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건조한 히터 싫은데! 복사열로 쾌적 난방..현대기아 히트 테크데이

“차량 유리에 부착해 실내 온도를 10도 정도 낮춰주는 나노 쿨링 필름과 히터 대신 탑승자 주변 온도를 따듯하게 해주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내년 쯤 양산 전기차에 적용이 가능한 신기술입니다.”

현대기아는 22일 서울 장충동 크레스트72에서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를 열고 차량 내부 온도를 조절해 탑승자를 쾌적하게 해주는 세 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미래에 대비하는 신기술이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적용이 가능한 양산형 기술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탑승객이 여름에는 차내에서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양산형 기술이다.

세 가지 기술은 차량 유리에 부착하면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 탑승객 주위의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의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다.

이러한 온도 제어 기술은 겨울철 주행거리가 뚝 떨어지는 전기차에 가장 효과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코나 EV에 적용해 겨울철 테스트한 결과 주행거리가 8% 늘었다”며 “1,2년내 양산차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3가지 온도 제어 기술을 소개하고 각 기술에 대한 전시물을 마련했다. 특히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 참석자들이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양산 적용 수준의 기술 완성도도 갖추고 있음을 드러냈다.

열에너지통합개발실 정영호 상무는 “오늘 공개한 기술 세 가지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양산 적용이 가능하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현대차·기아는 ‘나노 테크 데이’ 행사를 통해 다양한 최첨단 나노 소재 기술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됐던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에 부착하기만 해도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기아는 기존 대비 향상된 성능과 품질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면적의 나노 쿨링 필름을 현대차 아이오닉 6 차량에 적용해 공개했다. 내외장 색상이 동일한 차량 두 대를 마련, 한 대에는 나노 쿨링 필름을 시공하고 나머지 한 대에는 출고 상태 그대로 전시해 실내 온도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이날 전시에서 나노 쿨링 필름 시공 차량의 센터 콘솔 부근 실내 온도는 36.0℃를, 그렇지 않은 차량은 48.5℃를 기록하는 등 두 차량의 차이는 최대 12.5℃를 기록했다.  에너지소자연구팀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나노 쿨링 필름을 앞으로 나올 양산차에 적용할 경우 접합유리 중간에 부착하는 형태라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주행 중인 차량에는 선팅 형태로 시공도 가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외부의 열을 차단하기만 하는 기존 틴팅 필름과는 달리, 외부 열 차단과 더불어 차량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기능까지 추가로 갖춘 첨단 소재다.

태양 에너지의 근적외선대 파장을 반사하는 두 개 층과 내부의 중적외선대 파장을 외부로 내보내는 한 개 층을 포함,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되며,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 이상 낮출 수 있다.

특히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서 기존 틴팅 필름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틴팅 필름과 함께 부착한다면 틴팅 필름의 열 차단 효과에 나노 쿨링 필름의 차단/방사 효과가 더해져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4월, 현대차는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투명한 나노 쿨링 필름을 70여 대의 차량에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를 진행해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데워주는 기술인 복사열 난방 시스템도 선보였다. 기아 EV9에 이 기술을 적용,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겨울철 차가워진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히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한다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고, 3분 안에 하체에 따뜻함이 전달되기 때문에 탑승객의 쾌적함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조장치의 건조한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음으로써 느끼던 불편함이 해소되고 건조하지 않은 쾌적한 난방이 가능하다. 실내 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통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핵심 기술은 고온 필름형 발열체와 화상 방지 시스템이다. 110℃까지 열을 발생시키는 필름형 발열체가 각 모듈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감싸고 있는 직물 소재가 인체에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또한 각 발열체 모듈에는 신체가 닿는 즉시 이를 감지하고 온도를 낮추는 화상 방지 시스템이 적용되어 혹시 모를 화상 위험을 없앴다.

이날 행사에 전시된 EV9에는 총 9개에 달하는 위치에 복사열 난방 발열체를 적용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 컬럼 아래쪽과 도어, 센터 콘솔 등 5곳, 동승석에는 도어, 센터 콘솔, 글로브박스 아래쪽 등 4곳이다.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오만주 연구위원은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통해 빠르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난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기차에 적용하면 겨울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도 소개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겨울철 서리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특히 48V의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영하 18℃에서도 유리 표면의 성에를 5분 내에 완전 제거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삽입된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 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할 수 있어 차량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캐나다나 북유럽 등 혹한 지역의 전면 유리에 주로 적용되던 텅스텐 와이어 열선 대비 시인성이 크게 개선돼 열선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빛 번짐이나 왜곡 없이 운전자에게 깨끗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MLV외장설계1팀 정기헌 파트장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적용되면 탑승자의 쾌적성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서리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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