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또 표절 시비, 잘나가는 크래프톤의 '위험한 줄타기'
2차 표절 논란 휘말린 크래프톤
‘다크앤다커’ 모바일 버전에 이어
포켓몬스터와 유사한 ‘팰월드’까지
인기 많으면 표절 논란 신경 안써
크래프톤의 전략 소비자 알아줄까
지난해 내내 표절 논란에 시달렸던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이 또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에도 판권을 사들인 게임이 문제가 됐다. 1년여 전에 이어 두번째 표절이다.
■ 1차 표절 논란 = 첫번째 표절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8월 크래프톤이 인디 게임 제작사 '아이언메이스'와 맺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이었다. 이는 아이언메이스의 게임 '다크앤다커'의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기 위한 계약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다크앤다커는 표절 의혹이 일었던 게임이다.
당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지난해 3월 아이언메이스가 다크앤다커를 출시하자 넥슨코리아는 "사내 프로젝트를 무단 도용해 만든 게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아이언메이스의 핵심 멤버들이 넥슨코리아 출신인데, 이들이 넥슨코리아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주요 자료를 회사 밖으로 반출했다는 것이다.
넥슨코리아는 한달 후인 4월 14일엔 무단도용 혐의로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었다. 이런 와중에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의 모바일 버전 출시 계약을 맺었으니 논란이 일 법했다. 크래프톤 측은 "원작의 이름만 가져다 쓰고, 그 외엔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스를 사용해 원작 느낌을 구현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도 크래프톤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지난 1월 24일 법원은 넥슨코리아가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저작권 침해금지에 따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그렇다고 크래프톤이 게임 유저들의 동의까지 얻어낸 건 아니다. 법적 소송에선 이겼지만 '표절 의혹이 있는 게임의 IP(지식재산권)를 사용한 건 사실 아니냐'는 게이머들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게이머는 "이용자들이 재미만 보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면서 "이렇게 문제가 있는 IP를 마구잡이로 쓰다 보면 언젠가는 배탈이 날 것"이라며 꼬집었다.
■ 2차 표절 논란 = 이런 크래프톤이 최근 2차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9월 초에 글로벌 흥행작 '팰월드'의 모바일 버전 개발을 위한 채용을 시작하면서다. 팰월드는 다양한 디자인의 몬스터 '팰'을 포획해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출시 당시 이 게임은 닌텐도의 흥행 IP인 '포켓몬스터'와 비슷해 유사성 논란이 일었는데, 닌텐도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18일 닌텐도와 포켓몬스터 IP를 관리하는 포켓몬컴퍼니는 도쿄 지방법원에 팰월드 제작사 '포켓페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본격화하면 크래프톤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크래프톤은 왜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게임의 IP를 사들이는 걸까. 첫번째는 실수였을지 몰라도 두번째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표절 논란만 빼놓고 보면 다크앤다커와 팰월드는 론칭 직후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초 다크앤다커는 동시접속자 수 10만명, 누적 이용자 200만명을 기록했다. 팰월드는 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장을 달성했다.
크래프톤은 2017년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한 이후 의미 있는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디펜스더비,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꾸준히 신작을 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크앤다크와 팰월드는 크래프톤 입장에선 눈독을 들일 만한 작품들이다.
주목할 점은 2차 표절 논란이 크래프톤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거다. 크래프톤의 주가는 출시 7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 배틀그라운드의 흥행과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등 신작을 향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월 2일 19만5800원에서 9월 20일 34만1000원으로 9개월 사이에 74.1%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팰월드를 둘러싼 닌텐도와 포켓페어의 소송이 격화하면 팰월드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려는 크래프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실상 표절 따윈 의식하지 않고 '게임'만 보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크래프톤의 기세는 '2차 표절 시비'도 뚫을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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