 더 높은 값을 매긴 셈이다.
이번 투자는 재무적 투자보다 전략적 투자에 가깝다. 하나금융은 두나무 지분 인수와 함께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력 분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블록체인 기반의 외화송금 고도화 △글로벌 가상자산 사업 발굴 △가상자산 연계 자산관리 서비스 등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검토해왔다. 기와체인을 활용한 송금 기술검증도 진행했다. 올해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협력까지 체결했다. 단순 실험을 넘어 실제로 외환·결제업무와의 연결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하나금융이 두나무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 기반을 갖고 있다.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도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에는 두나무 지분이 가상자산금융 인프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은행의 외환·결제·자산관리 역량을 거래소와 블록체인 인프라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만든 접점
하나금융이 이 시기에 진입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용자 보호 중심의 1단계 규제를 지나 사업자·거래·발행구조를 다루는 2단계 입법 논의로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준비금 관리와 상환구조가 필요하다. 유통·결제·송금·환류구조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이 구조에서는 은행과 거래소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은행은 예금·외환·결제·내부통제 체계를, 거래소는 이용자 접점과 유통망을 갖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은 금융 인프라를, 두나무는 업비트와 기와체인을 제공할 수 있다. 양사의 결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이후를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두나무도 금융권의 전략적투자자(SI)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사업이 거래중개에 머물 때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송금·자산관리로 확대되면 은행과의 연결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외환·자금세탁방지·고객확인 역량은 거래소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심사 강화 흐름도 변수다.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갈수록 주주 구성과 내부통제는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은행권 주주 확보는 두나무가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을 내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 IPO 과정에서도 내부통제와 사업안정성을 강조할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지분 줄인 카카오, AI와 가상자산 노출 조정
이번 거래의 다른 축은 카카오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를 처분한 뒤 후 보유 주식은 140만6050주, 지분율은 4.03%로 낮아진다. 두나무가 스타트업이던 시절부터 자금을 수혈하며 3대주주이자 재무적투자자(FI)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거래로 보유 지분의 상당수를 하나은행에 넘기면서 주요주주 5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카카오는 두나무의 초기 투자자다. 이번 지분 매각은 2015년 33억원을 투자한 후 10여년 만에 1조원대를 회수한 거래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사실상 엑시트에 들어간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카카오는 현재 두나무를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 카카오 측은 두나무 지분 보유를 FI의 관점으로 설명했다. 또 이번 매각도 가상자산 사업 철수보다 투자자산 일부 회수에 가깝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카카오가 밝힌 처분 목적은 AI 미래 투자재원 확보다. 카카오 관계자는 두나무 지분을 매각한 배경과 관련해 "AI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AI뿐 아니라 미래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재원 마련이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은 카카오의 전략 우선순위가 변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카카오는 AI를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어 두나무 지분 일부를 현금화할 경우 대규모 투자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동시에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심사가 강화되는 흐름에서 두나무에 대한 직접지분 노출도 낮추게 된다.
다만 카카오가 가상자산 영역에서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 두나무 지분율이 낮아지지만 4.03%는 남는다. 별도의 스테이블코인도 구상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며 "법제화 이후 사업 기반이 갖춰지면 국내에서 빠르게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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