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자이 0건, 잠실주공5단지 1건” 거래한파에 대단지도 속수무책

서울 3천가구 대단지, 10월 중 거래량 10건 넘은 곳 없어

서울 주택시장 한파가 대단지까지 들이닥쳤습니다. 침체기에도 꾸준히 거래가 있고, 가격도 선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단지마저 거래가 실종된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대기수요의 구매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반포동 반포자이는 10월에 단 1건의 매매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3,410세대에 달하는 규모에도 손바뀜이 전혀 없었던겁니다. 반포자이에 매매가 끊긴 건 2022년 7~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른 대단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잠실주공5단지(3,930세대)도 10월 중 매매가 1건에 불과했습니다. 잠실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와 파크리오까지 다 합쳐도 30건에 그쳤죠. 잠실 5개 단지를 합치면 세대수만 25,731가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가 거의 실종된 샘입니다.

대단지 거래 실종은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소재 3,000세대 이상 대단지 33곳 가운데, 매매량이 10건을 넘은 곳은 단 1곳도 없었습니다. 헬리오시티(9,510세대)와 고덕그라시움(4,932세대), SK북한산시티(3,830세대), 관악드림타운(3,544세대)이 10건을 기록했고, 나머지 단지들은 한 자릿수에 그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깔린 위에 정책금융이 공급되면서 거래량이 늘고 집값도 반등했지만, 금리는 낮아지지 않았고 정책금융은 끊겼다. 결국 정책금융 도입 이전으로 거래량도 자연스럽게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대단지 실거래가도 하락거래 등장… ‘패닉셀’ 가능성은 글쎄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실거래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던 지역별 주요 대단지에서도 많게는 억대의 하락거래가 등장하고 있죠.

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11월에 23억 7천만 원으로 실거래가성사되었습니다. 앞서 10월에는 최고 24억 3천만 원으로 거래된 타입으로, 약 6천만 원이 하락해서 손바뀜이 이루어졌습니다.

잠실에서는 억대 하락거래가 등장했습니다. 파크리오 전용 84㎡ C타입은 10월에 최고 21억 7천만 원에 실거래가 있었는데요. 11월에는 최고 19억 9천만 원에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불과 1개월 사이 1억 8천만원 가까이 가격이 조정된 셈입니다.

매물은 적체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1월 1일 기준 5만 513세대였으나, 11월 30일에는 7만 8,490세대로 늘었습니다. 실제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만큼 적체되는 매물의 증가 추이도 더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세 하락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폭의 하락거래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으나, 경쟁적으로 호가가 하락하는 ‘패닉셀’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세시장 열기가 오르면서 개별 매수자의 자금 부담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세매물은 1월 1일 기준 5만 4,666세대였으나, 11월 30일에는 3만 5,892세대로 34% 감소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세수급지수도 1월 기준 60.7p에서 10월 들어 95.4p까지 올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개편으로 보유세 부담도 줄었고,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급매물은 이미 올해 시장에서 소화를 마쳤다. 대기수요가 전세로 이동하면서 전세수요가 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패닉셀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