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기술력 밀려 다 내줄 판”..미국 경제 대들보의 굴욕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9. 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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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왕’ 포드 탄생시킨 미국
전 세계 최강 자동차 생산국이었지만
전기차 앞세운 中에 밀려 왕관 내줘
美, 협력 대신 적대…관세 4배 올려
“개방 경쟁으로 기술 공유해야” 의견도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 비야디(BYD) 차량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 출처 = BYD]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자동차의 왕’으로 불린 미 자동차 기업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도입한 차량 대량 생산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미국은 순풍에 올라탔습니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시간에 차량을 찍어낼 수 있는 시설이 구축되면서 자동차는 미 사회에서 빠르게 대중화됐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자동차는 미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며 글로벌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산업 중 하나로 거듭났습니다.

이처럼 한 세기를 이끌었던 미국의 영광도 이제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차량을 필두로 한 급격한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미국이 지금까지 상대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강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의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한 나라는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을 향했던 ‘자동차 시장 불모지이자 아류’ 취급은 사라졌습니다. 중국은 이제 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자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성장한 데 이어, 미래 산업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전기차 개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산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 중국은 처음으로 국내 신차 판매량의 50% 이상을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채우며 내연기관 차량을 앞지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전기차 판매량이 10%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주 중 하나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에서도 판매량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면서 전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미 테슬라의 점유율까지 빼앗아오고 있습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태국과 브라질 등 전기차 신흥시장에서 개척자 역할을 해내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약 491만대의 차량을 수출하며 일본(약 442만대)을 넘어섰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등을 포함한 차세대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비용을 더 줄이려면 이제는 중국의 기술력이 필수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기술 발전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현재 고를 수 있는 전기차 모델 선택지는 약 200종에 달합니다. 동시에 가격까지 저렴해서 이들 대부분이 5만달러(약 6680만원)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미 소비자들이 자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 종류는 50여종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은 갈수록 전기차 관련 개발·생산 계획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시장도 규모는 충분하지만 대형트럭과 SUV를 선호하는 미국인 특성에 맞춰 이들 모델에만 집중하면서 다변화 전략에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대형트럭이 가장 많이 팔리는 10개 국가 중 하나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콤팩트한 사이즈의 크로스오버와 세단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미국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출시한 ‘사이버트럭’ [사진 출처 = 테슬라]
이 같은 현상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공격적인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 정부는 이달 27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이 대선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대형트럭과 SUV 개발·생산에만 집착한다면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적대시하지 말고 내부로 끌어들여 당분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을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라는 말처럼,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기술력을 흡수하면 앞으로 점점 더 치열해질 전기차 경쟁에서도 미국이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오랜 기간 자동차 산업에서의 ‘굴기(우뚝 일어섬)’를 꿈꿔온 중국은 실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과 척지는 대신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국은 GM 등 미 현지 기업들과 손을 잡고 더 많은 차량을 효과적으로 생산하는 법과 차세대 기술 등을 배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금세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자동차 컨설팅 업체 던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기업 비야디(BYD)의 자국 내 판매량은 4년 전만 해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올해부터는 60% 이상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중국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 입지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미 GM 사업부의 올해 중국 내 수익은 전성기였던 5년 전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압도적인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의 전기차 공세를 현재로서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걸 갖춘 것처럼 보이는 중국도 아직은 미국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은 판매량 측면에서는 중국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더 큰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제 강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중국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캐나다 등 중국산 전기차를 막으려는 다른 국가들의 규제 속도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 시스템과 가성비를 중심으로 전기차 번영을 이끌고 있는 중국은 자국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른 나라의 문을 최대한 오래 열어두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반대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 좀 더 개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장은 중국의 우위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 굴욕적일 수 있지만,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잠깐의 굴욕을 감수하더라도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공유하고 이를 축적하는 것이 미국을 진정한 ‘전기차 1위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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