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회고하고 다가올 내년을 계획하는 시점이다. 서촌의 <오프더레코드> 전시에는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하기를 멈추지 않은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우리는 모두 고유한 나로 태어나지만, 살다 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른 채 관성적으로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것이다. 자아성장 커뮤니티 플랫폼 ‘밑미(meet me)’는 모든 사람들이 진짜 ‘나’를 발견할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삶을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리추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리추얼이란 자신의 삶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는 활동을 뜻한다. 매일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건강한 한 끼를 먹는 등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 <오프더레코드>는 밑미에서 올해 5월부터 준비한 첫 기록 전시로, 밑미에서 진행하는 리추얼을 3개월 이상 실천한 이들의 기록물을 모았다. 여기 모인 117명의 기록물은 누구에게 보이거나 팔기 위한 기록, 개인 브랜딩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날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날 것의 기록물이다.





한 사람의 기록물을 단순히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집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집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한 사람이 써 내려간 내밀하고 진솔한 기록을 담기에 알맞다. 한 사람의 기록들이 쌓여 하나의 집을 이루고, 여러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한다. 다정한 입주민들이 복작복작 모여 있는 그런 아파트 단지를.
누군가의 기록물을 펼쳐보는 건 한 집씩 찾아가 조심스레 초인종을 누르는 일이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삶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불안을 딛고 자신을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아무래도 수박이라며 수박을 먹고 남은 라벨을 모은 진(zine)부터 책을 읽고 수집한 문장에서 나아갈 힘을 얻은 기록물까지. 어떤 기록은 웃음이 새어 나올 만큼 귀여웠고, 어떤 기록은 내 마음을 빼다 박은 듯해 괜스레 내적 친밀감이 올라갔다.
기록물을 전시한 메인 공간은 세 개의 구역으로 구획되었다. 각 구역에는 편히 앉아 천천히 기록물을 읽을 수 있도록 푹신한 이불탁자인 코타츠가 마련돼 있다. 2층의 기록물 전시를 원활하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1층에서 '내 안의 방해꾼 찾기 테스트'를 먼저 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기록물마다 서로 다른 방해꾼 캐릭터가 걸려 있는데, 같은 유형의 캐릭터를 지닌 이라면 자신과 비슷한 성향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타인의 기록물 전시를 관람하며 영감을 받았다면, 이제 나의 이야기를 써볼 차례다. '내 안의 방해꾼 찾기 테스트'를 하고 리셉션으로 가면 리추얼 키트를 주는데, 여기에 자신만의 오프더레코드를 간략하게나마 써 내려갈 수 있다.


<오프더레코드> 전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기획자의 책상' 코너도 흥미롭다. 전시 공간 및 컨셉을 기획하는 과정과 디자인 및 네이밍 과정, 협찬사인 야마하에게 제시한 제안서와 커뮤니케이션 과정까지 엿볼 수 있다.


기록물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오면 야마하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체험 공간으로 이어진다. 글과 말로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밑미와 음악의 시작을 돕는 브랜드 야마하가 만난 것. 이곳에서는 피아노, 드럼, 기타 등 야마하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소리가 헤드셋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초보자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연주할 수 있다.
기록물 전시부터 기획자의 책상, 음악 연주 공간까지 알찬 구성으로 이루어진 전시였다.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옥상까지, 모든 공간을 다 둘러보기에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짧게만 느껴졌다. 개인의 진정성 있는 서사보다 마음을 울리는 게 있을까. 누군가 정성스레 써 내려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걸 이렇게 한순간에, 힘들이지 않고 읽어버려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기록을 시도하고 싶은 이에게, 이를 통해 자신을 알고 싶은 이에게 <오프더레코드> 전시는 분명 하나의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14일(목)까지 진행된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밑미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예약할 수 있다.
장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3길 4 사사사가
일정 2024년 10월 26일(토) - 2024년 11월 14일(목)
시간 주중 12:00 ~ 20:00 / 주말 11:00 ~ 19:00 (한 타임당 1시간 30분)
금액 무료
ㅣ 덴 매거진 Online 2024년
에디터 조윤주(yunjj@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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