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 대담, “패시브하우스는 집의 기본 공식입니다”

광주 패시브하우스 오픈하우스 전문가 대담

패시브하우스는 어떤 집일까?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사람들은 무엇을 물어볼까? 광주 상림리 패시브하우스 오픈하우스 행사 현장에서 건축가, 시공자, 설비 전문가 3인이 들려주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


포근한 공기가 감도는 4월 4일 토요일 오후, 경기도 광주의 한 전원마을. 평소의 정적을 깨고 유독 한 집만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디엔에이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하고 잡자재가 설비를, 빌드앤픽스가 시공 관리 역할을 맡은 신축 패시브하우스의 ‘오픈하우스’ 현장이다.
금요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연령대의 예비 건축주들이 참여했다. 이날 방문객만 스무 명에 달했으나, 이들은 세 시간이 넘는 행사 내내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 안팎을 살피며 질문을 쏟아냈다. 행사는 디엔에이 건축사사무소 신범석 소장의 프레젠테이션으로 포문을 열었다. 신 소장은 패시브하우스의 기본 개념부터 광주 프로젝트의 설계 방향, 시공 과정의 주안점을 상세히 짚었다. 이어진 탐방 시간에는 심도 있는 질의응답이 오갔다. 건축의 기본 원칙은 물론, 이 집의 백미인 ‘한옥 스타일 구들방과 툇마루’를 패시브하우스의 고성능 규격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등 구체적인 기술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신 소장과 함께 빌드앤픽스 김명해 대표, 잡자재 정광호 대표는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예비 건축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마지막 방문객이 떠나고 다시 정적이 찾아온 거실. 신범석 소장과 김명해 대표, 정광호 대표는 식탁에 마주 앉아 오늘 느낀 패시브하우스의 현주소와 오픈하우스의 의미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Q 이번 광주 주택은 설계 콘셉트로 지어졌나?
신범석 : 건축주는 전통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택에 ‘한국적인’ 요소들을 원하셨어요. 강조해 요청하셨던 것은 누마루와 구들방이었습니다. 이 두 요소는 건물의 기본인 구조를 선택하기 위한 첫 번째 사항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목구조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구들방하고 목조주택은 패시브하우스 설계에서는 서로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부분적으로 콘크리트 구조를 사용할까도 싶었지만, 부분 공사보다는 전체 공사가 더 비용적으로도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벽체는 철근콘크리트 구조, 지붕은 목구조의 하이브리드 공법으로 진행했습니다.

Q 어떤 부분이 가장 난관이었나?
신범석 : 기본적으로는 패시브하우스에 도달하기 위한 디테일을 도면에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작업들이 힘들었습니다. 하이브리드 구조도 한국패시브건축협회와 협의 및 검증을 거쳤고요.
김명해 : 기본적으로 패시브하우스 인증 기준에 맞춘 시공이 쉽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앞서 신 소장님이 얘기한 ‘누마루 및 구들방’이 패시브하우스와 어우러져야 해 고려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신소장님과 오래 고민한 결과가 누마루와 구들방을 패시브하우스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었습니다. 겉에서 보면 같은 하나의 건축물이지만, 패시브하우스인 부분과 아닌 부분이 같이 존재하지요. 이 둘을 단열과 기밀 부분에서 바닥부터 지붕 끝까지 빈틈없이 분리하는 데에 적잖은 신경을 썼습니다.
신범석 : 패시브하우스의 메커니즘은 기밀과 단열이 된 상태에서 적은 열량, 즉 인체나 각종 가전 기기 등의 작은 발열량으로도 내부 온도에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구들방이 들어오게 되면 구들방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실내 전체가 과열될 수밖에 없지요. 그 때문에 구들방과 누마루 공간을 패시브하우스의 단열, 기밀 구조와 철저히 분리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습기 이슈가 없는 구들방이어서 분리할 수 있었지, 온실처럼 습기가 대량 발생하는 공간이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때는 건물을 두 동으로 완전히 분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Q 하이브리드 구조는 패시브하우스 인증에 불리한가?
신범석 :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의 경사 지붕으로 목구조를 활용하는 일은 비교적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다만, 패시브하우스에 있어서는 목구조가 구조체의 밀도가 낮아 콘크리트처럼 축열 성능이 없는데, 이 축열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여기처럼 1층 외벽 전체를 철근콘크리트로 하거나, 부분적으로 내력벽에 축열 성능을 보강해 풀려고 한 협회 사례들이 있습니다.

Q 패시브하우스는 환기도 무척 중요한데, 설비 측면에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했나?
신범석 : 전반적인 부분은 ‘잡자재’의 정광호 대표님이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습니다. 그외에는 녹음실이 조금 걱정이었습니다. 방음재는 충분히 시공했지만, 환기구를 통해 소리가 유입·유출될 수 있었습니다. 패시브하우스는 보통 메인 공간을 급기 구역, 화장실이나 주방 등을 배기 구역으로 분리하고 공간 사이를 열어두어 공기의 순환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녹음실은 차음, 즉 밀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녹음실에 급기구와 배기구를 함께 넣었고, 다른 공간과 환기 통로를 분리해 소리 유출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주방입니다. 주택의 꽃이 주방이기에 포인트를 많이 주는 부분도 있지만, 수도 인입, 배기와 배수도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패시브하우스는 기초 배관들이 잡석 층에 들어가다 보니 미리 묻어놔야 하고 나중에 옮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설계가 이른 시점에 확정되어야 합니다.

Q 오픈하우스에서 어떤 질문을 많이 받고, 어떻게 생각하나?
정광호 : 저는 복사 냉난방 설비와 관련해서 실제로 바닥이 차가운지,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몇 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이 많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건축 시장은 건축과 설비를 분리해서 보는 느낌이 큰데, 사실 이게 한데 뭉쳐 논의되어야 시너지가 납니다. 그런 관점에서 설계, 시공, 설비 파트가 함께 진행하는 이번 패시브하우스 오픈하우스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김명해 : 저도 행사마다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시공 과정에 관한 질문도 많이 받지만, 가장 많은 질문은 역시 ‘얼마예요?’겠지요. 건축비용은 중요한 내용이지만, 가끔은 그에 한정되는 관심은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①, ② 구들방과 누마루, 그리고 아궁이실의 모습. 이들 공간을 패시브하우스와 어떻게 분리하는지가 관건이었다. ③ 기계실 모습. 복사 냉난방을 위한 히트펌프부터 열회수환기장치까지 이 집의 쾌적함을 책임질 설비들이 모여있다.

Q ‘요즘은 건축 규제가 강해서 패시브하우스 인증이 필요 없다’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신범석 : 패시브하우스라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법대로’ 또는 시쳇말로 ‘FM대로’ 짓는 거예요. 그런 말을 하는 분이 있다면 단열재 안쪽에 기밀층과 방습층 설치를 제대로 하는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협회에서는 열교 없이, 그리고 끊어지지 않게 단열하라고 합니다. 기밀, 방습층, 열교, 이거 다 법에도 있는 겁니다. 협회가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위해 무언가를 유별나게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기밀이나 환기와 관련해서도 ‘굳이 꽁꽁 싸매놓고 환기장치를 넣는 일을 왜 하나’라는 이야기를 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수준의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면 굳이 기밀이 필요 없죠. 창문 열면 되니까요. 그런데, 자연환경 속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신선한 공기 같아도 열회수 환기장치를 거쳐서 들어온 공기만큼 좋지 않습니다.

Q 패시브하우스 공사 금액은 얼마나 더 비쌀까?
김명해 : 일단 공정이 늘어나는 부분이 5~6가지 정도 되겠습니다. 우선 기초를 보면, 기초 바닥과 기초 외벽에 단열재를 넣고 기초 주변에 잡석을 채워 넣는데, 통상적인 주택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요.
기초가 끝나고 벽체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벽체를 올릴 때마다 내벽과 외벽이 만나는 부분, 바닥과 벽체가 만나는 부분, 그리고 장선이 만나서 2층이 올라가는 부분 등에 기밀 자제를 빠뜨리지 않고 설치해야 합니다. 그 기밀 자재를 설치할 때는 꼭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지요. 사소한 부분이지만, 기밀을 잡기 위해서는 기본입니다. 단열 측면에서는 근래에는 셀룰로오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라스울의 열관류율이 더 높기는 한데, 셀룰로오스는 축열과 차음 성능이 좋거든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 외단열도 해주고요. 외단열에는 판재형 그라스울을 사용하는데, 단열재를 가로, 세로 두 번 겹쳐서 열교를 끊어줍니다. 앞서 소개한 부분과 여기 설명하지 못한 디테일까지 모두 신경 쓰면 대략 25% 정도 비용 상승이 생길 것 같네요.

④, ⑤ 벽체를 뚫고 나오는 배관 구멍, 가변형 방습지의 틈새 모두 기밀 취약점이 될 수 있어 제대로 메워야 한다. ⑥, ⑦ 기초부터 꼼꼼하게 설치된 단열재. 패시브하우스의 단열재는 열교를 방지하기 위해 접착제부터 틈새 없이 골고루 도포한다.

Q 패시브하우스는 ‘인증받은 특정 자재’만 써야 하나?
정광호 : 저희 제품을 써주신다면 좋겠지만(웃음), 꼭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시중에는 인증 기준에 충족하는 제품도 있고, 아닌 제품도 있지요. 다만,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꼭 유럽에서 수입하는 특정 제품들이 절대적으로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나 제품의 스펙 등 다양한 부분을 체크하고 비교해 보세요.

Q 패시브하우스 오픈하우스에 참가한다고 할 때, 예비 건축주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김명해 : 패시브하우스 요소는 대부분 마감재 안쪽에 들어가기 때문에, 오픈하우스 단계에서는 사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무언가를 따져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자료 등으로라도 건축 과정을 볼 수 있다면 패시브하우스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건축주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민감한 부분이 금액 아니겠습니까? 건축비는 어렵더라도 냉난방비를 한 번 물어보세요. 그것이 아마 가장 체감되는 패시브하우스의 성능이지 않을까요?
정광호 : 오픈하우스를 여기저기 다녀보는 것 좋죠. 다만, 조금 공부를 하고 가면 또 보이는 것, 물어볼 것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가구에 관해 물어보는 것도, ‘가구 얼마예요?’가 아니라 ‘여기 가구 도어에 들어간 하드웨어는 어디 거예요?’가 되는 것이지요. ‘히트펌프 설치비’를 물어보는 것 보다 ‘히트펌프의 냉난방 효율’을 물어보는 것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Q 좋은 패시브하우스란 무엇일까?
정광호 : 예비 건축주 중 상당수는 패시브하우스를 난방비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집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 생각에서 좀 더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패시브하우스는 ‘쾌적함’이 가장 상위에 있는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창문의 성능이 좋지 않으면 실내 습도를 유지할 수가 없어요. ‘사람이 살기 좋은 20~21℃ 실내 온도에 50% 습도를 유지하려면, 바깥이 영하 10℃일 때 창문의 열적 성능이 이 정도 되어야 한다.’ 같은 기준을 가지고 짓는 게 패시브하우스거든요. 그렇게 해야 결로가 생기지 않고, 곰팡이가 피지 않죠. 이런 하자들을 막는 것은 다 쾌적함을 위한 것이잖아요.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패시브하우스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냥 집의 기본입니다.
신범석 : ‘패시브하우스 시공하는 돈으로 10년, 20년 에너지 펑펑 쓰면서 살 수 있는데 왜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고 하나’라고 하면 사실 반박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어요. 그럼, 왜 짓는가, 쾌적함 때문입니다. 그리고 패시브하우스 인증은 이 쾌적함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고요. 그리고 말 뿐만이 아니고 정말 법대로 지으면 패시브하우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김명해 : 여기 건축주분들이 입주 첫날 주무시고는 정말 개운하게 일어났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춥거나 더워서 깨지 않고, 환기 장치로 적절한 산소 농도가 유지되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건강해지는 집, 그게 패시브하우스라고 생각합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광주시
대지면적 : 826㎡(249.86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211.70㎡(64.04평)
연면적 : 185.67㎡(56.16평)
건폐율 : 25.62%(법정 40%)
용적률 : 22.47%(법정 100%)
최고높이 : 6.65m
구조 : 벽체 – 철근콘크리트 구조 / 지붕 – 경량목구조
주차 : 1대
설비 : ㈜잡자재 02-6956-9449 www.jabjaje.com
시공 관리 : 빌드앤픽스㈜ www.buildnfix.co.kr
설계 : 디엔에이 건축사사무소 https://danda.kr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빌드앤픽스 제공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6년 5월호 / Vol. 327 www.uujj.co.kr