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마다 가입 요구… 대리기사 1명에 '보험 주렁주렁'

정부의 개인보험 확인 시스템 불구
수도권 대리운전회사들 '중복 권유'
"손님 받으려면 여러 곳 일 불가피"
업체 "보상 범위 낮으면 고객 피해"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성남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보수 합의 등을 요구하며 카카오모빌리티를 규탄하고 있다. 2024.6.17/최은성기자 ces7198@kyoengin.com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을 오가며 업체(법인) 손님들을 상대로 대리운전 업무를 하는 기사 A씨는 4개 업체의 콜을 받는다. 그런데 이들 업체가 모두 업체별 보험 가입을 요구해 총 4개 보험에 가입했다. A씨 입장에선 1개 개인 보험만 가입하는 게 비용상 유리하고 보장도 받을 수 있는데 부담이 큰 상황인 것이다. 그는 "수입을 높이려면 여러 보험을 들더라도 여러 업체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카카오T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손님들의 '노쇼'로 금전적인 피해를 겪는데도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관련 취소 수수료 규정도 두지 않아 기사들이 피해를 떠안는 가운데 일반 업체와 연계돼 근무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경우 업체 측의 보험 요구에 신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대리운전 기사들의 중복 보험료 지출 문제를 해소하려고 3년 전 대책까지 내놨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선 업체들이 업체별 단체보험을 권유하는 등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을 비롯한 여러 정부 부처는 지난 2021년 대리기사의 단체보험 중복가입 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대리운전 업체가 대리기사의 개인보험 가입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불필요한 보험 가입을 방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대책 시행 3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경기도 등 수도권 법인 대리운전 기사들은 여전히 업체로부터 단체보험 가입을 권유받는 실정이다.

대리운전 법인 등 업체들의 단체보험 상품 보상 범위는 제각각인데, 각 대리운전 기사의 개인보험 보상 범위가 회사 기준보다 낮을 경우 업체가 손해를 볼 가능성 탓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한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는 "상품 보상 범위를 낮게 하면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보상 범위가 높은 상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리운전 업체들이 단체보험 가입을 요구하며 대리운전 기사들만 손해를 떠안는다는 지적이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관계자는 "보험료를 중복해 여러 군데에 내야지만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시스템 자체가 기사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손해를 발생시킨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도 문제가 여전한 일선 현장 상황 등엔 손을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사들과 업체 사이에 단체보험 가입 중복 시 불공정 거래 행위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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